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님, 선수들 외출 좀 시키겠습니다.”
김 감독의 눈이 동그래졌다. 선수들 외출을 시키겠다니.
“아니 내가 언제 너희 보고 외출하지 말라고 그랬나?”
김재현은 “그게 아니라….”하면서 자초지종을 털어놨다. 사연은 이랬다. 선두 싸움의 분수령이던 8월 21~23일 문학 KIA 3연전에서 SK는 속절없이 3연패를 당했다. 충격은 컸다. 김 감독이 ‘이러다 5위로 처지면 어떻게 하나’ 덜컥 겁이 났다고 고백할 정도였다. 선수들은 말할 것도 없었다. 그토록 바라던 정규 시즌 3년 연속 1위가 물거품이 될 처지였다. 게다가 심판 판정 문제로 김 감독은 사면초가에 몰려 있었다. 그때였다. ‘캡틴’ 김재현이 나섰다.
동료를 모아두고 “당분간 외출을 자제하고 훈련에 집중하자”라고 설득했다. “감독과 팀이 위기에 몰린 지금이야말로 우리가 하나가 될 때”라고 강조했다. 선수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캡틴의 의견에 따랐다. 그리고 손을 맞잡았다.
기적은 그때부터 시작됐다. 그날 이후 한 번도 지지 않았다. 주변에선 ‘욕심’이라고 했지만, SK 선수단에 정규 시즌 1위는 단결의 상징이었다. 자신들의 한계를 시험하는 위대한 도전이었다. 팬이 포기하지 않으면 우리도 포기하지 않겠는다는 약속이었다.
17연승에 성공한 SK. 김성근 감독이 관중석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사진=SK)
9일 광주 KIA전에서 승리하며 10연승을 돌파하자 그제야 캡틴은 자발적 외출금지령을 풀었다. 자신의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 김 감독이지만 이때만은 예외였다.
“선수들에게 고마웠다. 진정한 자율야구에 도달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 감독이 마지막 한 경기까지 포기하지 않겠다고 말한 배경에는 이러한 선수들의 진정이 숨어 있다.
김재현은 말로만 팀을 이끈 게 아니었다. 17연승을 하는 동안 타율 3할1푼4리, 4홈런, 14타점으로 팀 타선을 이끌었다. 이 기간 OPS(출루율+장타율)는 팀 내에서 가장 높은 11할1푼3리였다. ‘오! 캡틴, 마이 캡틴’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는 활약이었던 셈이다.
[출처] ‘오! 캡틴, 마이 캡틴’, 프로야구 주장 이야기 |작성자 박동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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