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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적인 비판을 추구합니다. 타 게임사 알바라든가 불만이면 접으라든가 하는 무의미한 비난은 무시하겠습니다.
개인적인 의견이 많이 들어갔을 수 있습니다. 비판은 환영합니다.
1. 디아블로3 스토리의 시작
사실 디아블로3의 스토리는 시작부터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습니다.
여태까지는 등장조차 하지 않던 검은 영혼석, 레오릭의 아들이라고는 아무도 상상못했던 디아블로1의 주인공, 그냥 잡NPC였던 아드리아 등등
잘 생각해보면 굉장히 뜬금없는 부분들이죠. 모두가 디아블로2까지는 전혀 언급도 없던 설정들이니까요.하지만 유저들은 "오래전 게임이니 후속작 나오려면 어쩔 수 없겠지 뭐" 라면서 납득하고 있는거죠.
사실 이건 오래된 게임의 후속작이라면 게임사들에서 빈번하게 선택하는 방법이고 별다른 방법도 없으니 별 문제는 아닐수도 있습니다.
2. 전작과의 계연성
하지만 이건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겠죠.
디아블로3가 오랜만에 나온 후속작이라 설정을 뒤집고 새로운 떡밥을 마구 뿌렸다고 하더라도 전작의 스토리와 전작의 전개들, 그리고 전작의 유저들을 무시했으면 안 됐었습니다.
디아블로1은 워리어가 디아블로를 죽이고 소울스톤을 자신의 이마에 박는게 엔딩이였습니다. 그리고 디아블로2에서는 그 워리어가 디아블로로 타락하고, 어둠의 방랑자로서 타락을 뿌리고 다니는걸 막는게 메인 스토리입니다.
그리고 이주얼이 사실은 영혼석에 봉인당하는게 전부 성역으로 내려오기 위한 악마들의 속셈이였다는게 밝혀지죠.
당연히 전작의 플레이어들이라면 납득은 물론이고 감탄할 수 밖에 없는 전개죠. 억지도 전혀 없구요.
하지만 디아블로3는 어떨까요?
우리는 이미 디아블로2에서 디아블로와 메피스토를 영혼석에 봉인했고, 그 영혼석을 부셨습니다. 그리고 설정상으로도 영혼석이 부셔지면 치명적인 피해를 입고 죽습니다. (정확히는 죽기는 하지만 부활은 가능하다는 애매한 설정입니다. 필멸자가 아니니까요.)
그래서 디아블로3에서는 저 악마들이 어떻게 되었을까요? 그냥 검은 영혼석에 들어있답니다.
이에 대해 전작의 플레이어들이 납득할 수 있는 설명은 나오지 않습니다. 그냥 들어있었고, 그래서 부활한겁니다.
어떻게 했냐면, 그냥 아드라아가 뭔가 했답니다.
디아블로2에서 보여주었던 전작의 내용을 멋있게 살리는 모습은 전혀 보여주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주얼 얜 왜나옴?
3. 뜬금없는 등장과 스토리상에서 동떨어진 보스들
다시 디아블로2를 예로 들어봅시다.
디아블로2에서는 기본적으로 어둠의 방랑자 (아이단)이 동쪽으로 향하면서 악을 흩뿌립니다.
그리고 플레이어들은 어둠의 방랑자를 쫓아가면서 악마들의 부활을 막으려고 하죠.
쫓는 과정에서 안다리엘과 듀리엘을 물리치고 방금전에 막 부활한 메피스토를 다시 봉인시킵니다.
그리고 지옥으로 쳐들어가 메피스토의 영혼을 부수고 디아블로의 제대로 된 부활을 막는데는 실패해서 싸우게 되죠.
그야말로 막들간의 연계가 치밀하고 흥미진진합니다. 어둠의 방랑자를 쫓는다는 뚜렷한 목적의식 아래에서 스토리가 전개됩니다.
물론 디아블로2의 스토리가 제대로 기억나지 않는 분들도 많을겁니다. 그건 블리자드측에서 디아블로2의 스토리를 제대로 연출해내고 텔링하는데에 실패해서입니다. 스토리 자체의 문제가 아니에요.
그럼 디아블로3의 스토리를 볼까요?
운석이 떨어집니다. 마녀단이 깽판칩니다. 운석의 정체는 알고보니 티리엘이였습니다. 티리엘 때문에 민간인 수천명이 죽었습니다.
사막에서 악이 판을 치고 있답니다. 가서 잡습니다. 아리앗에서도 판친다니까 가서 잡습니다. 근데 갑자기 디아블로가 부활했습니다.
이게 반전일까요? 주인공 입장에서는 반전이죠. 디아블로가 부활할지는 상상도 못했을거거든요. 하지만 유저들은요? 제4막 보스가 디아블로일 것이라는걸 몰랐던 사람이 있을리가 없습니다.
그러면 이렇게 갑자기 통수때리는 개연성없는 반전이 아니라 디아2와 같은 짜임새있는 전개를 목표로 했어야했습니다.
디아블로2에서 디아블로의 부활을 막으려고 어둠의 방랑자를 쫓았지만 결국 실패해서 부활하고 만 것같은 짜임새있고 극적인 전개는 없습니다.
