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준 선수 올해 성적을 볼까.."
"이택근"
"아니 일단 말부터 들어.."
"이택근"
"유한준선수. 작년 올해 고생하신건 아주 잘 알고 있습니다만 그래도.."
"이택근"
"아시다시피 저희 구단이 고척돔때문에 돈이 없.."
"이택근"
"프렌차이즈일수록 불만이 많은 법입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제 몸을 없애 버리겠습니까? 종기가 났다고 말이지요. 당신 한 사람을 잃는 건, 강정호 박병호 임창민 이태양을 한 번에 잃은 것보다 더 큰 넥센의 손실입니다. 당신은 아직 젊습니다. 우리 넥센에는 할 일이 태산 같습니다. 나는 당신보다 나이를 약간 더 먹었다는 의미에서, 친구로서 충고하고 싶습니다. 넥센의 품에 남아서, 넥센을 재건하는 일꾼이 돼주십시오. 낯선 팀에 가서 고생하느니, 그쪽이 당신 개인으로서도 행복이라는 걸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나는 당신을 처음 보았을 때, 대단히 인상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뭐 어떻게 생각지 마십시오. 나는 동생처럼 여겨졌다는 말입니다. 만일 넥센에 남는 경우에, 개인적인 조력을 제공할 용의가 있습니다. 어떻습니까?"
한준은 고개를 쳐들고, 반듯하게 된 천막 천장을 올려다본다. 한층 가락을 낮춘 목소리로 혼잣말 외듯 나직이 말할 것이다.
"이택근."
설득자는, 손에 들었던 연필 꼭지로, 테이블을 툭 치면서, 곁에 앉은 이택근을 돌아볼 것이다. 이택근은, 어깨를 추스르며, 눈을 찡긋 하고 웃겠지.
나오는 문 앞에서, 프런트의 책상 위에 놓인 계약서에 이름을 적고 천막을 나서자, 그는 마치 재채기를 참았던 사람처럼 몸을 벌떡 뒤로 젖히면서, 마음껏 웃음을 터뜨렸다. 눈물이 찔끔찔끔 번지고, 침이 걸려서 캑캑거리면서도 그의 웃음은 멎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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