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따뜻한 재활팀과 냉철한 전력분석팀
SK 포수 박경완은 페넌트레이스를 우승한 뒤 이렇게 말했다. “이번 시즌 모든 고마움을 재활팀에게 돌리고 싶다. 이 사람들이 없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다.” SK가 페넌트레이스에 이어 한국시리즈까지 완벽하게 거머쥐기까지, 박경완의 말대로 없었다면 안됐을 절대적인 원동력이 재활 팀이다.
지난 겨울, 유난히 부상 선수가 많아 개막 전부터 걱정이 태산이었던 SK였기에 재활 팀의 헌신과 노력이 더 빛났다. SK 재활 시스템의 최대 모토는 ‘진단부터 철저히’이다. 일본에 있는 야구 부상의 각 분야 최고 권위자를 모두 섭외해 부상 부위 별로 요코하마·나고야·오사카 등으로 단지 진단받기 위해 선수를 보냈다. 부상이 생기면 시즌 중이라도 하루 시간 내 일본을 다녀오게 하는 이유다. 그렇게 정확한 진단을 받은 뒤 한국에 와 트레이너들의 철저하고 세심한 관리를 받으며 선수들은 다시 일어섰다.
홍남일 트레이닝 코치와 강성인 트레이닝 코치가 각각 1·2군을 맡아 몸이 재산인 선수들을 그림자처럼 함께 다니며 돌본다.
발목 아킬레스 부상에도 1년 내내 대활약한 박경완은 물론, 겨울 동안 어깨와 팔꿈치 부상을 다 극복하고 돌아온 김광현·송은범·전병두·정대현, 그리고 한국시리즈 4차전으로 돌아온 외국인 투수 글로버까지. 모두가 이 두 코치와 트레이너들의 지극정성 덕에 2010년을 성공적으로 끝냈다. 홍 코치는 특히 팔꿈치와 어깨 재활 부분에서 박사학위를 갖고 있어 현장 경험과 이론까지 모두 갖춘 전문가다. 왼 팔꿈치 통증으로 괴로웠던 전병두도 수술 대신 재활을 택해 겨울을 나는 동안 홍 코치의 지속적인 관리로 지루하기 짝이 없는 재활 과정을 잘 견뎌내고 5월 마운드에 다시 섰다.
덕아웃 뒷편과 라커룸에 재활 팀이 있다면, 덕아웃과 관중석에는 전력분석 팀이 있다. ‘데이터야구’로 대변되는 SK의 전력 분석은 김정준·노석기 코디네이션 코치가 맡고 있다. 상대 팀 전력을 정밀 분석해 SK 경기 운영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 두 사람의 역할이다. SK가 치밀하고 빈틈없는 야구를 하는 힘이다.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올해부터는 전력 분석원의 분석 내용을 덕아웃으로 전달하는 것은 금지하자 SK는 전력분석원이던 두 사람에게 코디네이션 코치라는 보직을 맡겼다. 김 코치는 덕아웃에서 경기를 지켜보며 상대 타자를 분석해 SK 배터리에게 정보를 제공한다. 포수 박경완·세리자와 배터리 코치와 함께 볼 배합에 대해 토론하는 것은 가장 중요한 업무다.
노 코치는 관중석에서 상대 투수를 분석해 SK 타자들에게 정보를 제공한다. 상대 선수들의 아주 작은 버릇까지도 집어내 경기 운영에 활용한다.
SK가 LG·롯데·KIA 등 한 번 강한 팀에는 철저하게 이길 수 있는 근본적인 요인도 바로 이들의 치밀한 전력분석이 있어 가능했다. 야구는 선수들이 하고, 작전은 코칭스태프가 짜지만, 그 뒤에 선수들의 건강과 정보력을 책임지는 여러 사람의 뒷받침이 SK의 세번째 한국시리즈 우승을 만들었다.
