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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기사
“지난 6월에 국내 지도자 생활에서 은퇴하려 했다. 8월까지 사표를 품고 다녔다.”
올시즌 SK를 준우승에 올려놓은 이만수 감독대행이 쌓아뒀던 속마음을 절절하게 털어놓았다. 이 감독대행은 지난달 31일 한국시리즈(KS) 5차전을 마친 직후 잠실구장 임시 라커룸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정말 외롭고 쓸쓸한 시간이었다. 선수들이 없었다면 버텨내지 못했을 것이다”라며 한 시즌을 반추했다.
이 감독대행은 올시즌 SK 수석코치와 2군 감독을 엮임하다 지난 8월 18일. 전임 김성근 감독의 사퇴로 감독대행직에 올랐다. 이 감독대행은 “정말 맡기 싫은 자리였다. 아내와 아들. 모두가 말리는 자리였다. 그러나 무책임하게 나까지 그만둘 수는 없었다”며 당시 상황을 회상했다. 그는 “이제 감독대행은 끝이다”라며 묘한 뉘앙스를 풍기기도 했다.
김경윤기자 bicycle@sportsseoul.com
이만수 감독대행, 경기 후 하염없이 눈물 흘리다
한국시리즈(KS) 5차전이 끝난 지난달 31일 잠실구장 SK 임시 라커룸. SK 이만수 감독대행은 갈색 간이의자 맨 끝에 홀로 앉아 있었다. SK 선수들은 경기 후 부리나케 구단 버스에 몸을 실었지만 이 감독대행은 그럴 수 없었다. 예정된 미디어 인터뷰를 기다려야 했기 때문이다. 덕아웃에서 삼성 선수들의 우승 세리머니를 지켜보던 그는 라커룸으로 옮겨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이 감독대행은 자신의 구형 휴대폰을 만지작거렸다. 휴대폰을 누르는 소리가 텅빈 라커룸에 울릴 정도로 고요했다. 밖에서 들려오는 그룹 퀸의 노래. ‘We are the champion’과 관중들의 환호 소리가 조용하게 들릴 뿐이었다. 간이의자 몇 개. 테이블 한 개가 전부인 라커룸이 을씨년스럽기까지 했다. 몇몇 사람들이 라커룸의 문을 열어 보았지만 이 감독대행을 확인한 뒤 재빨리 문을 다시 닫았다.
조심스럽게 찾아온 취재진의 방문에 이 감독대행은 특유의 웃는 얼굴로 악수를 청했다. 눈은 웃고 있지 않았지만 입꼬리를 올리며 웃으려 애를 썼다. 그는 갈라진 목소리로 “나는 선수들에게 고맙다는 말 밖에는 할 수 있는 말이 없다. 선수들이 있었기에 덜 외롭고 덜 힘든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수없이 도망가고 싶었고 많이 울었다. 야구 인생의 끝에서 선수들을 보고 힘을 얻었다. 나는 참 행복한 지도자다”라며 미소를 띠었다. 이 감독대행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잠시 회상에 잠긴 그는 이야기를 이어갔다. “사실 지난 6월. 모든 것을 놓아버리려고 했다. 가족회의에서 아내. 아들과 미국으로 돌아가기로 이야기를 마쳤다. 미국에서 야구교실을 하든. 무엇을 하든 일단 그만 하는 것이 맞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그는 “그날부터 유니폼 안 쪽 주머니에 사표를 넣고 다녔다. 언제 그만둬야 할지 고민하던 중 갑자기 김성근 감독님이 사임하셨다”고 말했다.
“진짜 하기 싫었다. 김 감독님의 빈 자리를 메울 수 없을 뿐더러 고난의 길임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쩌겠나. 일단 해보는 데까지는 선수들을 이끌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시작했다”고 담담히 말했다.
이 감독대행의 휴대폰에는 간간이 문자메시지 도착음이 울렸다. 그는 “잠시 전화 한 통 하겠다”며 혼자 있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리곤 어디론가 전화를 하기 시작했다. 수화기에선 아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좀 전까지 무거운 목소리 톤으로 이야기를 꺼내던 이 감독대행이 아무렇지 않은 듯 밝게 전화를 받았다. 이 감독대행은 다시 홀로 시간을 보냈다.
김경윤기자 bicycle@sportsseoul.com
ㅠ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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