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이 잘 되어 출근하여 바뀐 환경에 (서울->울산) 하루하루 적응할 즈음, 나에게 첫 임무가 떨어졌고 그것은 현대중공업 (HHI) 의 일을 맡아 처리하는 것이었다.
울산에서 태어나 오랜 시간을 보낸 사람으로써는 특이하게도 그 곳에 대해 전혀 아는바가 없었고 가끔씩 그 동네에 가면 정문에 불쑥 들어가 차를 돌려 나올 정도로 그 곳에 대해 무지했던 나는 조금 떨렸지만 그래도 첫 임무를 잘 해보겠노라고 다짐하며 일을 준비했다.
처음 HHI로 가는 날, 내게 주어진 것은 포터 열쇠였다. 순간 머리에 물음표가 스무개 정도 떴다.
내 면허는 2종 오토 면허였다. 포터는 당연하게도 수동 차량이었다.
이 쪽 일을 하게 되리라 생각치도 않았고 평생 뭐 그런 차를 몰 일이 있을거라는 생각도 안했기 때문에 그냥 쉽고 빨리 따려고 선택한 내 2종 오토 면허, 그것은 쓰레기였다.
운전이 꽤나 자신이 있다고 호언장담했는데, 오토 차량 한정이었다. 나에게 질문했던 면접관은 내 부서장이었는데 나를 쓰레기로 보는 것 같았다.
결국 나는 오후 시간에 외출을 허락 받아 운전 학원을 다녀야 했다. 2종 오토를 가진 나는 필기 시험 없이 기능 시험만으로 1종 면허를 가질 수 있었다. 1종 면허를 받아 HHI 로 가면서 몇번의 시동을 꺼트렸는지 모른다.
시간이 지나자 포터 운전이 재밌고 편해졌다. 한창 바쁘게 날아다닐때라 한 손에 무전기 한 손에 전화기 또 다이어리에 메모를 해가며 포터는 곧 내 생활공간이 되었고 주 업무 장소가 되었다.
한번은 너무 바빠서 추월 금지 구간에서 추월을 했는데 마침 안전벨트도 안하고 있었고 통화중이기도 했고 여튼 도합 다섯가지 법규를 위반 했다고 경찰이 친절하게 설명을 해주었다. 속으로 5관왕인가.. 라는 생각을 했지만 입 밖에 꺼내진 못했다.
그 이후로 점점 톤수가 늘어났고 1톤, 2.5톤, 5톤, 11톤, 18톤, 25톤 T/R 까지 몰 일이 생겼다. (물론 면허는 없고 잠시잠깐씩만)
올 해 들어온 신입 사원이 나를 찾아와 엑센트 열쇠를 청했다. 어디 가는데? 라고 묻자 HHI에 가는데 운전이 서툴러서 포터를 몰고 갈 수 없다고 했다.
이제는 짬이 차서 포터를 몰 일이 잘 없는 나, 서툴면 더 연습해서 능숙해져야지.. 하면서 잔소리를 했다.
문득 겁없이 해안도로 (아산로) 를 날아다니던 그 무렵이 그리워지는 아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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