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감독은 지난달 '야왕'이라는 멋진 별명을 얻었다. 선수층이 얇은 한화가 제법 잘 싸우며 높은 승률을 올린 덕분이다. 지난 2년간 꼴찌팀을 응원하다 지친 한화 팬들은 한 감독을 '야왕'으로 추앙하고 있다.
한 감독은 이 말이 싫지 않으면서도 부담스러운 모양이다. 주위에서 하도 '야왕' 타령을 하니 "그만하라"며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구단 관계자나 취재진은 막을 수 있어도 팬들은 막을 수 없다. 한 감독의 작전이 성공할 때마다 '야왕의 한 수', 한마디를 남길 때마다 '야왕의 일갈'이 만들어진다.
한 감독은 "현재 7위인데도 이러면 4강에라도 든 다음엔 뭐라고 할 건가"라고 되물었다. 4강에 들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내비쳤다기보다는 쏟아지는 칭찬이 부담스럽다는 의미가 더 크다.
한화는 6위 두산과 3경기 차로 뒤져 있다. 중위권 팀들이 만만치 않아 더 위로 치고 올라가긴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한 감독이 "우리가 4강 가면 여럿이 힘들어 질 것"이라고 농담한 것도 한화와 다른 팀간의 전력차는 엄연히 존재한다. 한 감독은 "6월 이후에는 불펜투수와 젊은 타자들의 체력이 걱정"이라고도 했다.
그러나 5월 선전에 신이 난 한화 팬들과 선수단은 6월에도 상승세를 이어갈 수 있다는 희망에 부풀어 있다. 냉정히 따져보면 어려운 일이지만 '야왕'이라면 할 수 있지 않느냐는 분위기다. 얘기가 진지해지자 한 감독은 또 한 번 통렬한 유머를 터뜨렸다.
"자꾸 (야왕이라고) 그러지 말어. 계속 들으니 진짜 같잖여."
야왕 전하께서 다음 별명을 준비하랍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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