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넨 어디 출신인가?"
"……"
"음, 부산이군."
설득 자는, 앞에 놓인 서류를 뒤적이면서,
"FA라 지만 막연한 얘기요. 제 팀보다 나은 데가 어디 있겠어요. 타팀에 가본 사람들이 한결같이 하는 얘기지만, 밖에 나가 봐야 친정팀이 소중하다는 걸 안다구 하잖아요? 당신이 지금 가슴에 품은 울분은 나도 압니다. 자이언츠가 과도기적인 여러 가지 모순을 가지고 있는 걸 누가 부인합니까? 그러나 자이언츠엔 자유가 있습니다. 인간은 무엇보다도 자유가 소중한 것입니다. 당신은 넥센 생활과 한화 생활을 보면서 이중으로 그걸 느꼈을 겁니다. 인간은……"
"이택근."
"허허허, 강요하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내 팀 내 친정의 한사람이, 타향 만리 타팀에 가겠다고 나서서, 동족으로서 어찌 한마디 참고되는 이야길 안 할 수 있겠습니다. 우리는 이곳에 부산 3백만 동포의 부탁을 받고 온 것입니다. 한 사람이라도 더 건져서, 부산의 품으로 데려오라는……"
"이택근."
"당신은 올스타까지 발탁된 야구인입니다. 부산은 지금 당신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당신은 위기에 처한 부산을 버리고 떠나 버리렵니까?"
"이택근."
"지식인일수록 불만이 많은 법입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제 몸을 없애 버리겠습니까? 종기가 났다고 말이지요. 당신 한 사람을 잃는 건, 박기혁 열을 잃은 것보다 더 큰 민족의 손실입니다. 당신은 아직 젊습니다. 우리 롯데에는 할 일이 태산 같습니다. 나는 당신보다 나이를 약간 더 먹었다는 의미에서, 친구로서 충고하고 싶습니다. 부산의 품으로 돌아와서, 명가를 재건하는 일꾼이 돼주십시오. 낯선 땅에 가서 고생하느니, 그쪽이 당신 개인으로서도 행복이라는 걸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나는 당신을 처음 보았을 때, 대단히 인상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뭐 어떻게 생각지 마십시오. 나는 동생처럼 여겨졌다는 말입니다. 만일 롯데에 오는 경우에, 개인적인 조력을 제공할 용의가 있습니다. 어떻습니까?"
주찬은 고개를 쳐들고, 반듯하게 된 천막 천장을 올려다본다. 한층 가락을 낮춘 목소리로 혼잣말 외듯 나직이 말할 것이다.
"남겠으니 50억 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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