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캐쳐 ★★★★
무엇이든 가지고 싶었던 것을 놓쳐본 적이 없는 자가 가질 수 없는 것이 생겼을 때 그 광기가 얼마나 무시무시할 수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영화입니다.
끝 없는 명성을 얻고 싶었던 재벌 2세 존 듀폰을 연기한 스티브 카렐의 카리스마는 가히 압도적이네요. 요즘 SK의 최태원 회장이 생각나는 영화기도 합니다. 흠좀무...
이민자 ★★★★
호아킨 피닉스와 마리옹 꼬띠아르 거기에 제레미 레너까지 가세한 호화 출연진이 눈에 띄는 작품인데요. 1차 세계대전 무렵 (특히 이민자인) 여성의 인권이란 아직 바닥에 떨어진 빵부스러기와도 같았던 야만이 고스란히 남아있던 시대를 배경으로 하여 유럽의 전쟁을 피해 도망쳐 온 미국에서 어떻게든 살아남아 동생을 만나야 한다는 일념으로 하루살이 인생을 사는 여성과 그를 사랑하는 정반대 성향의 두 남자의 이야기가 그려지는데 세 연기자의 호연이 정말 압도적인 영화입니다. 특히나 호아킨 피닉스는 이젠 정말 어떤 경지에 오른 거 같아요.
전작 마스터, 그녀에서도 인상 깊은 연기를 보여준 그가 이번엔 제대로 (사랑에 빠진) 나쁜 남자가 무엇인지를 보여주는데 정말 대단한 아우라입니다. 세 작품에서 완전히 다른 인물을 연기하는데도 이 정도의 깊이를 보여준다는 데에 놀라움을 감출 수가 없네요.
잘 알지도 못하면서 (홍상수 특별전) ★★★★
정말 유쾌한 영화입니다. 김태우도 김태우지만 고현정이 이렇게까지 육감적인 느낌을 줄 수 있는 배우였나 싶을 정도였구요. 정유미와 하정우도 자신의 역할을 100% 충분히 달성해주었습니다. 무엇보다 홍상수 특유의 쪼가 십분 역할을 제대로 발휘하여 일단 작품이 좋고 나쁘고를 떠나 "재미있다"는 측면에서는 이견이 없을 듯한 작품입니다.
침묵의 시선 ★★★★
레게에도 올라왔었던 인도네시아 대학살을 다룬 조슈아 오펜하이머 감독의 [액트 오브 킬링]의 스핀오프와도 같은 작품입니다. [액트 오브 킬링]이 영화의 촬영을 매개로 하는 실험적인 색채를 띄었다면 이 [침묵의 시선]은 고전적인 구도로 피해자와 가해자 간의 관계를 조명하는 다큐멘터리입니다. 대학살 당시 얼굴도 모르는 형이 살해된 안경사 아디는 자신의 형과 무고한 시민을 무차별적으로 살해한 이들을 찾아가 안경을 무료로 맞춰준다는 핑계로 이야기를 겁니다. 그 과정에서 가해자들이 어떻게 자신의 살해 행위를 기억하고 있는지, 그 가족들은 그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듣는데요. 정말 처참하기 그지 없습니다. 오히려 가해자와 그 가족들은 나는 상관 없는 일이라며 발뺌을 하면서 화를 내고 아디에게 왜 그런 일을 꺼내서 평화로운 분위기를 흐리느냐고 타박을 합니다. 말로라도 미안함을 표시하는 숫자는 극히 드물죠. 카메라는 이 관계를 멀찌감치서 조망하면서 아디의 뒷모습을 비추게 됩니다. 역시나 전작인 [액트 오브 킬링]과 마찬가지로 이데올로기 싸움과 청산되지 않은 과거로 인해 수 많은 희생자를 내었던 우리 사회에도 강한 시사점을 남겨주는 영화입니다. 시간 되시면 꼭 보세요. 상영 관수가 적어서 관람객도 많이 안 든 편인데 좀 안타깝습니다.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 ★★★★
