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니가 뭔데
이 글을 적기에 앞서서 간단하게 신상 기재함.
- 건설사 8년차, 현직장 시평 10위권 종합건설사
- 전 현장시공/공무직(5년차까지), 현 본사 기술팀
- 건축학과 졸업
- 건축설계사무소 경험 있지만 당시에 밤을 너무 많이 샜고, 돈 조금 더 벌고 싶어서 건설사로 기어들어감.(TMI) 쨌든 덕분에 건축사무소 돌아가는 형편도 대충 알고 건설사는 현장-본사 경험 모두 있어서 내외부 사정에 정통까진 아닐지라도 보고 듣고 경험한 것이 많은 편이라고 자부함.
※ 참고
- 내가 적는 모든 정보는 내가 현업하면서 보고, 듣고, 경험한 모든 것을 망라하였으나, 잘못된/왜곡된 정보를 기입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걍 업계가 이렇게 돌아가는구나 참고하는 정도로만 보시면 될 거같음.
- 반박시 당신말이 맞음. (현업자 한정)
1. 시공사 책임이 없는건가? - 당연히 있다.
현장 관리 주도권은 일단 시공사에 있는게 맞고, 그걸 감시감독하는 역할을 감리가 한다는 건 이미 아실거고, 일단 설계 문제는 배제하고, 보통 현장에서 구조배근도를 보고 철근샵도면(철근조립도면)을 그리고나서 감리 승인을 받음. 그리고 그 철근샵도면을 공장에 넘겨서 가공된 철근이 현장에 반입되고, 그 철근을 배근하거든요. 즉 철근 현장 시공의 기준은 구조도면을 바탕으로한 철근샵인데, 이 때문에 잘못 그려진 철근샵이 승인이 나버리면 걍 오시공돼버림.
시공사 감시하고 실수잡으라고 감리가 존재하는건데 감리가 제 역할을 못 한거니 과업의 실행 주체인 시공사 입장에선 사후 조사 후 책임을 통감하는 차원에서 사과를 했겠지만 책임 소재는 좀 더 따져봐야함. 시공사가 잘했다는게 아님. 시공사 입장에서 얘기하는 것 뿐.
2. 철근 빼먹는다고 무너짐? - 보통은 안무너지는데 무량판은 전단보강근 빼먹었거나 덜 들어갔으면 무너질 수도 있음.
기둥 전단보강근이 뺴먹고 싶다고 빼먹을 수 있는 철근이 아니거든요. 왜냐면 기둥부위에 엄청 촘촘하게 들어가는 철뭉태기라서 없으면 없는게 바로 티가 날 정도. 때문에 추정키로는 일람 잘못보고 철근샵이 그려져서 발주나가면 기둥부위마다 응력이 달라서 전단보강근도 배근이 조금씩 다른데, 해당 부위 응력에 맞지 않는 배근이 들어가면 무너질 가능성도 있음. 뉴스기사에서는 700군데 중에 30군데 철근이 누락됐다고 나오는데 전량 누락됐을가능성은 희박하고, 맞지 않는 배근으로 들어갔을것이라고 추정. 안들어간건 아니지만 덜 들어갔어도 누락이니까 누락이라고 성명했을거고. 다만 좀 이해안가는건 붕괴 전조 증상 없이 밤사이에 무너졌다는 점이 좀 의아함.
3. 왜 실수라고 생각함? 철근 고의로 빼먹은거 아님? - 고의일 가능성도 있겠지만 리스크가 더 많은데 글쎄
현장 반입된 철근 배근안하고 남겨먹는 행위자체가 보는 눈도 존나 많고, 현장안에 CCTV 다 설치되어 있어서, 무조건 가능성없다고 딱 잘라 말할순 없지만 존나 희박하다고는 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요샌 장철아니고 다 가공되서 철근 접어서 반입되는데, 고철처리 밖에 안되는 가공철 남겨먹으려면 고철차 십수번은 불러서 날라야하는데, 안 들키고 버틸라나. 모두가 작당해서 그런거 아니냐고? 뭐 의심도가 그정도까지 가면 할말 없습니다. 전 일반적인 얘기를 하는 것 뿐임.
