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범죄와의 전쟁'이 주목을 받는 이유의 90% 정도는 주인공을 맡은 두 배우, 최민식과 하정우의 앙상블 때문이지만 사실 이 영화는 배우보단 감독에 주목해야 되는 영화이다. 물론 두 주연 배우의 연기 또한 탁월했지만 이 영화의 가장 뛰어난 점은 바로 관객들을 불쾌한 웃음의 현장으로 초대하는 윤종빈 감독의 연출력이었다. '용서받지 못한 자', '비스티 보이즈' 등을 통해 철저한 현장복원능력(?)에 탁월한 재능을 보여온 윤종빈 감독은 '범죄와의 전쟁'을 통해 다시 한번 관객들의 쓴웃음을 사로잡는데 성공할듯 보인다. 영화 '범죄와의 전쟁'은 시종일관 씁쓸하지만 낄낄거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어내고, 주인공 형배(하정우)의 표현 그대로 '살아있는' 날 것 같은 케릭터들은 그 안에서 관객들의 혼을 쏙 빼놓기 위해 생생히 살아 파득거린다. 소재나 시대의 유사성으로 인해 '부당거래', '친구'등의 작품들이 언뜻언뜻 엿보이는 것도 사실이나, 그 영화들과 비교하며 보는 것 또한 '범죄와의 전쟁'을 감상하는 즐거움 중 하나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아쉬웠던 점은 이야기의 교차편집과 2% 아쉬운 드라마 구성이었다. 이야기의 끝과 처음을 오가는 교차편집은 이러한 갱스터 범죄 무비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요소이기에 흥미로웠으나 관객들의 머릿속에서 이야기의 순서를 명확히 정립시키지 못하기에 세련되게 잘 뽑혔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고, 이로 인한 영향과 더불어 인물들간의 사건들을 보여주는 폭이 부족했기에 인물간의 변화가 갑작스럽다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특히 형배파의 부두목이 이야기의 핵심을 쥐고 있는 상당히 중요한 인물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두 주연배우에 대한 집중으로 인해 이 인물에 대한 표현이 살짝 부족했던 점은 큰 아쉬움이었다.
어찌되었건 '범죄와의 전쟁'은 썩 잘 만든 한국형 갱스터 무비였다. 다만 윤종빈 감독의 이전 작품들을 볼 때와 마찬가지로 '범죄와의 전쟁'을 볼 때 또한 마냥 시원하게 웃을 수만은 없었다. 그것은 감독이 그리는 영화 속 모습이 어떠한 시대의, 어떠한 상황이던지 그것이 현재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의 현주소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그런 의미에서 윤종빈 감독의 다음 영화는 부디 조금은 덜 불편하고 불쾌하길 바라며 그의 다음 행보를 응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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