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영크리터져서 한차례 해체되고 다시 만들어진 부대라 총원 35명에 병장만 27명이던 미친 구성
인원을 자랑하던 구타의 명가였는데,
제가 전입가니 유일한 이등병이였죠. 전입 첫날 청소 점호시간에 병장물호봉이 눈썹을 휘날리며
전나게 침상을 닦고 있던 기억이 아직도 나네요.
다 청색츄리닝인데 저만 혼자 주황색 떡볶이 활동복입고 아장아장 다니던 부대의 유일한 귀염둥이
이등병이라 좀 귀여워 해줬으면 좋았으련만,이놈의 새키들은 그런것도 없고, 늘 알수 없는 분노에
시달리며 항상 빡쳐있던 악귀같은 놈들이였죠. 매일같이 뚜드리패는게 일상이던 똥군기가 어마하게
빡세던 중대였는데. 매일같이 맞아서 안맞고 넘어가는 날이 오히려 더 불안시럽더라구요
하루는 점호끝나고 잘려고 누웠는데 너무 배가 고파서 잠이 안오더군요.
부식나오면 좋은거는 고참들이 다 뺏어처먹고 개도 안먹는다는 쌀국수만 선심쓰는양 남겨놓던 악귀
같은 넘들이였는데 쌀국수 있어봐야 정수기 뜨거운 물을 감히 받을수 있는 왕후장상의 씨는 따로 있으니,
화장실 4사로에서 몰래 생쌀국수 그 고무줄 같은걸 쥐어 뜯어먹고 있으면 조선시대 노비들의 서러움이
확 밀려와서 안되는줄 알면서도 그 난리를 치셨던 망이,망소이 두 분의 심정이 한큐에 이해가 가더군요,
이 날도 모처럼 야간근무 없는 날이라 근 한달만의 꿀같은 풀취침 찬스였는데도 불구하고 배가 고프니
자정넘어까지 몸은 개피곤한데 눈은 계속 떠져있었죠. 아,이러다 밤새겠다 싶어서 이러면 안되는 줄 알면
서도,제 손은 저도 모르게 고참 관물대를 향해 가더군요. 사람이 참 막다른 골목에 몰리니 별짓을 다합디다.
자는 고참들 반에 티비보던 고참들 반이였는데 관물대문 삐걱 소리 안들리게 할려고 사력을 다하느라 관물대
문 제끼는데만 30분은 족히 걸렸습니다.그리고 또 한참을 누워서 타이밍을 노리다가 고참들 낄낄거리는 소리
가 들리자마자 번개 같이 사물함에 손을 넣어서 아무거나 집히는데로 하나 빼내고 바로 누웠죠.
심장은 쿵쾅쿵쾅 터질거 같은데 사람마음이 또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좀 괜찮은 게 걸렸기를 기대하게 되면
서 조심스럽게 꺼낸걸 살펴보니 스고이!! 바삭하기로 소문난 군용건빵이더군요,속으로 엄마 나 챔피언 먹었어!!
를 얼마나 외쳤는지 참 ㅋㅋ 제 평생의 운을 이때 다써서 그런지 그뒤로는 아무리 로또를 사봐도 좀처럼 당첨이
안되네요
근데 제가 근 한시간에 걸쳐 완전범죄를 꾀하느라 체력을 너무 소진했는지 조심조심 소리안나게 건빵봉지 뜯은
거까지는 기억이 나는데 그 뒤로는 필름이 딱 끊겼어요
기억나는 바로 뒷 장면은, 주위가 너무 환한거 같아서 눈을 딱 떠보니,고참들이 제 침상 주변에 우르르 몰려와
저를 내려다보고 있고,기상나팔은 언제 불렸는지 불린지 오래에, 개말년마저 옷 다입고 내려와있고,상병들은
점호준비한다고 쓰레기통 들고 뛰어다니고 있고, 저만 혼자 런닝입고 내무반에 누워있는데,입에는 미처 못씹은
건빵 한개가 물려있고, 제 모포 주위에는 쏟아진 건빵 72알이 이제 어쩔거냐면서 저를 쳐다보고 있었어요.
저는 이날 이후로 부대에서 건빵전사로 불리게 되었습니다.
출처 : 엠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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