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날 바로 여자친구랑 손잡고 대리점에서 난 32기가 블랙, 여자친구는 16기가 화이트를 커플요금제로 샀을 때는 얼마나 기쁘던지. 당시에는 스마트폰 요금제에 커플 요금제가 없었고 할부원금? 지원금? 할인? 이런거에 대한 개념이 전혀 없어서 그냥 일반 커플 요금제로 개통해버렸다. 500메가 인터넷 추가에..
지금 생각하면 정말 호갱짓이었지만 당시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에서는 목적지를 두 정거장이나 지나칠 정도로 3gs의 매력에 푹 빠져있었다. 결국 걸어서 돌아왔지만 3gs와 함께한 그 거리는 너무도 짧았지.
예쁜 케이스와 보호필름을 사기 전까지 핸드폰에 혹시 기스라도 날까봐 구매시 붙어있는 비닐조각을 떼지도 않고 3일간 썼었다. 덕분에 거지같은 외형이었지만 보는 친구들마다 우와 아이폰이다 하면서 내 주위로 몰려들었던 기억이 난다.
게임도 정말 신나게 많이 했다. 워낙 고전 턴제 롤플레잉 게임을 좋아하는지라 비슷한 게임이 iOS로 나오면 다운받아서 밤새도록 하기도 했다. 잘 알지도 못하는 탈옥하면서 혹시 뻑나지는 않을까 가슴 졸이며 밤을 지새우기도 했었지.
하지만 iOS가 4.0으로 업그레이드 되면서 내 3gs는 점차 버벅거리기 시작했다. 아마 그때부터였던 것 같다. 나의 소중한 3gs를 외면하게 된 시점이...
친구들의 손에는 어느샌가 아이폰4가 들려있었고 아이폰4는 iOS4에서도 쾌적하게 잘 돌아가기만 했다. 내 3gs는 씨피유도 구리고 램도 구리고 화질도 구리고 정말 오징어같아 보였다. 그래도 개통한지 1년밖에 지나지 않았으니까... 참고 썼다.
다시 1년이 지나 작년 11월 아이폰4s가 나왔을 때는 정말 참을 수 없었다. 3gs에 iOS5를 올렸더니 마치 다 죽어가는 노인한테 비아그라 먹인것 마냥 버버버버벅대고 답답하기만 했다. 그래서 나는 3gs를 버렸다. 공기계를 반납하면 15만원 할부원금 빼준다고 해서 반납해버렸다.
액정이 깨졌거나, 홈버튼이 고장났다던가, 뒷판이 깨졌으면 5만원 정도 밖에 보상금을 받을 수 없다는 소식에 나는 가뜩이나 부끄러운 나의 3gs 뒷판에 새겨진 크랙을 조심스레 감출 수 밖에 없었지. 결국 A급 판정을 받고 3gs를 초기화시킨 후 폰팔이한테 건네자 폰팔이는 심카드를 빼서 나에게 주었다. 그리고 나는 4s라는 새로운 친구가 생겼다.
집에 돌아오는 길... 4s는 확실히 예전보다 훨씬 빠르고 쾌적할 뿐만 아니라 모든면에서 압도적이었다. 이 놀라운 하이 테크놀로지에게 축복을. 하지만 난 저번과 달리 버스정류장을 지나치지 않았다.
집에와서 코트를 옷걸이에 걸면서 주머니 정리를 하자 덩그라니 홀로 남은 3gs의 심카드가 손에 잡혔다.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고작 15만원에 눈이 멀어 난 나의 소중한 친구를 버린 것 이로구나. 그깟 3초 딜레이가 아쉬워서, 핸드폰 화질이 좀 안좋으면 어때서, 난 나의 친구를 버린 것 이란 말인가.
그날 난 잠을 이룰 수 없었다. 책상 서랍에 소중히 보관해둔 3gs 핸드폰 박스를 꺼내 4s박스위에 올려놓고 800만화소 4s카메라로 찍었다. 다시 한번 눈물이 났다. 마치 나의 어머니가 군대간지 얼만 안된 형으로부터 사회복 소포가 왔을 때 서럽게 울었듯이 나도 이제 영영 떠나버려 차가운 말레이시아 난민에게 험하게 다뤄질 3gs를 생각하며 펑펑 울어버렸다.
야속하게도 그 날은 눈이 펑펑 왔었다... 나의 3gs는 아낌없이 주는 나무처럼 나에게 모든걸 다 주고 버려졌다. 그래서 자기도 너무 힘들텐데, 정말 힘들었을 텐데도 나와 4s의 만남을 축복하는 하얀 눈을 뿌려주었다. 차라리 비가 왔으면 죄책감에 시달렸을망정 너를 더 그리워하지 않을 수 있었을 텐데..
그로부터 1년 후, 4s는 옛날 3gs가 그러했듯이 나의 소중한 친구가 되었다. 3gs를 떠나보낸 아픔도 4s의 하이엔드 테크놀로지에 점차 희석되어 가는 것 같았다. 여전히 텅 빈 3gs박스를 바라보면 울컥하곤 했지만 이젠 괜찮을 것 같았다.
1달 전, 아이폰5가 나왔고 각종 통신사에서는 사용하던 4s를 반납하고 5를 사면 할부원금 48만원을 깎아 준댄다. 클리앙 속물 앱등이들은 통신사에서 값 잘 쳐준다고 좋아서 실실 쪼개며 4s를 팔아버린댄다. fucking appdeung-e들...
난 아이폰5를 사지 않을 것이다. 그러면 너무 아프니까. 다시 한번 소중한 친구를 잃을 수 없으니까... 먼 훗날 4s가 오징어 처럼 보일지라도 그는 나의 첫 친구가 남겨준 소중한 벗이니까...
애플 | 1562명이 읽었어요. 3.128.203.18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