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어도 입장료를 떼일 걱정은 할 필요가 없는 안전한 어음과도 같습니다.
홍대 CGV(그것도 5관)라는 열악한 환경에서 접한 영화라 집중도가 꽤
떨어지긴 했지만 애피타이저로 내놓은 우쿨렐레 사운드의 하와이안 러브스토리
LAVA를 보며 뭔가 수상쩍은 낌새를 느끼긴 했지만
웨스틴리버 철길을 따라 기차가 달려오고 디즈니랜드의 문이 열리며
주변의 팝콘통이 치근덕거리는 소리도 무시하게 만드는 픽사 라이트가
강시스텝을 밟아 알파벳 I 를 깔아뭉개는 순간부터 저는 꼬꼬마 라일리에게
그리고 빛나는 조이에게 빠져들고 말았습니다.
- - - - - - - - - -
토이스토리2에서 이미 기술적인 진보는 끝난것이 아닐까 생각했던이후
몬스터주식회사에서 뒤통수를 후드려맞고
대사가 두마디 밖에 없는 디스토피아의 러브스토리에서 경악한다음
풍선을 타고 떠나는 여행을 통해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고 말았던
바로 그 픽사 스튜디오의 작품인 것은 분명합니다만
예전과 다른 소회가 있었습니다
인간의 감정을 크게 다섯으로 나누어 컨트롤 타워에서 조종하거나
심상의 세계가 파손된 이후 재건되는 소재자체는 흔하지는 않더라도
사춘기의 파고를 겪은 성인에게는 우려낸 티백처럼 엷은 맛인데요
개인적으로는 공상의 나라에서 만나 신파조로 헤어진 반전의 조력자
빙봉씨의 캐릭터가 너무 많은 분량을 차지하는데에서 그 이유를 찾고싶습니다
또한 열 두살 소녀의 가출로부터 보다 극적인 가족의 화합이라는
디즈니 전매특허의 클리셰를 간만보고 후다닥 마침표를 찍는다거나
라일리 주변인물들을 포함해 주인공인 감정들의 의인화에 브레이크를 잃고
인간(아빠,엄마,피자가게언니,선생님 등)을 묘사하는데 밸런스를 놓친 것이
아쉬움의 두번째 이유 되갔습니다.
픽사의 작품 속에서 인간의 의지를 이만큼 탈색시켜 보여준 것이
처음처럼 생소해서...뭐 저만 그런걸수도 있고요
감정을 통제하는 다섯 집행관들은 그만큼 캐릭터에 걸맞는 물성을
질감부터 대사에 이르기까지 잘 짜넣긴했던데
피트 닥터 감독이 <카>같은 망작으로 말아먹은 픽사를 구출하기위해
자신의 기량을 화끈하게 펼치지 못한 것 같아 아쉬울 따름입니다.
전 개인적으로 Up! 의 초반 5분 시퀀스를 픽사 연출의 최고봉이라 생각하고
'사람'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작품들이 더 와닿았기 때문일겝니다.
외화 | 1609명이 읽었어요. 13.58.154.16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