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아지같던 20대를 지나 서른 살을 먹으면서 머릿속을 지배했던 가장 큰 고민 중 하나는 '나는 어떻게 살 것인가', 정확하게 하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살 것인가'에 대한 문제였다. 아마도 그 시기에 나쁜 맘을 먹고 남들에게 피해를 주며 자신의 이익만 추구했던 사람들을 너무 많이 봐서 그런 걸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세월호 사건(사고가 아닌)을 겪으며 그 생각은 증폭되어 모든 사고를 뒤엎게 했던 것 같다. 특히 음악이나 영화 등 예술 작품을 접근할 때에는 거의 자동적으로 '이것이 내게 어떤 생각을 하게 하고 영향을 주는가'에 따라 그 가치를 판단하는 것이 습관처럼 되어버렸다. 나를 돌아보게 하거나 내가 어떻게 살아야 나아지는가를 고민하게 해 주는 뭐 그런 거. 는 이런 내 생각을 폭발시켜 주는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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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민주화운동'과 '송강호'. 두 가지 타이틀만으로도 영화가 개봉되기 한참 전에서부터 어느정도의 재미는 보장되었었지만 이를 어떻게 보여주느냐에 대한 궁금증이 있었다. 뒤져보니 힌츠페터가 나온다더라. 아하, 그러면 '외국인의 시선에서 바라보는 광주의 모습'이 주가 되려나? 그래그래, 우리나라 사람들 특히 올림픽이나 국제 대회에서 우리끼리 주모 찾고 있을 때 '해외 반응'이라며 2ch나 레딧 댓글 긁어서 번역해 올리고 그랬잖아. 예전부터 종특같이 외부에서 바라보는 시선에 굉장히 민감했으니 이 영화도 그러한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광주에서 벌어진 일이 객관적인 시선으로 볼 때 어떤 느낌인지 알려주는 전개가 되겠구먼. 좋았어 그럼 덩케르크랑 비교하면서 보면 재밌겠구먼. 허허허. 나도 영화평론가 다 됐어. 허허허허허허허허. 라고 생각하며 영화관에 들어갔는데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면서 내 머리에 드는 생각은 지금 현재를 살고 있는 나와 내 주위에 대한 문제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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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내재적 관점으로만 보면, 완성도는 별로였다. 특히 오프닝의 cg는 너무 심했다. 어디 박물관에 스크린으로 보여주기도 민망할 수준으로 시작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컷도 툭툭 끊기는 느낌이 너무 많았고. 의 컷 끊음이 속도감을 잡아주는 기재로 작용했다면 에서는 매듭짓지 못하고 황급히 화제를 돌리는 그런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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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 완성도의 모든 문제를 송강호라는 당대 최고의 배우가 카바치고도 흘러넘치게 만들어 주었다. 특히 클라이막스 즈음이 되는 국수 먹는 장면에서 카메라가 쭈욱 당겨질 때에는 '이 아자씨가 안면 근육 하나하나로 연기하는 구나'하는 생각을 들게 할 정도로 내가 저 상황이라면 무슨 생각을 할 지를 얼굴 하나로 표현해 내었다. 진심으로 미친 것임에 틀림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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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강호에 대한 또 하나, 과 비교해 보면, 하나의 역사적 사건에 대해 그가 연기한 인물들의 스탠스 변화 양상이 비슷한 곡선을 그리고 있었다. 철저하게 외부인의 시선으로 관망하다 자신에게 닥치는 몇 가지 이벤트를 거치며 서서히 안으로 들어오게 되어 종래에는 그 중심부에서 사건을 주도해 나가는 인물로의 변화. 부림 사건을 바라보는 송우석이 그랬고 광주 운동이 변화시킨 김만섭이 그랬다. 두 작품에서 다루고 있는 사안의 성격으로 볼 때 아마 그가 스스로 이러한 변화를 보이는 역할을 원하지 않았을까 싶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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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준열의 진화도 눈에 띄었다. 