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관객들이 보기엔 '이게 대체 뭔 소리여??' 할 것 같고....
그래서 지우고 다시 쓰기를 세 번 정도 반복한 것 같습니다.
그냥 마음을 비우고 간단히 써보려고 합니다.
아, 욕설이 들어갈지도 모르겠어요.
우선 평점을 줘보자면
- 공각기동대가 대충 뭔지는 안다. -> 괜찮은 팬서비스 영화입니다.
- 공각기동대가 뭔지 알고 모든 시리즈를 다 보았다. -> 고개를 갸우뚱 할 수 있으나 괜찮은 팬서비스 영화입니다.
- 공각기동대라는 작품이 어떤 작품인지 명확히 알고있으며, 모든 시리즈를 다 보았다 -> 쓰레기 영화입니다.
- 공각기동대라는 작품이 어떤 작품인지 명확히 알고있으며, 모든 시리즈 또한 다 보았고, 공각기동대의 각 시리즈가 주는 메시지 때문에 이 작품을 좋아한다. -> 보다가 실신할 수 있을 정도의 쓰레기 영화입니다.
이제 소탈하게 살펴 봅시다.
1.
트레일러에서는 대놓고 영상화된 작품의 오리지널인 95년작 공각기동대의 냄새를 풍깁니다.
사실, 본 영화의 기둥이기도 하며 전개또한 95년작의 그것을 따릅니다.
다만, 이 영화에서는 공각기동대의 '전 시리즈'에서 요소요소를 다 가져왔습니다.
TVA 시리즈인 S.A.C / 2ND GIG / SSS. 두번째 극장판인 INNOCENCE에서도 많은 요소를 따왔으며, 심지어 코믹스 공각기동대와 신작인 arise에서도 차용한 부분 또한 있습니다.
이걸 찾아보는 재미는 있습니다. 다만, 그 요소들을 모조리, 양껏 망가뜨려서 넣어 놨습니다.
인물, 설정, 원작 공각기동대에서 보이는 화면이 주는 의미, 인물간의 관계, 갈등의 이유 등등등.
공각기동대 시리즈에서 많은 부분을 가져와서 지좆대로 해석(이라고 부를 수나 있을지)해서 비벼놨습니다.
2.
국내 상영의 자막 퀄리티가 엉망진창입니다.
뭐, 원작 팬들이야 '의체'라고 표현하면 다 알지만 일반 관객이 볼 것을 상정한 자막인가? 라고 생각해도 개좆병신 같습니다.
'의체' 하나의 단어를 무슨 인공지능 신체랬다가 사이보그 신체랬다가 아주 그냥 지좆대로 표현 해놨습니다.
많은 분들이 트레일러를 보셨을 때 제기하셨던 major = 소령은 고쳐놓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아라마키 과장은 극중에서 일본어를 사용하는데, 대놓고 '소좌'='소령' 라고 부르는 데도 꿋꿋하게 메이져로 밀어 놨더군요.
대단히 굳은 심지의 씹쌔끼임이 스크린 너머로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언뜻언뜻 들어도 심하게 의역해놓은 부분이 많습니다. 너무 많아서 중간에는 그냥 머리를 비우고 봤습니다.
3.
공각기동대의 주인공은 쿠사나기 모토코 / 소령 입니다.
하지만 이 영화의 주인공은 소령임과 동시에 소령이 아닙니다. 명백하게 다른 인물입니다.
좋은뜻은 아니고요, 좆같다 이겁니다.
소령이라는 캐릭터를 소름끼치게 엉망진창으로 만들어 놨어요.
소령이라면 할 리가 없을 대사와 행동들, 기이함의 연속입니다.
소령은 그냥 기억을 잃은 의체 프로젝트의 실험체일 뿐입니다. 더는 없어요. 그냥 그게 끝이에요.
소령이 했던 행동들, 그러니까 화면에 보여지는 장면이 어떠한 의미를 가지고 있는가? 는 아무것도, 전혀 없이 '그저' 그 장면만들 영화화 한 것이라 보시면 됩니다.
4.
소령역의 스칼렛 요한슨이 공각기동대를 면밀하게 분석하고 연기 했다면 욕하고 싶고, 감독이 그렇게 연기하라 지시를 한 것이라면 욕할 것은 없네요.
하지만 이 영화에서 소령은 감성 한 숟갈 뿌린 터미네이터 같습니다. 블레이드 러너의 레플리칸트 같아요. 굉장히 딱딱하고 경직 된 연기를 합니다.
