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이언 싱어 판 슈퍼맨의 실패 이유를 타산지석으로 삼지 못한 영화.
가장 큰 문제는 각본에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등장인물들은 저마다의 이유를 가지고 행동하고 있지만
인과관계, 행동하는 이유, 인물들의 심리, 갈등구조등을 뒷받침 해주는 강력한 근거들을 제시하지 않습니다.
오로지 끝없이 나열되는 뭔가 있어보이는 은유적이고 의미적인 장면으로부터
영화가 제시하는 상황들과 인물의 심리를 살펴보는 수 밖에 없었죠.
고급스럽다면 고급스러운 표현 방식일 수도 있겠으나
기반과 연결고리가 튼튼하지 않은 건물은 결국 흔들리게 되어있습니다.
배트맨v수퍼맨도 내러티브 구조 사이의 연결고리는 허술하고
각각 분리되어진 채로 흐르는 장면들은 내내 시종일관 흐르는 웅장하고 긴박한 음악이 겹쳐져
어느 순간 피곤해지기까지 할 정도였습니다.
이러한 일련의 의미적 장면들 은유적 대사들은
영화에 등장하는 히어로들을(특히 슈퍼맨을) 신격화 하려는 시도로 보입니다.
브라이언 싱어 감독이 수퍼맨에게 희생과 구원자 코드를 부여하면서
시원하게 망쳐버렸던 것을 기억하지 못하는가봅니다.
브라이언 싱어의 수퍼맨 리턴즈가 그랬듯
배대슈의 수퍼맨도 자기 희생을 통해 신격화 되어집니다.
그리고 그것을 위해 맞은편에서 희생되는 캐릭터는 '둠스데이' 였죠-차라리 비자로이길 간절히 바랐기에 탄식이 나왔죠-
이 얼마나 큰 캐릭터 낭비인가요.
좀 더 인간적으로 접근 한 후에 신화를 써내려갈 수는 없었던 것일까요?
맨오브스틸 하나에서 인물을 완성했다고 생각하는 안이함이 아니었을까 생각됩니다.
앞으로 나올 모든 dc히어로 영화에서 수퍼맨은 더이상 인간적이지 않을 것입니다.
더불어 캐릭터에 공감할 수 있는 틈새도 더욱 좁아졌을 것이고요.
각본가인 데이빗 s 고이어가 너무나도 큰 그림을 그리려다 디테일을 모두 놓쳐버린 듯 합니다.
앞으로 써먹을 카드도 모두 버렸고요.
각 캐릭터의 설정은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았습니다.
배트맨이 비록 무책임한 불살주의자(어쩌다 디진건 내책임 아님ㅎ)이긴 하지만
적극적으로 살인을 하는 배트맨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가 없었습니다.
이런 무자비한 살인마를 상대로 살아남은 놈들이 대단할 지경...
수퍼맨 역시 평화 불살주의자면서 내 여자 건들면 가차없이 죽이는 이상한 양면성을 갖고 있고..
원더우먼은.. 글쎄요 떡밥이 던져졌으니 솔로영화에서 뭔가 제대로 설명을 하겠죠.
중후반부 메타휴먼들에 대한 짤막한 장면들은 나름 dc확장유니버스의 행보를 기대하게 합니다
과하게 무겁고 의미부여가 지나쳤던 이번 영화에 비해
보다 라이트한 접근법을 선보일 것 같은 기대감이 드는군요.
잭스나이더 감독의 영상미는 가히 대단하다 할만 합니다.
우려했던 것 처럼 엉망진창도 아니고 오히려 무게감이 잘 살아있었어요.
저는 마음에 들었습니다.
다만 잭스나이더 감독이 메트로폴리스에 무슨 원한같은거라도 있는지....
뱃신이 팝콘이나 먹던 최후 전투씬은 좀 맥이 빠졌지만
배트맨 육탄전은 여태 나왔던 배트맨 실사화 중 단연 최고였습니다
그 장면 하나로 표값의 2/3은 아깝지 않더군요
완급조절에는 실패했지만 저스티스리그와
앞으로 나올 dc히어로들을 기대하게 할만한 영화였습니다
아. 그리고 좋은 영화는 아니었던 것 같지만 재미는 있습니다.
나사빠진 모지리가 쫙 빼입고 멋있는 척 하면서 침흘리는거 보는 기분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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