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만 영화 분위기까지 노출되는걸 꺼리시는 분은 감상 후 읽으시던가
쌩까시던가...
타짜(War of flower)
제작: 사이더스FNH, 참
배급: CJ Ent.
감독: 최동훈
주연: 조승우, 백윤식, 김혜수
전작 <범죄의 재구성>으로 본인을 포함한 많은 영화 마니아들에게 박찬욱, 김지운, 봉준호를 잇는 신4대 감독으로 떠올랐던 최동훈 감독. 그에게 기대작과 범작 만화의 영화화, 거기에 연기파 배우들을 통한 연출이란 중압감은 생각외로 크게 작용한 것 같다.
영화는 그의 전작<범죄의 재구성> 처럼 네러티브에 따라 스토리 텔링에 주안점을 두고 있으며 쉴틈 없이 진행되는 사건들의 연속에서 긴장의 끈을 놓지 않은채로 139분을 보낼 수 있었다.
그러나 길다고 생각되는 139분에 사건, 인물, 부연설명 모두를 끼워넣기엔 시간이 약간 부족하다고 느껴진다. 전작이 의외의 히트를 쳤지만 명성만큼 큰 대박은 아니었고 겨우 2번째 대형 프로젝트에서 영화사와 극장 모두에게 미움을 받는 <킹콩>급의 러닝타임을 시도하진 못했으리라...
써놓은 제목처럼 <타짜>는 매우 불친절한 영화다. 영화 내내 '섯다'라는 도박을 위주로 이야기를 전개해 나가고 그 '섯다'의 결과가 이야기의 큰 줄기를 차지하고 있음에도 그에 대한 설명이 전무하다. 특히 영화 흥행의 열쇠를 쥐고 있는 여성들에겐 고등학교 수학 미적분보다 이해하기 힘든 영화가 될 가능성이 크다.
두번째 케릭터. 이 게시판에 쓴 지난 감상기 <괴물>에서도 밝혔듯 본인은 영화에서 케릭터성이 크게 부각되는 영화가 감정이입에 유리하기 때문에 매우 좋아하는데, 원작<타짜>의 오랜 심사숙고 과정끝에 나온 케릭터성이 짧은 러닝타임 속에 완전히 뭉둥그려져 조승우(고니)와 김혜수(정마담) 많이 봐줘서 유해진(고광렬) 정도의 케릭터성만 드러날 뿐 영화 내용에선 분명 비중있는 케릭터임에도 불구하고 케릭터성을 확 죽인 밍숭맹숭한 케릭터들이 상당수 등장한다. 역시 짧은 러닝타임 속에 그 모든 인물들의 케릭터성을 부각시키긴 어려웠으리라...(최동훈 감독의 전작<범죄의 재구성>에서도 이런 케릭터성 뭉개기를 보였으나 적은 등장인물로 그것을 커버한 전적이 있긴 하다.)
세번째 연기. 출연진의 이름만 대도 어느정도 감을 잡았겠지만 연기 하난 정말 대단하다. '연기'하나만 보고 와도 충분히 만족할만한... 다만 영화 개봉 이전부터 조심스레 나왔던 고니역의 조승우 미스케스팅 논란은 다시한번 거세질 듯 하다. 연기력으로 케릭터를 커버하고는 있지만 다른 연기자로 대체 됐으면 훨씬 더 좋은 결과물이 나왔을 듯 하다.
마지막 결론. 본인은 원작<타짜>를 보지 않은 상태에서 이 영화를 접하고 이렇게 감상기를 적고 있다. 위에서 말한 단점들이 문제이긴 하나 이건 어디까지 원작<타짜>를 보지 않은 사람들의 관점이고, 원작을 본 사람이라면 이보다 훨씬 좋은 평가가 내려질것이라 충분히 예상될 만큼 영화의 수준은 상당히 높은 편이다. 위에서 여러번 언급했지만 영화 전반부 이리 저리 시간이동 하며 고니의 인생사를 나레이션'없이' 설명하는 대신 섯다 한판을 진득하게 보여주며 관객의 섯다에 대한 이해를 도왔거나 영화의 중심인물(ex.아귀)에 대한 강한 임팩트로 케릭터성을 부여해 주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너무 여러가지를 시도하다 제대로 하나 잡지 못하고 범작이 평작이 되어버린 <타짜>이지만 일반 평작의 수준은 월등히 능가하는 작품이므로 볼 영화가 없다면 '섯다 족보'정도만 보고가도 2시간 30분의 즐거움은 충분히 느낄 수 있으리라 본다.
060928 야메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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