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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비레인, 비욘드 투 소울즈, 언틸 던처럼 플레이어의 선택으로 진행되는 인터렉티브 무비, 어드벤처 게임을 아주 좋아합니다. 혹자는 '영화 같은 게임'에 반감을 가지고 있다지만 저는 오히려 게임이 가진 가장 강력한 무기인 '선택'을 통해 플레이에 몰두 할 수 있다는건 참 즐거운 경험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미 많은 호평을 받은 라이프 이즈 스트레인지 역시 꼭 플레이 해보고 싶은 게임 중 하나였고 ps4로 구매해보려 했지만 캐릭터 간의 대화와 이야기의 맥락이 중요한 장르 특성 상 언어의 한계를 극복할 수는 없었고, 콘솔충인지라 pc로 플레이 할 만큼의 구매 의사는 없었습니다. 차라리 유튜브를 통해 walkthrough로 스토리 감상이라도 할까했지만 선택과 분기가 있는 게임을 보기에는 찜찜한 마음이었고 그렇게 언젠가 플레이할 날을 기약하며 잊고 살았습니다.
게임 게시판을 눈팅하던 어느 날, 아주 운이 좋게도 졸리울까님 덕분에 라이프 이즈 스트레인지 게임을 플레이 해 볼 기회가 생겼고 이미 한글패치도 완성되었다는 정보를 구해 드디어 플레이 할 수 있었습니다.
사진작가가 꿈인 고등학생 주인공 맥스는 원래 본작 배경인 아카디아 만에서 살았는데 시애틀로 이사를 가서 자라다가 다시 유명 사진작가가 교수하는 블랙웰 고등학교로 돌아오게 됩니다. 고향을 다시 보는건 좋았지만 빽빽한 수업과 어려운 교우관계에 지친 맥스는 화장실에서 불가사의한 경험을 하게 되며 자신에게 시간을 되돌리는 능력이 생겼음을 자각합니다. 이 시점부터 맥스는 시간을 되돌리며 자신이 경솔하게 내뱉은 말을 주워 담거나 상대의 정보를 캐치해 상황을 유리하게 이끌어가게 되는데 시비에 휘말리다 180도 달라진 모습으로 변한 죽마고우 클로이를 만나게 됩니다.
오랜만에 만난 서로가 연락이 뜸한 동안 정서적으로 많이 멀어졌음을 느낄 때쯤 아직 여름의 잔열이 남은 가을 날 눈이 내리는 이상현상을 목격하게 되면서 한 주 동안 펼쳐질 라이프 이즈 스트레인지의 이야기는 본격적으로 시작합니다.
라이프 이즈 스트레인지의 가장 큰 매력은 플레이어가 시간을 되돌려 다시 선택을 할 수 있다는 점인데, 최근 액션 장르마저 분기점을 만들어 멀티 엔딩으로 이루어진 게임이 많죠. 그럴 때마다 플레이어는 이렇게 할까 저렇게 할까 머리를 감싸게 되는데, 어쨌든 한 가지 선택을 하게 되고 선택한 스토리에 몰입하기 전까지는 '그때 다른걸 누를걸 그랬나'하는 고민은 누구나 해보셨을겁니다. 라이프 이즈 스트레인지는 바로 그 타이밍에 다시 시간을 돌려 이 선택도 해보고 저 선택도 해 볼 수 있습니다. A라고 대답했을때 상대방의 반응과 B라고 대답했을때 상대방의 반응을 비교해 자신이 가장 최선이라고 생각되는 판단을 할 수 있도록 합니다. 이는 '결정 장애'라는 신조어가 생길 만큼 정보의 홍수에 휩쓸린 요즘 시대에, 저 같은 어드벤쳐 덕후에게 모든 선택을 골라볼 수 있다는 만족감을 줬습니다. 게임 흐름 상 최선의 선택은 아닐지 모르나 플레이어에겐 '가지 않은 길'을 아쉬워하기 보다는 '둘 다 가본 길'중 한 곳을 걸어가는게 더 낫지 않을까요? 그런 점에서 라이프 이즈 스트레인지의 게임성에 높은 평가를 하고 싶습니다. 어드벤쳐 게임이 그렇듯 처음 한 플레이가 본인을 가장 잘 나타냅니다. 가급적 아무 도움 없이 혼자 플레이하길 권유합니다.
이 게임의 가장 큰 줄기는 '운명을 바꾸고자 하는 맥스의 이야기'입니다. 맥스는 절망에 빠진 친구를 살려줄 수도 있고, 사고를 당하게 될 친구에게 경고를 할 수도 있으며, 죽마고우 클로이가 위험에 빠지지 않도록 막을 수 있습니다. 열일하는 히어로 맥스의 고군분투는 안타깝게도 타임 루프물의 클리셰기도 한 나비효과를 차용해 '운명을 바꾸려하는 선택이 도리어 운명대로 흘러가게'하는 결과를 초래합니다. 과연 맥스는 최후에 어떤 결정을 하게 될까요?
마찬가지로 플레이 하는 당신은 어떤 결정을 해야 옳을까요?
모든 경우를 염두에 두어 최선의 선택을 찾아가는 방식이기에 그렇게 초래된 결과를 충분히 수긍할 수 있었고 더욱 스토리에 몰입할 수 있어서 플레이 내내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엔딩까지 무사히 마치고 나선 정말 괜찮은 하이틴 드라마 혹은 스릴러 혹은 버디 무비를 본 기분입니다. 적재적소에 흘러나오는 음악도 감성적이었고 당분간 버스를 탈 때는 이 게임에 나온 노래를 듣고 다닐 것 같습니다.
life is strange를 플레이하는 내내 대단히 흥미롭고 놀라운 시간이었습니다. 다시 한 번 이 소중한 게임을 플레이 할 기회를 주신 졸리울까님에게 감사하다는 말씀 드립니다.
※업적 작업 및 과정은 굉장히 쉬우니 놓쳤다고 재시작하지 말고 그냥 쭉 하시길 바랍니다.
스팀 | 1446명이 읽었어요. 18.226.93.19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