악이 판을 치니까 잡다보니 갑자기 최종보스가 부활했다는 전개입니다. 그 반전이라는것도 사실은 90%의 유저는 이미 알고 있었을겁니다. 스포일러 떄문에? 아니요, 뻔해서요.
정의니까 악을 물리친다는, 디아블로2와 어떻게 보면 같지만 구체적으로 보면 유치하고 감정이입도 힘들죠.
악마들(막의 보스)간의 스토리상 연계는 전혀 없습니다. 메피스토는 죽으면서 형제들은 이미 멀리갔다고 외치지만 아즈모단은 3류 악당처럼 "베리알 그 약한녀석!" 이라는 대사만 외칩니다. 그냥 나쁜놈들이라는 공통점 뿐입니다.
뜬금없는 반전을 위해 짜임새있는 전개를 포기한거죠.
4. 디아블로
제일 큰 문제는 디아블로 그 자체라고 생각합니다.
전작들에서의 그 디아블로는 사라지고 그냥 3류악당이 돌아왔습니다.
디아블로가 부활하고 제4막의 상황을 보면 정말 암울합니다.
어찌보면 당연합니다. 여태까지는 고생고생해서 악마 1마리(비록 7악마들중 한마리지만)씩 겨우 잡아왔는데 갑자기 7악마가 합쳐져서 부활했답니다. (티리엘은 타타메트라고 하죠)
설산 NPC들이 있는 마을에 가보면 말 그대로 멸망 직전입니다. 전부 거의 포기한 분위기죠.
옆에서 계속 주인공과 동행했던 티리엘은 어떤가요? 이새끼는 아예 맛이 가서 그냥 사라져버립니다.
그 와중에 디아블로는 단신으로 천상계를 제압하고 결국 말 그대로 '모든' 천사들을 쓰러트려버립니다.
자, 그럼 우리의 주인공은 여태까지의 보스와는 차원이 다른 디아블로를 어떻게 제압해야할까요?
디아블로를 약화시켜야할까요? 아니면 천상계의 도움을 얻어야할까요?
정답은 그냥 가서 패죽인다입니다. 아무런 설정도 없이 가서 여태까지 보스와 격이 전혀 다른 디아블로를 패죽여버립니다.
드래곤볼에서 사이어인이 존나짱쌔니까 피콜로를 물리친 손오공이 곧바로 나타난 마인부우를 패죽여버리는 느낌입니다.
와우에서도 존나짱쌘 보스는 설정상으로 온갖 지원을 받아가면서 싸웁니다.
그 와중에 디아블로는 싸우는 와중에도 계속 입으로 찌질거리면서 전작의 포스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애자포스를 보여줍니다.
소드마스터 야마토라고 아시나요? 제 눈에는 다를게 없는 전개입니다.
5. 정리되지 않은 떡밥들, 대놓고 노린 확장팩
이 글을 보고 이런 말을 하는 분들이 분명히 있을껍니다. "아직 오리지널이잖아요."
맞는 말입니다. 확장팩이 나와봐야 다시 자세한 설명이 나올 수도 있겠죠. 여태까지 제가 깐 부분들도 설명이 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디아블로2를 생각해보면 어떤가요?
물론 디아블로2에도 오리지널 엔딩을 생각해보면 노골적인 떡밥을 뿌렸습니다. 스토리 자체만을 봐도 바알이라는 대악마가 남아있는 상태죠.
그렇지만 본래의 메인스토리에 관련된 떡밥은 전부 정리가 됐습니다. 메피스토와 디아블로의 영혼석은 박살냈고, "이젠 바알만 죽이면 된다!" 라는 느낌으로 끝났죠.
그렇다면 디아블로3는 어떨까요?
정리가 전혀 안되었습니다. 발매전에 애니까지 만들어서 뿌렸던 임페리우스와 천사들과의 불화같은 떡밥은 물론이고 레아의 부활이라든가 욕심쟁이 셴이라든가 멜시엘이라든가 아드리아라든가.. 수많은 떡밥들이 언급도 되지 않은 채에 미루어졌습니다.
애써서 디아블로를 잡아놓고 정작 제일 중요한 영혼석에는 신경도 안 쓰는 모습은 어처구니가 없을 정도입니다.
확장팩을 모두 묶어서 보면 지금 오리지날의 양판소 수준 스토리보다는 훨씬 대단하고 감탄할만한 스토리가 나올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오리지날" 스토리도 생각해야죠. 아무리 확장팩이 계획되어있더라도 개개의 작품의 스토리는 마무리하고 정리하고 갔어야했습니다. 1년의 간격을 놓고 한 작품만을 봤을때의 스토리도 생각했어야합니다.
수없이 뒤집힌 설정들과 발매전에 마구 뿌려댔던 떡밥을 전혀 정리하지 않고 본작을 이렇게 마무리지으면 안되는거죠.
디아블로2 오리지널이 "마무리는 됐는데 떡밥은 남아있다" 라는 느낌이면 디아블로3는 "마무리는 하나도 안됐고 떡밥만 잔뜩 있네" 라는 느낌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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