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작들은 충격과 공포의 한줄짜리 트리트먼트로 서스펜스로부터 폭발하는
폭력의 데포르메를 통해 인간을 관찰하는 히스테릭한 젊은 감독의 치기로부터
트릭, 스펙, 케이조쿠 같은 드라마에서는 시청자들의 입맛에도 맞출 수 있는
능수능란한 프로듀서같다가도 쿠도칸 월드에서는 정신나간 각본을 그나마
한 템포씩 잡아주는 연출력으로 플롯을 떠받혀 주는 기둥같은 남자...
드라마판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 같은 작품에서는 이게 정말
트릭 찍던 츠츠미 맞나 싶을만큼 담백한 터치를 보이기도하는게
사실 연출부 스탭들에게 다 떠맡기고 타이틀 롤에 이름만 얹는게 아닌가
싶을만큼 작품간의 간극이 크게 느껴지곤 합니다.
감독에 대한 썰은 이만 접고, 48그룹의 센터로서 시대를 풍미했던 앗짱
(마에다 아츠코)가 주연을 맡았다는 것 만으로 큰 기대는 하지 않았습니다
제가 이 영화를 찾아 보게 된 계기는 어디까지나 이시마루 미야코 역의
후밋짱(키무라 후미노)을 보기 위한 것 뿐이었고 소기의 목적은 달성.
후밋짱 얏빠리 카와이이네 헉헉...
80년대를 배경으로 하는만큼 영화 전반을 지배하는 감성은 복고풍인데요
우리나라에서도 응답하라~시리즈를 비롯해 최근작인 88에 이르러서는
해먹을거 다 해먹어서 장년층의 추억팔이에 이르렀는데요 비슷한 코드를
갖고 있다고도 볼 수 있겠습니다. 츠츠미 감독이 80년대 학번인 것과도
일맥상통하겠네요. 실제로 작품 속의 소품 대부분은 원작의 분위기를
재현하는데에도 목적이 있겠지만 감독의 개인적인 취향과 기억이 크게
영향을 주었다고 하는데 저는 아직 나이가 어려서 (...) 쌍팔년도 이전까지
거슬러 올라가기는 어려웠습니다.
스포일러가 되기 때문에 코어 플롯은 누설할 수 없지만
영화의 제목인 이니시에이션 러브 의 의미라던가
젊은 혈기로 지른 불장난에 타들어간 화상같은 죄악감이라던가
전화를 주고받는 연인들의 변화 같은 소소한 디테일이
저에게도 여러모로 북받치게하는 부분이 있더라구요.
이건 인정할 수 밖에 없는 지점.
혼자 양주까서 홀짝거리며 보는데 눈물이 핑 돌았어요.
이니시에이션 러브를 떠올리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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