2. SK만의 특별한 신구조화
지난 해 송은범과 김광현을 함께 인터뷰한 적 있다. 며칠 동안 머릿속을 떠나지 않을 정도로 인상적이었던 것은 포수 박경완에 대한 이 젊은 투수들의 의존도였다. 지난 해 원투펀치로 대활약했던 둘은 무슨 이야기를 하더라도 결국은 ‘박경완 선배님’ 이야기를 꺼냈다. 아킬레스건 파열로 수술해 시즌을 접었던 박경완은 병원에 있었지만 후배 투수들은 전화로, 또 병문안으로 여전히 선배의 조언과 도움을 찾고 있었다.
이번 시즌 종료 직전, SK 선수들은 또 하나 깊은 인상을 줬다. “은퇴하시는 김재현 선배님을 위해서라도 이번에 꼭 우승하고 말겠다”는 이야기를 아마도 7~8명한테서는 들은 것 같다. 사석에서도 ‘김재현 선배님’ 이야기 하는 것을 보고 그 존재감을 확실히 실감했다.
잘 하는 팀에는 어디든 반드시 중심되는 선배가 있기 마련이다. SK 선수단에는 확실한 멘토 2명이 있다. 20대가 주류인 투수들은 국내 최고베테랑 포수 박경완을, 야수들은 대스타 김재현을 따르고 존경한다.
박경완의 이번 시즌 투혼은 어떤 말로도 설명하기 힘들다. 김성근 감독이 “박경완이 MVP”라고 시즌 내내 주장한 데도 충분한 이유가 있다. 이번 시즌도 발목 아킬레스건 부상으로 고통스러웠지만 진통제를 맞고 풀시즌에 한국시리즈까지 소화하는 투혼을 보였다. 지난 해 박경완의 공백을 느꼈던 SK는 놔줄 수 없었고, 박경완도 스스로 팀과 후배들을 위해 열심히 뛰었다.
후배 박정권의 한 마디가 박경완의 존재감을 설명해준다. “박경완 선배님은 아무 것도 않고 그냥 앉아있는 것 자체만으로도 정말 편하게 수비할 수 있게 하는 왠지 모를 믿음을 준다.”
박경완은 경기적으로 선수들을 이끌었고, 그 외 모든 것은 주장 김재현의 몫이었다. 사실 ‘노장’ 김성근 감독의 카리스마와 위엄은 SK 젊은 선수들에게 접근하기 힘든 장벽이다. 그 가운데서 중심을 잡아준 사람이 김재현이다. 2002년 LG 시절부터 김 감독의 성향을 잘 알고, 마음도 통하는 김재현은 주장을 맡은 2년 동안 선수들과 김 감독 사이를 멋지게 조율했다. ‘타고난 스타’ 김재현의 경력 자체도 후배들의 존경을 저절로 살 수 있지만, 항상 차분하게 선수들을 설득하고 훈련을 강조하는 김 감독 앞에서는 선수들을 책임졌다. SK가 잡음 한 번 없이 착실하게 우승으로 간 결정적 힘이다.
김재현은 은퇴 경기가 된 한국시리즈 4차전을 앞두고 이렇게 말했다. “감독님 방에 정말 수 없이 찾아갔다. 사실 나도 용기는 필요했다. 감독님께 선수들 의견을 전달할 때마다 확답을 들은 적은 없다. 강하게 요구했다가 2경기 연속 빠진 적도 있다. 하지만 속으로는 나와 선수들의 이야기를 듣고 계셨다.”
보다 중요했던 것은 이 두 선배를 마음으로 존경하고 조용히 따라준 선수들이다. 박경완과 김재현 모두 “우리 애들은 정말 착하다”고 말한다. 이렇게 훈련 많이 하고 육체적으로 피곤한 팀이라면 동료간의 사소한 충돌 한 번쯤 있을 법 하지만, 이 팀에서는 누구 하나 불만 없이, 두 선배를 따라 열심히 또 즐겁게 운동만 했다.
SK 선수단만의 특별한 조화. 이것이 그들을 세번째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데려갔다.
3. '아이' 향한 감독의 열정
SK 투수 송은범은 김성근 감독과의 만남을 언젠가 이렇게 추억했다.
