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부터 2001년 만2년동안 게임회사에서 2d 디자이너로 일했었는데요
사실 첨엔 원화작가로 들어갔는데 기존에 계시던 분이 그만둔다고 하다가 안그만둬서
포토샵 다룰줄 아냐고 물어보더니 할 줄 안다고 하니까 2d파트로 넣어버리더군요
주요 업무는 3d로 만들어진 그림들 짤라다가 스프라이트 만들고 애니메이션 툴에 넣어서
후보정 좀 하고 타일세트 도트찍어서 뿌려주고 레벨 디자인 좀 하다가
원화작가가 현직 만화가였는데 바쁘다고 업무 다 때려치고 도주하면
남겨진 일거리를 밤새 눈물흘리면서 그려놓다가 아침부터 헤롱거리면서 졸고 있으면
점심때쯤 출근한 팀장이
"넌 프로그래머도 아닌데 왜 자냐?"
라면서 갈구기 시작했죠 재밌는건..
내가 해놓은 일들의 업무보고가 윗선으로 하나도 안올라간걸 퇴사 직전에서야
알게되었는데 친해진 프로그램팀 팀장이
"니네 2d파트장이 다 지가 한걸로 업무보고 해서 파트원들은 생판 노는줄 알드라"
라고 친절하게 말씀해주시더라고요.. 하하 머..
그리고 게임 컨셉이 3개월 주기로 바뀌는데 첨엔 귀엽고 생기발랄? 한 기획이었는데
그다음엔 어둡고 음침한게 뜬다면서 또 컨셉을 바꾸고 또 다시 성적 어필을 주는 섹시한
컨셉으로 가야한다고 하더군요 되게 웃긴게.. 당시 게임에서 캐릭터가 걸어서 움직이는
것도 구현이 안되었는데 게임 잡지에는 보여줄게 필요하다고 그림을 만들라고 지시가
자꾸 내려왔어요..
중요한건 제가 이때 배운 포토샵 합성 스킬로 지금까지 반쯤 먹고 살았어요 (오열)
어쨌든 본사는 대기업 계열의 회사였고 여기서 자본을 끌어다 만든 자회사인데
여기에 또 투자한 사람들 (이사등록되어있는 몇몇 인물들)의 의견이 중구난방 휘몰아치고
사내 정치적으로 계파 생기면서 게임 개발의 실제 업무는 정말 소수의 사람들이 하고
'입만' 살아있는 사람들이 자꾸 등장하면서.. 투자를 더 받으려면 개발자들의
학력이 중요하다고 서울대 출신의 (아무 능력도 없는) 사람들을 자꾸 뽑아다 자리에 앉힘..
벌써 10년이 훨 넘는 세월이 지났는데.. 여기서 변한게 없는 회사들.. 아직도 많다면서요
어쨌든 이건 경험담이고
울나라에도 좋은 게임 개발회사가 많이 있을꺼에요 (어딘가에)
그래서 분명 대작 좋은 게임 많이 나올꺼에요 (언젠가는)
희망을 가져봅시다 (마음만 먹는건 공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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