홍상수 영화는 날이 갈수록 이해하기 쉬워지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데 이 영화 역시 그런 흐름에서 벗어나지 않습니다. 동일한 시작점을 가지는 두 사건에서 약간의 디테일을 비틀어 가며 1부와 2부로 배치함으로써 의도적으로 관객으로 하여금 1부와 2부를 비교하도록 만들었고 그 비교의 결과가 이 작품의 메세지가 되는 형식을 채용하고 있습니다. 감독이 영화의 구성을 통해 감상 포인트를 제공하고 있다는 건데 이전까지의 작품에 비하면 관객이 눈치채기 쉬운 방식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또한 주연인 정재영과 김민희의 술냄새 나는 연기 뿐만이 아니라 조연인 윤여정, 최화정, 유준상, 서영화 등의 연기도 대단한 수준이구요. 무엇보다 결코 재미를 포기하지는 않는다는 점에서 이 작품을 매우 높게 평가하고 싶습니다. 솔직히 올해 청룡이나 영평상에서 남우주연상은 정재영을 줬어야 하는 거 아닌가 싶었는데.. 그리고 김민희는 여우주연상에 노미네이트도 제대로 안 되는 거 보니 참 씁쓸하더군요. 이젠 믿고 보는 배우가 된 듯 한데 방송 초기와 비교하면 정말 놀라운 성장이라고 밖에 할 수가 없을 거 같네요.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 (고레에다 히로카즈 특별전) ★★★★☆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특유의 날카로운 관찰력이 눈에 띄는 감독인데요. 이 작품은 천진하기 그지 없는 아이들을 전면에 배치하여 아이의 시선에서 보는 사회를 그려냈습니다. 때로는 무슨 말인지도 모르면서 어디서 주워들은 어려운 말을 가져다 쓰기도 하고 엉뚱한 상상력을 폭발시키기도 하고 그런 엉뚱한 상상을 실제로 시행에 들어가기도 하는 과정 속에서 뿜어져 나오는 순수한 에너지의 발산이 영화에 생명력을 불어넣습니다. 아이들이 각자의 이유를 품고 집에서 뛰쳐나와 기차에 올라타며 처음으로 모험을 떠나는 시퀀스는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BGM으로 깔린 쿠루리의 [마지막 열차]와 함께요.
걸어도 걸어도 (고레에다 히로카즈 특별전) ★★★★☆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관찰력이 끝도 없이 돋보이는 영화입니다. 첫째 아들의 기일에 맞춰 모인 가족들이 저마다의 처지, 저마다의 생각을 품 속에 감춘 채로 상대방을 대하다 어느 순간 가족이기 때문에 칼날을 자기로 향해 참고, 어느 순간은 가족이기 때문에 오히려 더 무심하고 날카롭게 상대의 마음을 베어버립니다. 이 묘한 관계 속에서 쓰이는 말 - 특히 일본말 특유의 에둘러 쓰는 표현들이 - 보는 관객의 폐부를 푹푹 찔러버리는데 감독의 시나리오와 디렉팅 수준이 정말 대단합니다.
누구 하나 얼굴 찡그리는 일 없어도 모두가 가슴에 상처 한 둘씩은 달고 사는 세상. 그 역설을 아무렇지도 않은 일상적인 분위기로 그려내면서 인생이라는 건 그런 일의 반복이라고 말하는데.. 시간이 흘러 가족의 구성원도 변했지만 유유히 그 땅을 달리는 전철은 도색만 바뀐 채 여전히 달리고 있다는 마무리가 매우 인상 깊었읍니다.
마션 ★★★★
꼭 우주 재난영화라고 그래비티처럼 거창할 필요는 없고 인터스텔라처럼 장엄할 필요는 없다는 걸 보여주는 영화죠. 위기도 있지만 그것도 잠깐 시종일관 유지되는 하이 텐션이 인상 깊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앞의 둘보다 더 좋은 영화라는 이야기는 아닙니다만.
