'반지의 제왕'의 간달프는 마법사들중 짱이라면서 도대체 왜 거창한 마법으로 적들을 쓸어버리지 않고 그 연로하신 나이에 칼 빼어들고 오크들과 아웅다웅하는 것일까? '해리포터'에서는 언제쯤 그 이름도 무시무시한 볼드모트가 나타나 아동용 영화를 화끈한 액션 판타지 영화로 바꿔줄 것인가? '판의 미로'는 뭘 믿고 '반지의 제왕'이나 '해리포터' 이름을 들먹이는 마케팅을 펼쳐서 많은 관객들을 어류로 변하게 만들었던 것인가?(물론 이건 영화의 문제라기 보다는 영화 배급사의 상술이었지만(그 상술에 당한 피해자중 한명이 나라는 점에서 용서하기가 힘들다-_-;)) 여태껏 그런 생각을 해왔던 사람들을 위해 준비된 듯한 영화가 한편 개봉했으니 왠지 이름이 참 거창한 '에라곤'이다.
에라곤, 위대한 영웅이 될 자의 이름이로구나
'에라곤'은 아주 기본적인 영웅서사시의 구조를 취하고 있다. 대중적으로 다가가기 쉽지만 그만큼 조금 식상할 수 밖에 없는 이야기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야기가 식상하다는 것이 아니라 그 이야기의 과정을 아주 얼렁뚱땅 넘어간다는 것이다. 주인공인 에라곤은 위대한 영웅이 될 자질이기 때문에 마법의 주문을 한번 줏어듣는 것만으로도 얼마든지 마법을 쓸 수 있고, 드래곤 라이딩은 그냥 껌이며, 한번도 본 적 없는 여자와도 술렁술렁 사랑에 빠진다. 영웅서사시의 재미중 하나가 영웅이 될 사람이 영웅이 되어가는 노력과 어려움을 그리는 것이라는 것을 봤을때, 그런 면에서는 좋은 점수를 주기 힘든 영화이다. '에라곤'도 나름대로 유명한 원작 판타지 소설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혹시 한국 3류 판타지 소설?
그래도 재미있다. 다만 쫌...
결론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에라곤'은 화끈하고 재미있다. 앞서서 언급했던 부분들을 얼렁뚱땅 넘어가다보니 영화가 그다지 길지 않고, 속도감도 있는 편이다. 화려한 드래곤 라이딩과 격렬한 드래곤 라이딩 격투씬은 이렇게 화끈한 판타지 영화를 기다려온 사람들의 혼을 쏙 빼어버릴만큼 잘 만들었다. 하지만 영화 자체에서 조금 싼티가 난다. 드래곤이 나오는 장면을 제외하고는 참 싼티나는 전투씬과 배경에 말 그대로 안구에 습기가 촉촉히 맺혀오는 현상을 느끼게 된다. 부족한 스케일을 멋있는 자연배경으로 떼우기 위함인지 주인공 다니는 길에 멋있는 자연경관은 지겹도록 주구장창 나온다. '반지의 제왕'의 수준을 기대한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 '대조영'(KBS대하사극)보다 후달리다는 느낌은 들지 않아야 될 것 아닌가? 그저 멋있는 자연경관 보여주는 능력만큼은 '반지의 제왕' 못지 않다.
판타지 영화라면 기본 3부작은 되어야 한다?
영화 보기전에 왜 이리 런닝타임이 짧은가 했더니 아니나 다를까 '2부에서 계속...'이란다. 이 영화의 얼렁뚱땅 넘어가는 이야기 진행능력이나 그다지 심도 있지 않은 내용을 보면 그냥 3시간짜리 하나 만들었으면 뽕을 뽑고도 남았을 것 같은데... 이 지긋지긋한 시리즈물 광신도들 같으니라고! 오냐 2편 나올때까지 꾹 참고 기다려 줄테니 2편은 부디 '반지의 제왕', '해리포터'와 견줄만한 수준의 영화를 들고 오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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