소령이 '초위자드급 해커'이기에 강하다는 설정은 개나 줘버리고, 그냥 '힘세고 강한 의체'를 가진 소령을 표현 하기 위해? 아니면 정신과 육신과의 단절감을 느끼는 것을 표현하는 건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만, 하여간 제가 보기엔 터미네이터 혹은 레플리칸트 같아 보였습니다.
5.
토구사는 본 극에서도 의체화에 대해서 갈등한다는 설정입니다. 그것까진 좋은데 토구사의 상징인 '마테바 리볼버'는 어이없게도 아라마키에게 갑니다. (그 총이 마테바인지는 모르겠지만요)
심지어 아라마키는 습격자 셋을 상대로 총싸움을 벌이며, 이겨냅니다. 캬~ 아라마키 과장 전투력 짱짱맨이십니다.
6.
주요 등장인물에 '쿠제'가 있습니다. 네, 2nd gig의 사실상 주인공인 '쿠제'요.
그리고 이 영화의 쿠제는 95년 작 공각의 '인형사'와 2nd gig의 '쿠제'를 비벼놨습니다.
알맹이는 하나도 없으며, 껍데기만 비벼놨습니다.
인형사라는 존재의의를 나타내는 대사인 '정치적 망명을 신청한다.'라던지, 쿠제가 가진 '열반에 들어선 영웅심' 같은 거 좆도 없습니다.
그냥 이것저것 잡 설정들 따다가 비빈 별개의 역할입니다. 근데 그게 진짜 짜증나게 중요한 요소를 건드리는 상태로 비벼놔서 존나 맛없어요.
7.
음악도 거지 같아요.
딱하나 들을만한 음악은 하나 있습니다. 이 영화에 쿠키 영상은 없으니, 엔딩 크레딧에 올라오는 reincarnation이나 듣고 나오시면 됩니다.
팬서비스를 할 거였으면 inner univers나 rise, player 등등 명곡들 많으니 그거 리메이크 해서 넣었으면 '그것만으로도' 좋았지 않았을까 생각하는데 그런 거 좆도 없어요.
8.
7번과 연계되는 이야긴데, 공각기동대 특유의(아니, 장르적 특성인) 디스토피아의 도시를 보여여주는 장면이 있긴 있는데, 별로 대단스럽지도 않고 멋들어지지도 않아요. 거대한 홀로그램이 디스토피아를 상징한다고 생각했던 걸까요.
innocence의 퍼레이드 씬을 안 봤을리도 없는데.
9.
일본에서는 원작의 성우들의 더빙으로 상영된다고 하는데, 진짜 차라리 그걸로 보면 느낌이라도 살아서 재미있게 봤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근데 스칼렛 요한슨의 소령 연기가 본작과의 괴리감이 워낙 커서 그것 나름대로 좆같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드네요.
아 또 쓰다보니 이따위 욕설글이 써지네요.
과도한 기대감은 좋지 않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낍니다.
배댓슈를 보고도 꾹꾹 눌러 참으며 리뷰를 참았었는데.....
혹자는 루시랑 비슷하지 않을까? 하는데 전 차라리 루시가 더 재미있었습니다.
아무튼 간에,
장점.
- 공각기동대 전 시리즈에서 등장했던 장면을 영화화 했습니다. 다만, 그 장면이 담는 메시지 없이, 그냥 그 장면'만' 영화화 했습니다.
- 공각기동대 시리즈의 팬이라면 심쿵하는 디테일이 몇 개 있습니다. 마치 영화 워크래프트를 보는 와우저들이 흠칫흠칫 놀라는 그것과 비슷할 겁니다.
단점.
- 메시지 같은 거 없고, 그냥 헐리웃 영화입니다.
- 소령, 아라마키 과장, 인형사, 쿠제, 바토, 토구사, 청소부 등등 원작의 인물들이 모조리 파괴됐습니다.
본 영화를 보신, 혹은 보실 공각기동대의 팬 여러분들의 혈압에 안녕을 기원합니다.
- 존재 자체.
저는 오늘 부터 공각기동대 정주행을 일단 하고, 싸이코패스도 한바퀴 돌려 본 다음 블레이드 러너를 보는 먼 여행을 떠나려 합니다.
사실 이거에 다섯배는 넘는 분량을 적다가 다 날리고 다시 쓴 리뷰입니다. 머리가 너무 아픕니다.
이딴 똥글을 읽어주신 알지롱거 여러분들 감사합니다.
개 씨발 너무 슬픈 마음에 알지롱거들의 행복을 기원 합니다.
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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