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도 '취미'로 사진하면서 이를테면 네팔의 오지에서 만난
주름투성이 노인이나 빈곤한 삶을 영위하는 아이들 사진
이런거 왜 찍나요?
기록영화나 사진을 통해 다른 이의 삶을 들여다 보는것은
허구적 형식을 통해서라는 단서가 붙을 수 밖에 없습니다.
우리가 TV를 통해 보는 상당수의, 이른바 '휴먼다큐'를 예로 든다면
그런 프로그램들이 실제의 삶을 완전히 기록한다고 믿을 수 있을까요?
얼마간이건 카메라 앞에서 연출되는 부분이 없을 수 없지 않나요.
기록사진역시 이런 명제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다른 사람의 삶을 들여다 본다는 것은
과연 무슨 의미가 있는지?
이런 시선에는 권력의 위계관계가 있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요.
누군가를 지켜본다는 것 만으로도 우리는 우월한 권력자가 되는거고
지켜 보임을 당한다는 것 만으로도 그 대상은
시선이라는 권력에 깔리는 처지가 됩니다.
이런 시선의 체계속에서 가장 안전하고 위험을 감수하지 않아도 되는 방법은
누구나 동의할 수 있는 도덕적 전제 속에 숨는 것이죠.
지켜보는 사람 역시 그 전제에 기꺼이 동의하며
안전한 자기 삶의 기존 굴레를 벗어나지 않을테고
쉽게 말하자면 구경거리로 전락하는 것 외에는 어떤 가치가 있을 수 있는지?
누군가를 지켜보는 판관의 위치에 서는 것 부터
모두 동의할 수 있는 타협적인 결론에 안도하는 것에 이르기까지
자신의 윤리적 위치를 질문하지 않는 자기만족의 심리를
감동으로 포장하는 것이 기록사진의 가치일까요?
대개는 이런 것들이 휴머니즘이라는 이름으로 상찬받기도 합니다.
한줄요약 : 나도 카메라 싸들고 여행가고 싶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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