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로 엄청난 영화입니다. 영화 시작부터 끝까지 관객들 혼을 빼놓습니다.
하지만 분명 호불호가 갈릴 영화이고, 또한 시간이 지난 후에 다시 재평가될 영화이기도 합니다.
지금 당장은 보이지 않는(사실 매우 잘 보이는) 배급사들의 알바전쟁으로 영화의 평점이 혼돈의 카오스이기 때문이죠.
저는 곡성을 매우 재미있게 보았지만, 이 영화의 등급은 매우 걱정스럽습니다. (제 기준으로) 이 영화는 18세 등급을 받았어야 합니다.
사실 이 영화를 다 보고 난 후의 느낌은, 반전은 사실 그다지 중요하게 와닿지가 않더라는 겁니다. 저는 오히려 사건을 철저히 피해자인 전종구(와 가족들)의 입장에서 전개하는 부분이 너무 좋았습니다. 또한 오컬트적 요소들이 오히려 그걸 표현하는데에 더 큰 도움이 됐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이 영화의 본질에 대해 얘기하기 전에, 오컬트적 요소에 대해서 짤막하게 얘기를 해보자면, 대놓고 종교적인 인용이 많이 들어가있습니다. '사흘', '성호', '성경 구절' 등등 많지만 구구절절 설명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각각의 주요인물들이 맡은 바는 영화 끝에 다 나오니까요.
이 영화의 다양한 후기글에서 얘기하는, "XX는 XX였다. XX는 아마 XX일 것이다."라는 개인의 해설들은 뭐, 말그대로 끼워맞추기이지 감독판이 개봉해서 새로운 정보를 주지 않는 이상 이 영화는 156분에 나온게 전부입니다. 천우희의 존재가 사람이냐 영적인 존재이냐에 대한 얘기는 많았지만, 편집된 장면에 무당이 차타고 지나갈때 천우희가 그냥 그걸 뚫고 갔다고 하니, 대충 곡성의 수호신정도로 보면 되려나요.
얘기가 좀 다른 곳으로 나갔지만 결국, 피해자의 입장과 처지, 그리고 느끼는 감정들을 더욱 더 심도있게 다루고, 관객에게 전하는데에 오컬트적 요소가 필요한게 아니었나 싶습니다. 의문의 연쇄살인, 알 수 없는 범인, 이런 요소들이야 흔히들 쓰는 것에다가, 대부분의 살인에는 목적이 있습니다. 물론 진짜 이유없이 다 잡아다 죽이는 싸이코패스 살인귀도 있지만, 그 역시 나홍진 감독에게는 부합하지 않았던게 아닐까요?
곡성에서 사람들이 죽고, 죽고 죽다가 결국 종구의 딸에게 귀신이 씌여지고 진정 영화가 시작됩니다. 종구는 딸을 살리려고, 그 배후를 알려고 산에도 갔다가 산에도 갔다가 산에도 갔다가(...), 하지만 무용지물입니다. 결국 관객들은 고개를 갸우뚱할 엔딩으로 영화는 끝나게 되죠. 하지만 영화 처음부터 끝까지 나홍진 감독은 관객들에게 설명하지 않습니다. 진짜 귀신이냐고, 귀신이라면 무슨 한이 있어서 저런 짓을 하냐고. 그 후에는 어떻게 되는거냐고.
악마가 된 일본인과 조력자가 된 무당에 대한 설명이나 묘사가 거의 없고, 살인에 대한 동기도 알려주질 않습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저는 사실 곡성에서 그걸 알려줄 필요가 없었다라는 생각입니다. 극 중간에 무당(황정민)이 한 이야기에 집중을 해서 그런걸까요? 오컬트적 요소인 악마는 그저 낚시를 하고 종구와 가족은 그저 미끼를 물어 피해자가 되었고, 이 영화는 피해자가 된 가족들의 험난한 사투를 그렸습니다.
곡성은 그 사투를 너무나도 무섭게, 무겁게 풀어낸 좋은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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