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롯데 경기가 열린 29일 광주구장. 경기를 앞두고 롯데 선수들이 훈련을 하고 있었다. 이때, 침묵을 깨는 소리가 들렸다. 롯데 이대호(29)를 향해 1루측 관중석에서 누군가가 '돼지'라고 소리친 것이다.
마치 영화 '해운대'의 한 장면 같았다. 2009년 개봉해 1000만 명 이상의 관객을 끌어들인 이 영화에는 이대호가 카메오로 출연했다. 남자 주인공으로 분한 설경구가 만취한 채 사직구장 그물에 매달려 "이대호, 돼지 XX야"라며 욕설을 퍼부었다. 훗날 이대호가 "아무리 연기였지만 화가 좀 났다"고 했을 만큼 기분 나쁜 상황이었다.
그런데 이날 광주구장에서 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났다. 한 사람이 도발하자 주위에 앉아 있던 몇몇 팬들이 박수를 치며 호응했다. 이대호가 워낙 잘하고 있어서, 특히 전날 시즌 12호 홈런을 때리며 KIA에 0-9 대패를 안겨준 터라 그랬을 것이다.
상대 팬들의 도발에 이대호가 기분 좋을 리 없을 터였다. 그것도 민감하게 생각하는 체중을 갖고 그랬으니 화가 날 만도 했다.
이대호는 헬멧을 벗었다. 그리고는 허리를 꺾어 KIA 팬들에게 절을 했다. '그런 응원도 감사하다'라는 의미였다.
이에 놀란 KIA 팬들은 이전보다 더 큰 박수를 보냈다. 일부 팬들의 몰지각한 야유를 사과한 것이었다. 분위기가 부드러워지자 이대호도 기분 좋게 씩 웃었다.
롯데 더그아웃에서 이 장면을 지켜본 양승호 감독이 말했다. "저 녀석, 많이 컸네." 지난해 타격 7관왕에 오르며 '조선의 4번타자'라는 별명도 얻은 선수답게 통 큰 모습을 보였다는 칭찬이었다.
돼지갑 존나 귀엽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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