"2006년 시즌 끝나고 마무리훈련 갔을 때였어요. 되게 높은 계단이 있는데 한 1000개쯤 되는 것 같아요. 훈련을 다 마치고 지친 상태에서 거기를 또 끝까지 올라가라고 하시더라고요. 정말 힘들어서 그냥 내려갈까 섰다가 '에잇 가보자' 하고 다시 올라가고, 몇 번을 그러다 겨우 꼭대기까지 올라갔죠. 그런데 감독님이 미리 올라와서 우리 보라고 글을 써놓으셨어요. 지치고 힘들지만 견디고 노력하면 이렇게 시원한 바람을 느낄 수 있다 뭐 그런 내용이었어요. 완전 감동받았죠. 그때부터였던 것 같아요. 정말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한 게." 그날의 교훈은 놀기 좋아하던 '풍류은범'의 마음을 꽁꽁 붙들어 SK 최고 선발에 마무리까지 소화하는 명투수 송은범을 만들었다.
김 감독 최고의 특기이자 매력은 바로 선수들의 마음을 붙잡는 데 있다. SK는 쉬는 날 하루도 없이 매일 훈련에 강훈련을 반복한다. 훈련을 보고 있자면, 모자 벗고 "안녕하십니까"하는 인사 외에는 김 감독에게 말을 거는 선수도, 그렇다고 김 감독이 농담 한 마디 하는 선수도 없다. 그저 엄하고 어려운 감독일 뿐이다. 하지만 SK 선수들을 취재하는 동안, 쉬운 말로 감독 흉보는 선수를 단 한 명도 본 적 없다. 저렇게 운동만 시키는데 어떻게 불만이 없을까 싶을 정도다. 박정권은 말했다.
"왜 불만이 없겠어요. 당연히 힘들죠. 하지만 어떡해요. 해야지. 우리도 훈련하면서 '죽겠네' '하기 싫네' 별 소릴 다 해요. 그러다 누구 한 명이 '아, 시끄러워. 그냥 해' 이러면 또 입 다물고 운동하죠. 우리도 참 희한해요."
선수들을 이렇게 그냥 하게 만드는 것이 김 감독의 힘이다.
김 감독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시기는 역시 스프링캠프다. 시즌 중 운동은 '유지'를 위한 것이고, 시즌을 치를 준비는 캠프에서 모두 결정된다고 한다. 그러니 그 운동량은 상상을 초월한다. 그 속에서 선수들이 이탈하지 않고 미래를 생각하며 훈련에 집중할 수 있는 것도 김 감독의 지도 때문이다.
매일 저녁 '정신교육'을 통해 야구 아닌 인생이야기를 들려준다. 타고난 이야기꾼이기도 한 김 감독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많은 선수들이 "그 시간이 참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어 시간이 금방 간다"고 얘기한다. 야구를 포기하려다 그 시간을 통해 마음을 다잡고 돌아온 선수도 있다.
김 감독과 처음 치른 2007년 시즌, SK 선수들은 곧바로 첫 우승을 경험했다. 물론 그 '시작'이 있기까지는 베테랑을 제외하는 선수 기용부터 너무 힘든 훈련 방식까지, 물 흐르듯 쉽지만은 않은 여러 이야기도 있었다. 하지만 4년 동안 단 한 번도 감독과 선수단 간 잡음은 없었다. 대신 단 한 번도 거르지 않고 한국시리즈에 나가 세 번을 우승했다. 물론 SK가 강팀이 되기까지는 김 감독, 그리고 모두의 또다른 노력과 힘이 수 없이 뒤섞여있다.
하지만 야구는 결국 사람이 한다.
세번째 우승으로 자리 잡은 SK의 최강 시대. 그 기본 저력은 결국 모든 선수를 '아이'로 부르며 그 마음을 잡아 내 사람으로 만드는 김 감독의 진심과 열정에 있다.
1.김정준 코치 사임
2.김재현 은퇴
3.김성근 감독님 경질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할수있는게 과거딸딸이밖에 없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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