공동경비구역 JSA (재개봉) ★★★★☆
말이 필요없는 마스터피스죠. 연기자 조합만 봐도 어벤져스급.. 아직 파주 명필름에서 상영중이니 혹시 파주 가실 일 있으면 들러서 다시 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네요.
15년 전에 이런 영화도 나왔는데 어째서 지금은...
옥희의 영화 (홍상수 특별전) ★★★★
의도적으로 각 장을 분절시켜 놓구선 동일한 배우를 그대로 사용하고 또 그 배역의 상태를 의도적으로 틀어버려서 제각기 다른 시간, 다른 장소, 다른 관계 속에서 세 명의 남녀 행동의 변화가 어떻게 일어나는지를 통해 우리의 일상의 조각을 되돌아보게 만드는 작품입니다.
근데 홍상수 선생이 이 영화를 어떻게 찍었는지를 들어보니 정말 어처구니가 없었던 게.. 애초에 그 양반은 그런 의도 같은 건 하나도 없고 맨 처음엔 그냥 1장만 찍었는데 영화 걸기엔 너무 짧아서 덧대고 덧대서 만든 게 그거라나... 허 참... 이건 뭐..
더 랍스터 ★★★
사랑이라는 것의 속성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에 대해 엉뚱한 상상력을 동원해 축조한 영화입니다. 어떤 근미래의 사회에서 솔로가 된 자들을 한 커플메이킹 호텔에 모아놓고 호텔에 들어온 후 45일 내에 짝을 만들지 못하면 동물로 만들어 버립니다. 이를 피해 도망친 사람들은 사회의 엄격한 감시망을 피해 숲 속에 은신하고 커플 메이킹 호텔에 기거하는 이들은 밤이 되면 숲 속에 은신한 사람들을 사냥하여 사냥한 개체 수만큼 동물로 변하는 시기를 늦춰준다는 기상천외한 설정이 깔려 있습니다.
다만 이 영화는 엉뚱한 상상으로 시작한 만큼 결코 어떤 선택지에 대해서도 답을 보여주지 않습니다. 물론 열린 결말이 의미가 없는 건 아니겠지만 이렇게까지 열린 결말을 했어야 했는가.. 에 대한 설득은 이 영화에서 찾지 못했어요. 사랑의 맹목성을 그리기에 설정이 적절했는가에 대해서 조금은 의문이 듭니다. 설정 자체는 매우 흥미로웠지만 이야기를 푸는 기술이 좀 부족한 느낌이 들었어요.
이터널 선샤인 (재개봉) ★★★★★
100여 분의 깊은 터널을 통과해 마지막으로 들은 OK라는 한 마디에 왜 그렇게 안도되던지. SF라는 장르 꼬리표를 단 주제에 아날로그 감성 물씬 풍기는 이 영화의 종착점이 너무나 사랑스럽기 그지 없습니다.
택시 ★★★★
이란 사회를 비판하는 영화를 찍다가 20년간 영화 촬영 금지 및 해외 출국 금지가 걸린 자파르 파니히 감독은 촬영 현장을 꾸리는 대신 직접 택시를 운전하면서 소형 카메라로 영화를 찍는다는 기가 막힌 발상을 떠올립니다. 그리하여 택시에 카메라를 실어 사실상 원테이크의 느낌을 가지고 촬영하였는데 그 흐름이 너무나 매끄럽다는 점에서 일단 감탄했고, 그런 구성 속에서 이란 사회의 바닥층을 그대로 여실히 보여준다는 점에서 또 한 번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80여 분의 짧은 러닝 타임이지만 군더더기 하나 없이 이야기를 꽉꽉 눌러채운 이 영화. 이란 사회에 대한 호기심이 있다면 무조건 보셔야 합니다.
썸머 워즈 (괴물의 아이 개봉 기념 특별 상영) ★★★☆
온 지구의 운명이 고스톱에 걸렸다는 설정은 좀 힘 빠지긴 했지만 호쾌한 시각 효과는 충분한 볼거리를 생산해 냈습니다.