4. 왜 설계 잘못도 있다고 생각함? - 전조 증상없이 밤새 무너짐.
구조설계할때 안전률을 최소 2.0, 많게는 3~4까지 보는 경우가 많아서 철근이 일부 누락됐다고 한들 무량판이 아니었다면 이번 사건처럼 와장창 무너지지 않을 확률이 더 높음. 콘크리트를 철근보강해서 인장과 압축력에 모두 대응할 수 있는 구조체로 만든게 철근콘크리트 구조인데, 실수로 일부 누락됐다고한들 철근이 연결만 되어있으면 갑자기 와장창 무너지진 않거든요. 이건 철콘특성인 연성파괴와 취성파괴의 관계에 대해서 이해해야하는데, 각설하고 당초 설계하중이 충분했다면 오시공에 의한 파괴가 진행되더라도 연성파괴로 진행되어 좌굴 임계에 도달해야 응력을 버티지 못하고 붕괴하는데 하루아침에 와장창했다는 것은 이미 되메우기 진행했을 때에 하중이 취성파괴하중 가까이에 도달해 있었음을 의미함. 게다가 일반 라멘 조였으면 콘크리트 터져나와도 보춤으로 버티기라도 했을텐데 무량판이라 순식간에 취약한 부위에서 펀칭으로 연속도미노붕괴.
무량판 구조는 시공 중 활하중(흙되메우고 아스콘도 깔고하려면 장비가 올라타야하는데 그게 최소 수십톤) 검토가 꼼꼼히 되야하는데, 시공후엔 문제가 없었고 흙되메우고나서 무너졌다는 얘기 들어보니까 해당 하중이 검토가 덜 됐던게 아닐까 의심 중. 현장 관계자도 비슷한 맥락으로 인터뷰한 내용이 있었음.
5. 그럼 무량판이 문제 아님? - 검토 및 검증이 더 필요한 공법인 건 사실
무량판이 국내에서 약간 금기시 되다 시피했던 역사가 있어서, 시공 노하우나 구조검토 노하우가 타국 사례에 비해서 부족할 것이라고 생각함. 특히 주차장 지붕 토핑들어가는 부위를 무량판으로 해도 되는지는 의견이 분분한데, LH특허 공법은 전현장 적용 중으로 검증이 어느정도 완료가 되고 있다고 보고, 이번 사고 적용한 현장은 LH특허공법이 적용된 현장이 아니라 주열대 슬래브 두께에 차등을 두지 않은 완전 평면의 무량판 공법으로 보이는데 신뢰성이 있는지는 글쎄. 해외 사례에서조차 와플폼방식으로 격자 모양으로 슬래브를 짜거든요. 할튼 무량판 자체가 국내에선 검증이 많이 필요한 기술임. 적용 범위나 부위까지.
6. GS건설에서 시공하는 아파트 분양 받았는데 걱정됨 - 걱정은 이해하나, 확률적으로 건물 붕괴사고를 직접 겪을 확률은 희박함.
이번 사고는 개인적으로는 시공+감리+설계의 불감증 콜라보로 비롯된 것이 아닐까 생각함. 다르게 얘기하면 일반적으로 운영되는 현장 관리 체계에서는 좀처럼 일어날 수 없는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블라인드 글 퍼다나르면서 철근 많이 빼다 해쳐먹은 것처럼 조장하는 글들은 그냥 너무 억측이라서. 20~21년 사이의 자재가 파동 시기에 철근 수급이 안되서 시공사들이 어떻게 대응했었는지에 대해서는 기회 되면 따로 글을 쓰던가 해보겠습니다.
기타 건축/건설업 관련해서 궁금한 내용들 있으시면 시간이 허락하는 대로 글 작성해서 주기적으로 올리도록 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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