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은 역시 호텔 모닝콜로 시작합니다.
어제 분명히 노르웨이 도착 하자마자 몇번을 껐다 켰는데
시간이 계속 한시간 틀립니다.
자동설정을 바꾸고 수동으로 시간을 고쳐 놓아서
이제 맞는 것 같긴 한데 도무지 신뢰 할 수가 없습니다.
출장까지 와서 늦잠을 자서는 안 될 일입니다;;
다행히? 동행한 ㅇㅇ과장의 구형 옴니아도,
ㅇㅇ 부장의 햅틱도 모두 다 시간이 한시간씩 틀립니다.
묘한 안도감이 듭니다. ㅠ,.ㅠ
노르웨이에서는 데이터 통신료가 1kb에 8원 이라는데
싼건지 비싼건지 도무지 감을 잡을 수가 없습니다.
일단 요금폭탄이 두렵기 때문에 3G 로밍을 끕니다.
당연히 되는 기능이 하나도 없습니다.
지도도 안되고 인터넷도 안됩니다.
조용히 iPod를 열고, 음악을 듣습니다. ㅠ,.ㅠ
WiFi가 간절합니다. 뉴스도 보고 싶고, 인터넷도 하고 싶습니다.
회사에 도착하자마자 다급히 인터넷 연결부터 요청합니다만
유선만 가능하고 WiFi는 불가하답니다.
사업체 성격상 보안문제로 무선 인터넷은 열려 있지 않고, ㅠ.,ㅠ
특정 사이트는 또 보안문제로 유선일지라도 접속 할 수 없습니다.
e-mail은 들어가지도 나가지도 않습니다. Fucking Lame!! 이라고 일갈하자
노르웨이 담당자가 미안한지 얼굴을 붉히며 방을 나갑니다.
티타임을 가지고 계약 회의를 시작합니다.
그런데, 노르웨이 애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도무지 알아 들을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한국에서 온 일행들은 내가 영어를 무척 잘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당황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이며 –Yes –Yes를 연발합니다.
가시방석에 앉은 듯한 느낌이고, 어서 빨리 집에 가고만 싶습니다. ㅠ,.ㅠ
아 그런데, 노르웨이 사업담당도 아이폰을 가지고 있습니다!
-ah iPorn!!
제가 반갑게 말하자, 저쪽도 반갑게 화답합니다.
무슨 앱이 있는지 봐도 되냐고, 바디랭귀지를 날립니다.
대머리인 아이폰 주인이 손을 휘휘 저으며 봐도 좋다고 합니다.
으음. 그런데 깔려 있는 앱이 몇 개 없습니다.
게다가 설정이 노르웨이 말이라 뭐가 뭔지 잘 모르겠습니다.
제가 –Thank you 라고 말하며 아이폰을 내려 놓자
대머리가 티슈로 아이폰을 정성스레 닦습니다.
한국 사람이나 노르웨이 사람나 아이폰 애지중지 하는 것은 똑 같습니다 *^^*
오후 3시가 되니까 노르웨이 애들이 퇴근한다고 난리입니다.
법정 8시간 근무하게 되어있는데
오전 7시에 출근 했기 때문에 빨리 퇴근해야 한다고 합니다.
빌어먹을 조국의 현실과 대비되어 처연한 기분이 듭니다.
쫒기듯 호텔방에 돌아오니까 할 일이 없습니다.
함께 출장 온 ㅇㅇ부장과 한국에서 싸온 팩소주를 깝니다.
안주로 쥐포도 가져 왔습니다.
ㅇㅇ부장은 애들이 둘이고 대학생인데 등록금 때문에 걱정이 많습니다.
저는 학교 다닐 때 4년 전액 장학금을 받아서 부모님께 효도 했었다고 뻥을 치자.
(사실은 학교 졸업하는데 8년 걸림)
부장이 팩소주를 연달아 원샷 합니다.
부장이 만취 상태가 될 즈음
ㅇㅇ 과장도 제 방에 놀러옵니다.
커피포트에 가져온 컵 라면을 끓여먹습니다.
제가 짬이 제일 안 되기 때문에
물 끓이는거 치우는거 모두 제 몫입니다. ㅠ,.ㅠ
사실 출장와서 밥을 사먹지 못하는 이유는
좆 같은 공무원 규정 때문입니다.
맥도날드 햄버거 세트 하나에 한화 17,000원씩 하는 노르웨이에서
나라에서 주는 공무원 출장비로 밥을 사먹고 다녔다간
일하러 왔는데, 돈만 쓰고 가는 꼴이 되기 때문에
모두 필사적입니다 ㅠ,.ㅠ
다행히 저는 좆 같은 공무원이 아니라서
라면은 조금만 먹고,
일행들을 모두들 재운 다음에 몰래 혼자 나가서
노르웨이의 밤 문화를 즐기기로 계획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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