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이렇게 영화를 두고 글을 쓰는 까닭 은 이 영화를 무척 ‘흥미롭게’ 읽어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영화 줄거리 안에 스민 또 다른 주제의식, 영화 내내 떠나지 않는 어떤 야릇함을 짚어보고자 합니다. 이 야릇함은 요즘 우리영화들이 갖는 ‘공통점’이기도 합니다. 바로 오늘 날 한국사회를 꼬집고 비틀어 보여주는 것이죠. ‘시사성’은 흥행을 위한 필수조건처럼 여겨지고 있습니다.
이 영화는 80~90년대 부산의 뒷골목을 두고 이야기가 펼쳐지지만, 보면 볼수록 ‘요새 한국 사회’가 떠오르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한마디로 영화 속 주인공들은 20~30년 전 사람들인데, 관객으로서 느끼기엔 바로 지금 사회풍경이지 않나 싶어요.
영화는 군사반란이라는 무시무시한 범죄를 일으킨 우두머리들이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하 면서 시작합니다. 범죄자가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하는 '개 좆빠는' 소리를 나불거립니다. 범죄자들을 잡아넣으면서 ‘ 정의사회 구현’이라 외치던 그 시절은 서글프게도 오늘날 거의 똑같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물론 주어는 없습니다.
그래서 영화의 ‘부제’가 크게 와 닿습니 다. 나쁜 놈들 전성시대! 얼핏 범죄와 의 전쟁을 벌일만큼 나쁜 놈들이 활개치는 전성시대! 그 범죄자들보다 그들에게 전쟁을 선포하는 더 나쁜 놈들!범죄와의 전쟁 자체가 ‘우스운 쇼’이며 사람들의 시선을 돌려 진짜 범죄자들을 감추는 ‘요란한 볼거리’ 노릇을 하기 때문에 그야말로 진짜 나쁜 놈들의 전성시대인 것이죠.
영화에서 ‘안기부’보다는 ‘검찰’이 묵직하게 그 려지고, 최익현의 아들이 결국 검사가 되며, “english is power"라고 뇌까리면서 돈이 있으면 미국으로 가려고 하는 모습을 통해 한 국사회를 쥐락펴락하는 60~70대들이 어떤 세월을 거쳤고, 어떻게 한국현대사가 굴러갔는지 영화는 슬그머니 일러줍니다. 누가 더 해 처먹나를 두고 짬짜미를 하다가도 서로 등 돌리고 물어뜯으며 악다구니를 벌이는 한국 사회에서 ‘나쁜놈들의 전성시대’는 묘한 공감이 ‘살아있습 니다.’
영화속 최익현은 약실이 비어있는 빈 권총의 메타포로 계속 은유되지만 결국 그가 빈 총을 휘둘러 형배를 난타할때 이미 정해진 결말대로 드라마는 끝이 납니다.
형배를 물먹이기로 작정하고도 짐을 챙기다 우연하게 발견하는 옛 사진 몇장. 그들의 좋은 시절을 기록한 촌스러운 사진들을 휘적거리며 비죽비죽 웃는 최민식이라는 배우는 이미 최익현 그 자체였습니다.
평단 및 관객 모두가 극찬하는 넘버2...연극판의 굶주림을 견디다 못해 충무로로 갈아탄 박창우 역의 김성균!
이 배우는 정말 80년대의 아우라를 고스란히 전달하는 멋이 있었지만 후반부 최익현을 린치하고 시원하게 오줌발을 세우다 처연하게 대사를 치는 바로 그 장면에서 등줄기를 짜르르 하게 만들더군요.
앞으로 더 많은 영화에 출연하실 것 같지만 박창우라는 캐릭터의 일면만을 소모하다 스러지지는 않았으면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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