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전 상황을 뒤돌아보면, 유타가 PO에 진출한다는 건 영 미덥지 못했습니다. 두말할 나위 없는 팀의 에이스였던 헤이워드가 떠났고, 주전 포인트가드였던 조지 힐(리딩을 많이 가져가는 헤이워드가 사라졌으니 그럴 만 했지만)도 떠나보냈습니다. 리키 루비오가 대신 포인트가드 자리에 들어왔지만, 그의 슈팅 능력은 안 좋은 쪽으로 검증이 된 상태였기에ㅠㅠ 전력이 나아졌다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었죠.
이 팀의 원동력은 누가 뭐래도 '수비' 입니다. 팀 자체가 수비 전술이 잘 짜여 있기도 하고, 고베어를 비롯해 수비에 강한 선수들이 많아 보입니다. 당장 지난 시즌에도 좋은 수비력을 기반으로 해서 헤이워드 등이 상대보다 더 득점을 해서 이긴 경기가 많았죠. 올 시즌이 시작하면서도 '수비'는 그다지 걱정을 하지 않았습니다. 팀 전체가 늪농구에 최적화되어 있으니, 선수 하나 둘 바뀐다고 그게 변하진 않을 테니까요.
결국 문제는 공격이었습니다. 고만고만한 스코어러는 유타에도 있습니다. 알렉 벅스, 로드니 후드 같은 슈팅가드들은 부상만 없다면 스타팅으로 나와서 평균 15~20득점 정도는 해 주리라 기대되는 선수들이죠. 잉글스나 페이버스, 고베어도 두자릿수 득점은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고착상태에 빠진 경기에서, 상대의 수비가 집중력을 발휘할 때, 그걸 누르고 득점할 수 있는 선수가 없었습니다. 사실 헤이워드가 있을 때도 좀 그랬어요... 헤이워드가 만약 유타 아닌 다른 팀에 있으면 '에이스' 보다는 '다재다능한 2옵션' 으로 더 기대받았을 겁니다. 지금의 보스턴처럼요.
되돌아보면 그보다 더 이전에도, 스탁턴-말론 시절에조차도, 그런 독보적인 에이스는 유타에 없었습니다. 결정적인 경기의 결정적인 순간에 공을 맡길 수 있는 선수, 예를 들어 [조던]이나 [코비]같은 타입의 선수가 없었죠. 파이널에서도 그 조던에게 위닝샷을 얻어맞고 지고... 뭐, 그런 선수가 많이 있는 건 아니지만, 올 시즌을 시작하면서 본 유타 선수단에서는 특히 그런 선수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튀어나온 게 도노반 미첼이었습니다. 미첼의 이번 시즌을 되돌아보면, 필드골 성공률이 높은 것도 아니고, 평균 득점이 순위권에 들어 있는 것도 아닙니다. 신인 중에서야 최고 수준의 득점력이지만, 신인이 넣는 슛이라고 점수가 더 계산되는 건 아니잖아요? 하지만, 유타 입장에서는 그 정도로도 충분했습니다. 승부처에서 맡길 수 있는 스코어러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경기의 양상은 완전히 달라질 수 있었습니다. 수비와 시스템이야 이미 완비가 되어 있었으니까요. 루비오의 슛이 기대보다 훨씬 괜찮았고, 잉글스의 3점슛 성공율이 엄청난 것도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물론 이건 후반기 이야기입니다. 전반기에도 이런 모습을 보였다면, 지금쯤 3위 자리를 확정지어 놨을 테죠. 뭐, 만약은 없습니다. 여튼 작년보다도 더 나은 모습을 보여주는 유타 재즈, 앞으로도 좋은 모습 많이 보여주길 바랍니다.
* 개인적인 관찰과 견해로 쓰는 글인지라 틀린 부분 많이 있을 텐데 너그러운 양해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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