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연봉제는 어떻게 LG를 망가뜨렸나

LG 신연봉제 도입 뒤 구단주는 “2군 애들 눈빛이 반짝거리더라”고 자찬했다. 실제 LG가 박종훈 감독을 영입한 것도 잔뜩 기가 죽은 ‘2군 애들’ 눈에서 빛이 나게 해달라는 의미가 컸다. 그런데 문제는 감독이 기용을 해야 ‘2군 애들’의 눈빛이 계속 반짝거릴 수 있다는 점이다. LG가 과연 ‘2군 애들’을 마음껏 기용할 수 있는 환경인가? 지난해 박종훈 감독을 영입하자마자 이택근과 이병규를 라인업에 추가한 팀이 LG다. 감독은 아무래도 연봉을 더 많이 받고 스타인 선수를 많이 기용할 수밖에 없다. 눈빛이 반짝거리는 선수를 기용하기 위해 ‘비싼 애들’을 벤치에 앉히면, 비싼 애들 눈에서는 불꽃이 이글이글대기 때문이다. 신연봉에 하에서는 ‘2군 애들’을 기용하면 ‘1군 애들’이, 1군 애들을 기용하면 2군 애들이 서로 손해다. 기용되지 못하는 선수들은 감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안 그래도 감독이 투수 하나 마음대로 2군에 보내지도 못하는 팀에서.

신연봉제는 승리라는 결과와 무관한 이런 야구의 요소들을 싸그리 무시한다. 그야말로 ‘몰야구적’인, 야구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기에 나올 수 있는 아이디어다. 야구의 현장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선수들이 흘리는 땀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조금이라도 이해한다면 이런 아이디어를 내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신연봉제는 구단주의 강력한 의지에 의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분명 구단주에게 신연봉제를 시행하자고 부추긴 책임자가 있을 것이다.

아마 이 책임자는 이전에도 LG가 더 좋은 길로 갈 수 있었던 순간마다 그와는 반대되는 결정을 내리거나, 구단주에게 잘못된 조언을 해서 팀을 망친 장본인과 일치할 것이다. LG는 2011년에 충분히 이것보다 더 좋은 결과를 낼 수도 있었다. 하지만 신연봉제가 그 가능성을 망쳤다. 그리고 어쩌면 앞으로의 시즌도 그 악영향에 시달려야 할지 모른다. 책임을 묻는 것이 불가피해 보인다.

http://sports.news.nate.com/view/20110930n15604?mid=s1000

SSG | 837명이 읽었어요. 3.141.19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