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대현(33)은 "레이에게 감사하다"라는 말을 반복했다. 정대현의 에이전트인 레이 포이테빈트는 1990년대 후반 보스턴 극동 스카우트 총괄로 한국 팬들에게 소개됐던 인물이다.
김선우와 이상훈이 보스턴에 입단할 때 자주 이름이 오르내렸다. 2011년 11월, 포이테빈트는 다시 한 번 한국과 인연을 맺었다. 그는 에이전트로 정대현의 볼티모어행에 큰 역할을 했다.
정대현은 "11년 전에 포이테빈트와 만난 적이 있다"고 했다. 2000년 경희대 4학년이던 정대현은 시드니 올림픽에 출전했고, 미국전 두 경기서 예선 7이닝 무실점, 준결승전 6⅓이닝 2실점의 호투를 펼쳤다.
미국 스카우트들이 정대현에게 관심을 보였다. 이 중 포이테빈트가 가장 적극적이었다. 그러나 정대현은 국내 입단(2001년 SK)을 택했다. 정대현은 "당시 포이테빈트가 '나중에 프리에이전트(FA)가 되면 꼭 다시 만나자'라고 했다"고 떠올렸다.
11년 전의 약속이 현실로 이어졌다. 정대현은 2011년 시즌이 끝난 뒤 FA 자격을 얻었다. 에이전트로 변신한 포이테빈트가 정대현에게 연락을 했다. "11년 전에 미국으로 갔으면 어땠을까"라고 아쉬워하던 정대현에게는 반가운 존재였다. 곧바로 에이전트 계약을 했다.
포이테빈트는 정대현에게 "좋은 조건으로 미국에 갈 수 있다. 나를 믿어달라"고 했다. 정대현은 "포이테빈트를 믿었다. 주위에서 이런저런 말이 나왔지만 포이테빈트의 말을 신뢰했다. 그리고 그가 내가 원했던 기간, 금액을 모두 충족시키는 계약을 끌어냈다. 정말 고맙다"라고 말했다.
정대현은 최소 2년 계약, 연간 100만 달러 이상의 보장 금액을 '최소한의 조건'으로 내세웠다. 그동안 한국프로야구에서 미국프로야구로 직행한 선수는 없다. '가이드 라인'이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포이테빈트는 여러 구단과 협상을 벌였다.
그리고 대부분의 일본 불펜투수보다 더 좋은 조건으로 계약을 성사시켰다. 보스턴 스카우트 시절, 단장으로 일했던 댄 듀켓이 볼티모어 부사장으로 재직 중인 것도 협상을 수월하게 했다. 정대현은 "외국인과도 좋은 인연을 맺을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하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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