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8년 8월 초6때였습죠
살던 곳은 중랑천변 월계동 저지대
하수구 역류하고 온 마을이 물바다가 됐던 기억이 납니다.
저도 어린 손으로 아버지가 집 앞에
모래주머니를 쌓는 걸 도왔지만
무릎만큼 물이 들이차는 걸 막지 못하고
결국 전자제품들은 급한대로 최대한
침대나 책상 위로 올려놨던 기억이 나네요.
비가 그치고 동네를 돌아다니다 마주한 몇가지 풍경이
꽤 오랫동안 뇌리에 남았습니다.
집집마다 반지하가 있었는데 모든 반지하가 다
수영장처럼 물이 차올라서
양수기로 퍼내고요. 그나마도 양수기 수가 모자라서
전전긍긍하는 사람들... 그중엔 근처 살던 사촌집도 있었고
그 사촌 형제들랑 갈 곳이 없으니
동네 돌아다니다가 쓰레기들 사이에서
물에 푹 젖은 손바닥만한 앨범이 있었는데
열어보니 김일성 사진이 막 있더라고요.
이게 뭐지 싶은 맘에 챙겼습니다. 나중에 보니
누군가 북한 우표랑 돈을 수집하던 앨범이더라고요
나중에 집에 가져가서 잘 말리고 한참 꺼내 봤는데
어디에 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좀 더 걸어서 중랑천 물 얼마나 빠졌나 보려고
월계1교까지 갔거든요.
동부간선도로랑 다리 교차지점에
살짝 밑으로 움푹 들어가지 않습니까?
도로가 물에 가득 찼는데
온동네 할배 아재들 나와서
맨손으로 잉어 잡던 모습이 떠오릅니다.
충격이었습니다. 우리 집은 물 들어오고
근처 반지하 집들은 통곡하고 있는데
자기 사는 집 지하에도 아마 세입자들이 있을텐데
아직 물 못 빼고 양수기 구하러 다니고 있는데
여기서 맨손으로 물고기를 잡고 있구나... 즐겁구나.
경찰차가 와서 한두사람 시범케이스로 잡아가고나니
거기 모여있던 사람들 다 해산했습니다.
98년 수도권 북부 집중호우
중랑천 범람의 기억이었습니다.
https://imnews.imbc.com/replay/1998/nwdesk/article/1997951_3072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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