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헌이 나온다네??
좀 더 기대가 된다.
그런데 각종 리메이크 영화들이 폭망...까지는 아니더라도
흥행이 부진했던 기억들이 떠올랐다.
그러니 불안해질수밖에...
딱히 이병헌 빠는 아니긴 하지만...
그래도 기껏 나와서 동양인들의 뻔한 포지션으로 마무리되진 않을까,
아니면 원작의 빌리처럼 등장할때만 있어보였지
딱히 눈에 띄는 활약도 없다가 그냥 그렇게 죽어나갈까,
(원작의 빌리는 죽음, 그럼 리메이크에서는 과연?!)
아니면 살아남더라도 별 하는거 없이 얼굴만 비추다가 끝날까 걱정이 될 수 밖에 없었다.
사실 이병헌이 아예 안나온다면 이런 걱정따위 하지도 않았겠지만
그래도 나온다니까 어떤 방향으로건 기대가 되는건 어쩔수 없지 않나.
게다가 이병헌을 빼고 생각하더라도 기존의 리메이크 영화들처럼
볼거리는 많아도 전체적으로 방향을 잃고 표류하는 꼴이 될수도 있으니.
일단 구라 좀 보태서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21세기에 등장한 서부영화의 마스터피스가 아닌가 싶다.
'클리셰가 넘치는 뻔한 영화가 아닌가요?'
아니, 서부영화가 본래 그런건데.(그 당시에는 아니었더라도)
'에이, 뭐 복수니 뭐니 하다가 총질하고 싸우고 끝나면 떠나버리는
그냥 그런 영화 아닌가요?'
아니, 서부영화가 본래 그런거라니까?
'헤이트풀8 같은 느낌의 영화인가요?'
그 영화는 오히려 과거의 서부영화와는 상당히 다른 타입인데...
이 정도면 대략적인 설명이 될까...
내가 걱정했던 부분들이 아무 문제없이 잘 표현되어 있었기에
더욱 즐겁게 볼 수 있었던거 같다.
그 걱정했던 부분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보자면...
1. 7인의 캐릭터들의 역할 비중
원작에서는 사실 주역캐릭터 2인 말고는 그다지 비중이 없다.
마지막 전투에서 등장인물들이 픽픽 쓰러지는걸 보면 허무해질 정도이다.
율 브린너와 찰스 브론슨을 제외하고서는 그다지 눈에 띄질 않는다.
하지만 리메이크에서는 7인의 캐릭터 전원에 대한 비중과 역할이
골고루 잘 배분되어서 치우침이 없다.
아니 잘 생각해보면 치우침이 좀 있다. 이병헌 단독샷을 엄청 자주 잡는다.
심지어는 진짜 주역이라고 할 수 있는 덴젤워싱턴과 둘이 서있는데도
한 화면에 같이 담았다가 그냥 이병헌 혼자 잡아버린다.
딱히 대사도, 액션도, 이유도 없다. 그냥 잡는다.
감독이 이병헌 팬이라는게 거짓말이 아니었다.
2. 이병헌 비중문제
바로 위에 써놨지만 감독은 정말 이병헌 팬이다.
보러가시는 분은 마지막 전투에서 이병헌과 에단호크를 비교해서 본다면
이 점을 확실하게 알수 있다. 세상에 에단호크를 홀대하다니..;;;
이병헌이 활약하는 분량만 봐도 놀라울 정도다.
3. 감독의 역량(?) 문제
이전의 리메이크 작들이 전작에 대한 부담감 때문인지
별다른 임팩트 없는 그냥 그런 영화가 되어버렸기에
이 영화도 그렇게 되진 않을까 우려했었다.
근데 웃기게도 안톤 후쿠아는 그냥 뻔뻔하게
원작의 스토리 라인에 적당히 양념만 치고 그냥 영화를 만들었다.
(물론 원작캐릭터들의 역할이나 특징들이 나누고 섞여진 차이점도 있긴하지만 말이다.)
토탈리콜을 예로 들었을때 원작이 스테이크였다면 리메이크는 햄버거였다.
근데 이건 원작이 스파게티였다면 이것도 그냥 스파게티다.
끽해야 로제와 볼로냐 정도의 차이다.
근데 그게 제대로다.
쓸데없이 철학적인 내러티브도 없으며
그저 부당함에 맞서 싸우려는 사람들과 그것을 도우려는 주인공 일행,
그리고 악당들이 있을 뿐이다.
덕분에 아주 깔끔하고 멋진 서부영화가 태어났다.
물론 단점도 없지 않다.
기본 스토리가 과거 유명한 서부극 3편의 짜집기에 가깝다.
원작의 스토리와 다른 두 영화의 스토리가 섞여있는데
이 부분은 스포일러가 될 수 있기에 설명하기가 좀 그렇다.
다만 이야기의 큰 줄기를 그렇게 뻔뻔하게 만들어 나간것으로 봤을때
주요 관객층 중에서 과거의 서부영화들을 다 본 사람이 많지 않을거라는
계산을 했을 것이 확실히다.
이로 인해서 덴젤 워싱턴의 마지막 싸움이 살짝 맥빠지는 느낌이 있었다.
하지만 애시당초 원작을 포함한 다른 두편을 다 본게 아니라면
별로 의미는 없을 것이다.
이제 정리를 해보자면...
과거의 서부영화를 재미있게 본적이 없고 몇개 봤는데
다 그게 그거라서 그다지 흥미도 없다면,
어쩌면 재미를 느끼지 못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어릴적 서부영화를 재미있게 봤었고
다 큰 다음에도 한 두편 정도 찾아서 재미있게 본 경험이 있는 사람에게는,
이 영화는 정말 놀랍도록 잘 '완성된' 서부영화이다.
뻔한 스토리, 뻔한 전개, 뻔한 결말이라고 하더라도
본래 바로 그 뻔한 부분이 재미있는법 아닌가.
이건 어쩌면 막장 드라마에 심취한 어머님들의 모습과도 상통하는게 아닌가 싶다.
개인 점수를 주자면 왓챠 스타일로 별점 4개 반을 주고싶다.
솔직히 캐릭터들의 적절한 비중분배 때문에 원작보다도 더 잘 만든 영화가 아닌가 싶다.
물론 원작이 없었다면 나올수 없었던 영화라는 점은 굳이 떠올리지 말자.
예상되는 평론가 혹평 : '시대를 착오한 영화, 지금은 2016년이지 1966년이 아니다.'
'차라리 원작을 디지털 리마스터링 버전으로 새로 개봉하는것이 더 좋았을것'
분명한건 서부극을 좋아한다면 꼭 한번은 볼만한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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