시리즈는 안 봐서 모르겠고 에서 정우성, 조인성과 같이 잡혔을 때 튀거나 모자람이 없어 보여서 '아아 저 정도 배우적 위치에 있는 사람이구나'정도로 생각했는데 이번에는 송강호, 유해진과 같이 잡혀 주고받아도 모자람이나 부족함이 없어 보이는 느낌이었다. 내가 뭐 연기에 대해 아는 바는 없지만 에서 한석규, 김래원과 같이 잡히던 신성록이 너ㅓㅓㅓ무 부족하고 못나 보였다고 느꼈었는데 류준열은 이 작품에서 그러한 도드라짐 없이 자연스럽게 섞인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야 세상에 저 둘이랑 맞다이가 가능해. 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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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 시기 때문에라도 랑 비교가 될 수밖에 없는데(개인적으로는 왜 를 욕하는지 모르겠다. 7번방의 선물이나 명량도 관객 1천만을 넘게 찍는 나라인데), 군함도를 배경으로 한 조선인들의 탈출 스릴러가 라면 는 광주 자체가 이야기의 방점인 영화이다. 우리가 뭐 힌츠페터의 광주 잠입 스토리나 말미에 일본 가서 미디어에 뿌리고 나중에 한국 와서 '김사복씌 만나고 쉽숨다'를 보고 크으으하진 않잖나. 에 대한 리뷰도 좀 쓰고 싶은데 작품 외적으로 좋은 이야기가 안 나올 거 같아서 흘렁흘렁 넘어가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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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이제 각 잡고. 우리는 '광주 민주화 운동'이라는 역사적 사건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가. 사실 존나 거창한 이야기처럼 들리지만 3.1운동의 역사적 의의를 찾는 문제랑 동일 맥락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1) 운동의 주체가 되었던 그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그들을 자랑스러워 해야 하며 2) 그들이 80년에 행한 일을 통해 지금 우리가 이렇게 민주주의 사회 안에서 내가 하고싶은 말을 자유롭게 하며 살아갈 수 있음을 인지해야 하고 3) 그들이 행한 일이 정치적, 이념적으로 변질되거나 왜곡되어서는 절대 안 된다. 너무도 당연한 이 말이 그 때도, 지금도, 아마 뒤에도 온전히 전달되지 않을 것이기에 누군가가 계속해서 소리쳐 주는 스피커가 되어야 했고 이 영화가 그 스피커 중 하나의 역할을 담당한다고, 아니 애초부터 담당하기 위해 기획되고 제작되어 송강호가 연기한 거라고 넘겨짚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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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안의 인물들은 크게 몇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민주주의 운동의 주체인 광주 시민, 이를 폭도로 규정하고 제압하려는 공권력, 그리고 이를 방관하거나 이들의 생각에 동조하는 일군의 세력, 마지막으로 이를 아무 것도 모르는 대부분의 사람들. 앞선 두 무리는 작품 안에서 직접적으로 혹은 우리가 미디어를 통해 많이 접하게 되는 집단이기에 별 다른 생각은 없지만, 공권력의 무자비함에 방관하거나 그들에게 동조했던 무리들에 대해서는 한 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우리가 그들을 욕하며 돌멩이를 집어던질 수 있을까? 작품에서 나오는 광주일보 사장의 '이거 한다고 뭐가 달라져? 그리고 이거 했다간 우리 당장 문 닫아야 돼' 한 마디는 이 문제를 집약시켜 표현하였다. 객관적인 시선으로 바라볼 때에는 대부분이 삭제된 신문 1면을 발행한 이 신문사에 대해 개새끼 소새끼 욕을 할 수 있겠으나 생계가 걸리고 나아가 목숨이 걸려있는 상황에서 이런 결정의 상황이 내게 닥쳤을 때 선뜻 '의인'을 자처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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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아가, 지금 우리에게 '사회 전체적으로는 이익이지만 나에게는 손해'되는 어떤 일에 대하여 사회를 위해 내 희생을 기꺼이 감수할 수 있을까? 노블리스 오블리쥬를 나도 보일 수 있을까? 자신 없다. 아니 내 성격상 어떠한 이유 등으로 그러지 못함을 합리화하여 자위하겠지. 최근에 나오는 부동산 정책이나 조세 정책 역시 가진 자들에게 돈을 조금 더 걷어서 없는 자들에게 더 많이 베풀자는 것이 골자이고 당연하게도 가진 자들의 반발이 거세지만 우리가 그들에게 그만 좀 가지라고 비난할 수 있냐면 섣불리 당연하지!