늑대아이 (괴물의 아이 개봉 기념 특별 상영) ★★★★★
일각에서는 여성성 혹은 모성을 너무 단순하게 그려낸 거 아니냐는 비판을 받고 있는 작품이지만 꼭 단순하거나 진부한 설정이 잘못된 건 아니라고 생각을 합니다. 그걸 어떻게 표현하느냐가 훨씬 중요한 부분인이고, 또 단순하게 이 영화는 모성만을 그리는 영화도 아니거든요.
흔히 스토리에서 비감을 끌어내는 장치로 "더 이상 만날 수 없는 처지", "마지막 작별"을 차용하는데, 이 작품의 마무리가 뛰어나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그러한 상태로 진행하는 과정이 비극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어느 한쪽이 죽거나 다치거나 일방적으로 멀어지는 것이 아니라 늑대는 늑대의 길로 사람은 사람의 길로 자신이 선택한 길을 걷는 과정 중 작별이라는 안타까운 정서를 진부한 설정이기는 하지만 진부하지 않은 방식으로 설득력 있게 그려냈다는 점에서 이 작품에 찬사를 보내고 싶습니다.
물론 이 작품을 그렇게 진부하지 않은 방식으로 끌고 갈 수도 있었겠지만 호소다 마모루가 자신의 작품에 대해 "애니메이션을 만들 때는 어린 아이들도 볼 수 있다는 점을 중점적으로 생각한다."라고 말한 부분을 곱씹어보면 이러한 엔딩을 선택한 이유를 쉽게 납득할 수 있습니다. 다른 커뮤니티에서 드립다 까이는 걸 보니 그냥 그거에 대한 변명이 하고 싶어졌네요..
괴물의 아이 ★★★★
이런 게 왜 별 네 개냐고 물으실 수도 있겠지만 그냥 전 이런 거에 약해요... 물론 쿠마테츠가 퇴장한 이후는 왜 그런 식으로 이야기를 흘려보냈는지 도통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시카리오: 암살자의 도시 ★★★★
정의를 구현하라는 공권력을 부여받고도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무력감과 강대국의 편의에서 벗어나는 영역은 모두 아웃 오브 안중이라는 처절함을 잘 그려낸 영화입니다. 복수심에 불타는 알레한드로를 연기하는 베네치오 델 토로의 더티 섹시도 끝내주고요.
"당신은 자살을 당할 수도 있어" 간지 보소 캬...
렛미인 (재개봉) ★★★★☆
씨네21 김혜리 기자는 이 영화에 대한 별점평으로 "난 이상한 영화와 사랑에 빠졌다"라고 남겼는데.. 정말 그 말이 딱 맞는 영화입니다. 기괴하기 그지 없는 영화 속 세상에서 평범하지 않은 두 꼬마가 결코 쉽진 않겠지만.. 평안하게 살기를 바랍니다.
맥베스 ★★★
마이클 패스벤더와 마리옹 꼬띠아르의 조합이라 기대했건만.. 셰익스피어의 희곡을 그냥 너무 그대로 갖다 붙인 듯한 느낌이라 이게 영화를 보고 있는 건지 연극을 보고 있는 건지 당최 헷갈립니다. 현재를 살아가는 1인의 감각으로 받아들이기엔 너무 쓸데없이 비장하고 너무 쓸데없이 장엄합니다. 각색이 설득력을 얻지 못하니 두 주연의 연기도 어색하게 느껴지네요. 권력 찬탈의 역사는 반복된다는 메세지를 담기에는 전반부와 후반부의 연결의 썩 매끄럽지 못합니다. 물자가 풍부하지 않았던 스코틀랜드가 배경이다 보니 눈요깃거리도 많지 않구요. 지금 생각하면 별 셋이라 생각한 것도 좀 신기하네요. 그렇다고 졸작인 건 또 아니니까... 아 미술만은 참 좋았습니다.
올해는 재개봉으론 참 좋은 영화들이 많이 나왔는데 신작의 기세는 많이 못 미치는 한 해였네요. 내년에는 좋은 신작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말로 마무리를 짓겠읍니다. 내년에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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