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리 모터스가 개봉됐을 때 나는 아무것도 모르고 그 영화를 봤다. 무슨 내용인지도 잘 모르겠고 2시간 가량을 멍 때리면서 보고 나왔는데 인상적인 영화란 건 틀림 없었다. 드니 라방이라는 배우의 연기력은 흡사 연극을 보는 듯한 느낌에 광기와 소름이 덧입혀진 것 같았고 감독의 연출도 뭔가 역겨운 정신착란을 유발시키면서도 마술같은 환상 그리고 폭발하는 질주본능같은 흥분이 느껴져 오감이 짜릿했던, 그러나 이해도는 심연인, 이런 게 예술 영환가? 뭐 그러면서 나온 영화였다.
오늘 본 퐁네프의 연인들도 그다지 다르진 않더라. 드니라방이 나오고 미친 사람들만 나오는 것 같다. 영화 시작부터 머리가 어지러웠다. 어둡고 컴컴하고 그러나 오늘도 레오 까락스 영화는 내게 또 한번의 충격을 주었다. 다리 위에서의 불꽃놀이 씬. 이 씬은 레오 까락스 말고는 절대 못 찍을 씬이다. 정말 지릴뻔 했다. 이 씬 이후에도 주인공들은 줄곧 뛰어다니고 훔치고 성질내고 섹스하고 자해하고 키스하고 술 마시고 담배를 피면서 내 영화적 이해도를 심연으로 가라앉게 만들었다. 레오 까락스 감독 영화는 그냥 이해 안하고 보려고 한다. 그냥 이 미친 감독이 또 뭐를 찍었나 그러면서 봐도 나름 괜찮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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