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보니 의도하지 않게 내부자들을 일반판 감독판을 모두 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보는 내내 이 영화가 왜 굳이 감독판을 개봉했을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답은 하나 밖에 보이지 않더군요. 천만을 찍자. 기어코 찍자.
(이제 900만 가까이 되었다고 하니 천만을 진짜 찍을지 아닐지 모르겠지만)
개봉 이후 자연스럽게 수명이 다해갈 영화가
감독판이라는 이름 아래 계속 수명을 이어가고 있으니
제작사나 배급사 입장에서는 나쁘지 않은 장사였겠지요.
하지만 영화 자체로서는...?
글쎄요. 이게 정말 '감독판'일까?
차라리 일반판의 개봉 전에 러프한 편집 가본이라는 점이 더 맞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 점에서 아이러니하게도 '디 오리지널'이라는 말은 잘 어울리는 것 같기도 합니다.
애당초 내부자들이라는 영화는 많은 캐릭터들이 쉬지 않고 등퇴장하고
여기저기로 배경과 시간이 뛰어다니는 군상극에 가깝습니다.
관객은 초반부에는 영화의 캐릭터들을 인지하고
중간부에는 영화의 사건을 받아들이고
후반부에는 영화의 카타르시스를 체험하며 소모하는 영화지요.
그런데 감독판으로 변하면서 러닝 타임이 대폭 늘며
영화는 초반부의 캐릭터 소개 장면에서 아주 많은 시간을 소모합니다.
애초부터 캐릭터 설명을 위해 튀어나니던 시간과 배경은
몇몇 씬들이 더 추가되면서 더 정신사납게 뛰어다니죠.
현란하다는 표현은 어울리지 않으니 쓰지 않겠습니다. 그냥 정신 없습니다.
안상구의 과거 이야기나 이런저런 과거 장면들이 많이 추가되었지만
오히려 왜 일반판에서는 저 장면들을 덜어내고 개봉했는지 더 납득이 갈 뿐입니다.
일반판부터 별로 뛰어나지 않았던 영화의 편집점과 템포는 더 엉망이 되어버렸고
몇몇 씬들은 일반판의 씬들 컷이 뒤로 밀린 것에 불과하다는 것을 보면
(정확히 말하면 일반판은 컷의 앞부분을 덜어내고 편집해서 내놓았고
감독판은 컷한 그대로 내놓은거겠지요.)
그냥 애당초 적당히 러닝 타임 한시간을 늘리겠다는 생각 밖에 없지 않았나는 생각이 듭니다.
네. 물론 당연히 관련 씬들이 늘어났으니까 더 친절해진 부분도 있지요.
안상구가 이강희랑 어떻게 처음 엮였는지
조상무는 어떤 최후를 맞이했는지(감독판의 거의 유일한 장점. 만세)
등등 분명히 더 친절해진 부분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게 캐릭터들을 더 멋있게 만들어주느냐? 혹은 더 설득력 있게 만들어주느냐?
글쎄요. 차라리 일반판에서 안상구가 차에서 졸린 얼굴로 첫등장 하는게 (오프닝 시퀀스 제외)
훨씬 멋있는 것 같아요. 굳이 너저분하게 이런저런 설명 붙이지 말고.
더불어서 엔딩 크래딧에서 이강희가 하는 소리는 진짜 최악입니다.
대사는 촌스럽고
카메라는 불안하고
연출과 편집은 과잉되어 있는데
도대체 그딴 장면을 왜 집어 넣었는지를 이해할 수 없습니다.
굳이 이강희 입으로 그런 소리를 안하면 이 영화를 본 관객들이 그걸 모를까요?
그 대사들이 마치 관객을 가르피려는 듯한 훈계조라서 문제가 되는게 아니라서
그 발상과 내용이 너무 빈약하고 촌스러운 것이 문제입니다.
엔딩 크레딧을 멈추고 넣을 정도면 좀 더 잘 했어야죠.
천하의 백윤식이 연기를 못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씬인데
그걸 마치 대단한것처럼 넣어두다니... 맙소사.
어쨌든 내부자들은 그냥 일반판으로 끝났어야 했을 영화입니다.
그 정도만 했어도 충분히 나쁘지 않았어요.
뭐. 영화를 아예 안 봤던 사람들이 보면 나쁘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앞으로 나올 다른 영화들이 이런 촌극을 반복하지 않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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