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벨을 올리면 올릴 수록 재밌었던 시절이 있었다. 막 서부 몰락지대를 졸업하고
벤퀘를 겪으며 그늘숲에서 처음보는 언데드와 싸우고 저습지로 넘어가
오크와 싸우던 그 시절.
내가 존나 저렙인 시절 늘 힐스에서 뒷치기를 당했다는 음경님의 투덜댐으로
인해 힐스는 그야말로 모험의 지대인 것인 줄 알았고, 무법항은 해적의 로망이
살아 있는 그런 곳인 줄만 알았다.
레벨 30이 넘을 때까지 동부 왕국 반도 못 돌아본 걸 개탄하면서 이래서 언제
칼림도어를 가 보나 하는 생각도 했다.
38렙 타베사의 부탁으로 잊혀진 땅에 가는 길. 불모의 땅에서 만렙 도적에게
세 번씩 죽었지만 그래도 즐거웠다.
수도원은 한 걸음 한 걸음 조심스럽게 내딛는 과정이 인상에 남았고
울다만은 갈 때마다 다른 느낌에 신비스러웠고
줄파락은 일종의 축제였다.
간신히 간신히 46렙인가 7렙인가에 말을 장만하고서 그것만으로 기뻐 가지고
그리핀도 안 타고 말로만 왕복했던 적도 있다.
지금은?
재미 없다.
단지 만렙도 못 찍고 그만두긴 지금까지 한 게 억울하지 않나 하는 생각에
오기로 할 뿐
점점 재미 없어 진다.
아마 오픈베타든 상용화든 뭔가 눈을 돌릴 수 있는 것을 만들어 주지
않는다면 안 할 거다.
이전엔 단순히 내 생활이 망가져 가는 게 두려워서 잠시 끊어볼려고도 했지만
진짜 다음에 그만둘 때는 재미가 없어서 그만두게 될 거 같다.
와우
재미 없다.
정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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