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사람 참 얄궂다.
김경문 NC 다이노스 감독과 조범현 KT 위즈 감독 얘기다. 두 사람의 인연은 참 질기게도 이어져 이제는 나란히 신생팀의 초대 사령탑이 됐다.
둘의 인연은 그동안 자주 언급됐다. 공주고 시절 잠시 한솥밥을 먹었지만 포지션이 겹쳐 조범현 감독이 전학을 갔던 일화부터, OB 베어스(두산 베어스 전신)에서 주전 포수 자리를 양분했던 이야기, 그리고 지도자가 된 후 지금까지 끊임없는 경쟁을 펼쳐왔다.
물론 두 감독은 애써 서로를 의식하지 않으려 하겠지만 사람 마음이란 게 어디 그런가. 속으로는 적잖이 신경 쓰고 있을 것이다.
두 감독의 야구인생을 살펴보면 선뜻 누가 ‘윈(win)’이라고 손을 들어주기 어렵다.
1982년 OB의 창단 멤버였던 둘은 이후 10년 가까이 팀의 안방을 책임졌다. 김 감독은 1984년과 1985년을 제외하고 조 감독 보다 좀 더 많은 출장 기회를 얻었다. 여기에는 사연이 있다.
프로 원년에 김경문 감독이 주전 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던 이유는 OB 부동의 에이스였던 박철순과 호흡이 잘 맞았기 때문이다. 에이스 전담 포수였던 김경문 감독이 그에 따른 프리미엄으로 더 잦은 출전 기회를 보장받을 수 있었던 셈이다.
이후 박철순이 장기간의 부상에 허덕였고 김경문 감독 역시 허리 디스크로 고생하면서 조범현 감독에게도 기회가 왔다. 그 즈음 OB의 2대 감독이 된 김성근 감독(현 고양 원더스 감독)은 조범현 감독의 충암고 시절 스승이었다.
당시 OB의 운영부장이었던 정진구 현 여자야구연맹 부회장은 이렇게 회상했다.
“포수로서 김경문과 조범현의 기량은 거의 비슷했던 것 같다. 하지만 김성근 감독이 조범현을 더 좋아했던 것은 사실이다. 과거 제자였는데 아무래도 팔은 안으로 굽는 것 아니겠는가”
김성근 감독이 물러난 후 그와는 야구 철학이 전혀 다른 이광환 감독이 OB의 3대 감독으로 취임하면서 다시 김경문 감독이 주전으로 나서기 시작했다.
이런 히스토리를 보면 김경문 감독과 조범현 감독의 야구 스타일은 그때부터 다른 길을 걸어왔던 것이 아닌가 싶다. 김 감독은 이광환 감독의 영향으로 좀 더 공격적이고 스피드있는 공격적인 야구를, 조범현 감독은 김성근 감독의 제자답게 조직력을 바탕으로 데이터를 중시하는 야구를 자연스럽게 습득하게 됐다.
두 감독의 통산 성적은 큰 차이가 없다. 김경문 감독이 10시즌 동안 타율 0.220에 6홈런 126타점, 조범현 감독은 11시즌 동안 타율 0.201, 12홈런 107타점이었다. 지도자가 된 뒤에도 장군멍군을 외쳤다. 조범현 감독은 SK 지휘봉을 잡고 준우승 한 차례를 기록했고, 2009년 KIA 사령탑이 돼 한국시리즈 정상에 섰다. 김경문 감독은 두산을 이끌고 세 차례나 한국시리즈에 올랐지만 모두 준우승에 그쳤다. 그러나 베이징 올림픽 대표팀 감독으로 한국에 귀중한 금메달을 선사했다.
야구 스타일만큼이나 성격도 전혀 다르다. 과거 현역 시절 두 감독의 연봉협상 스타일만 봐도 성격이 그대로 드러난다. 두 감독과 연봉 협상을 해봤던 정진구 부회장의 말이다.
“김경문은 예를 들어 ‘구단 제시 연봉이 3000만원이다’라고 말하면 ‘아니 왜 제가 그것 밖에 안됩니까’라고 강하게 항변한다. 그리고는 다음 협상 때 준비해온 이런저런 자료들을 내밀며 자신의 입장을 정확하게 밝히는 편이다. 반면에 조범현은 구단 제시액이 마음에 안들면 아무 말 없이 그냥 고개를 푹 숙이고 한참 동안 있는다. 협상 파트너 입장에서 참 답답할 노릇이었다”
정진구 부회장의 이야기는 이어진다.
“선수 시절 김경문은 이야기도 잘하고 친화력도 좋고 어떻게 보면 화려한 성격인데, 조범현은 그와 반대로 자기 의도를 잘 내비치지 않는 조용한 편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성격도 다른데다 팀내에서 포지션 경쟁을 하고 있어 두 사람은 그다지 친하지 않았다”
이처럼 극과 극의 성격과 야구 스타일을 가진 두 감독이 이제는 2년의 시간차를 두고 신생팀 초대 감독이 됐다. 조범현 감독이 이끌 KT는 앞으로 김경문 감독의 NC가 걸어온 길과 자연스럽게 비교될 것이다. 당연히 두 감독의 지도력과 리더십도 비교 대상이다.
한 번 라이벌은 영원한 라이벌일 수밖에 없는 것일까. 아마도 두 감독은 속으로 이렇게 외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지겹다 지겨워’
왜 조범현 감독이 만든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은 무시하는지 ㅡㅡㅋ
ｋｔ | 948명이 읽었어요. 18.119.122.3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