라고 얘기할 수 없다는 것이다. 비난할 수 있다면 그들 안에서 자성의 목소리들만이 유효하겠지. 때문에 남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사람을 우리는 '영웅'이라 부르는 것일 테고. 그래서 아마도, 영화라는 장치를 통해 이러한 영웅들을 자주 투사해 냄으로써 남을 위해 희생하는 사람이 영웅이 아닌 그저 평범한 개개인이 되어갈 수 있는 토대가 되어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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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초반에 힌츠페터가 한국의 지인을 만났던 다방. 그 안에 있던 모든 손님들은 사실 무지한 사람들이었다. 고장난 차 앞에서 힌츠페터와 멱살잡이를 했던 김만섭, 국수집에서 김만섭이 바라보던 주인과 손님들 모두. 미디어에 나오는 이야기만을 사실로 인지하고 '그냥 쩌 아래에서 크지 않은 일들이 벌어졌나봐' 정도로 받아들인 사람들. 추측건대 4천만 중 95%였던 사람들. 그들을 무지한 사람이 아닌 무식한 사람으로 만든 일등공신은 권력에 의해 장악되고 종속된 언론이었을 것이다. 물론, 지금도 언론이 정상적인 균형감각을 가지고 있다고 보기는 힘들다. 많이. 같은 이벤트에서 바라보는 관점이나 내뱉는 코멘트들을 읽어 보면 '왜 굳이 이렇게?'라는 생각이 자주자주자주자주 들곤 한다. 그래서, 최소한 똑똑하다는 소리는 못들어도 무식한 놈이라 욕먹지 않기 위해서는 우리들의 눈과 귀 앞에 갖다주는 이야기만을 취합하지 말고 조금의 시간이라도 내어서 스스로 정보를 찾아보고 이해하는 습관이 필요할 것이다. 인터넷 요즘 삐까뻔쩍하게 발달돼 있잖나. 정 자신 없으면 나무위키라도 보면서 능동적으로 정보를 찾아보는 습관을 들여보는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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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고 왔던 많은 사람들이 마지막 카 체이싱 씬에 대해 '이건 좀 많이 구리'다고 해서 대체 얼마나 별로길래 하며 봤는데 개인적으로는 이 씬 전체가 광주 운동 전체를 함축시켜 놓은 메타포로 해석이 되었다. 민주주의를 수호하려는 약자, 그들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자, 그리고 그들을 막으려는 자. 영화 중후반부에 발포하는 군인들 사이로 택시 운전사들이 자신의 차량을 통해 부상자들을 후송시키는 장면이 실제 광주에서 있었던 일을 극화한 것이라고 하니 이 정도 해석을 위한 장면은 얼마든지 넣어도 이상할 게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면 너무 구려서 어떻게든 해석해 보려고 애쓴 결과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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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이거 좀 제대로 써 보려고 처음으로 평론가들의 코멘트들을 읽어봤는데(이거 쓰면서 읽어보니까 존나 구리긴 하지만) 생각보다 평점이 박하더라. 내용을 읽어보니까 가관이던데, 왜 이 사람들이 에는 그렇게 높은 점수들을 주며 빨아댔던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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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숨을 푹 쉬며, 킁-하고 콧물을 훔치며 영화를 보는 사람이 꽤 있었다. 반면에 '으왕 류준열 존나 멋있어 진짜'하며 불 켜지자 마자 후다닥 내려가는 중고딩 여자애들도 있었다. 그들 각각에게 이 영화, 광주 민주화 운동은 어떠한 의미를 가지게 될까. 부채의식까지는 바라지도 않으니 최소한 그때의 사람들에게 고마움을 가지고 그들이 만들어 준 현재를 누렸으면. 그 시대를 살지 않았던 내가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 고마움을 느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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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에서 혼자 씨부리던 내용 살짝 옮겨와 봄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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