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에 쓴 글을 옮겨볼게요.
'라이프' 잡지사에서 필름 사진 관리를 맡고 있는 '월터 미티(벤 스틸러)'. 소개팅 사이트의 자신이 해본 것을 적는 공간에 적을 것이 없는 심심한 삶을 살아왔다. 하지만 그의 전매 특허인 '상상 멍때리기'로 그 부분을 채워가고 있었다. 자신이 일하는 '라이프' 잡지의 폐간이 결정되어 정리해고가 임박한 상황에서 전설적인 작가인 '숀(숀 팬)'이 보낸 표지사진이 사라지는 일이 발생한다. 결국 그는 사진을 찾기 위해 한 곳에 머무르지 않는 '숀'을 찾아 무작정 떠나게 된다.
사실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이하 월터의 상상) 영화를 최근에서야 알았는데, 영화의 트레일러를 보니 당최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가 없었다. 그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벤 스틸러가 나온다 정도? 갑자기 전화를 받고 아파트 창문으로 뛰어들지를 않나, 얼음에서 튀어나오질 않나... 이 아저씨가 또 괴팍한 코미디를 하는 줄 알았었지. 그러다 트레일러가 끝날 때 쯤에 나온 문구가 마음을 사로잡았다.
'아직도 상상만 하고 계신가요? 당신이 망설이고 있는 그 순간, 윌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영화의 초반은 '월터'의 버릇인 상상 멍때리기로 채워진다. 꾸는 꿈은 크지만 실행의 용기를 내지 못하는 '월터'의 유일한 해방구라 할 수 있겠다. 물론 그렇게 멍때리기가 끝나면 돌아오는 것은 주변 사람들의 놀림과 다시 현실로 돌아왔을 때 허탈한 그의 감정 뿐이다. 후반으로 갈수록 용기를 내어서 도전을 하는 '월터'의 모습이 재조명되면서 그가 꿈꾸던 상상 멍때리기가 현실이 되어가고, '월터'의 경험을 들은 사람들이 허무맹랑하다며 조소를 날리는 부분으로 바뀐다. 아쉬운 점은 상상을 현실로 바꿔가는 과정이 그다지 매끄럽지 못하다는 점이다. 그 '상상같은 현실'의 연결고리 중간중간에 소개팅 사이트인 e-하모니의 개입은 "그래, 월터는 상상같은 현실을 보내고 있지." 라는 말을, 마치 공부하고 있는데 어머니가 문열고 들어와서 공부 안하냐고 하는 그런 감정을 느끼게 된다. 아, 충분히 그런 생각 하고 있다고!
특히 월터의 상상을 보면 멋진 자연을 볼 수 있다는 점이 좋았었다. '숀'이 이리저리 돌아다닌다는 설정으로 말 그대로 '월터'도 이리저리 돌아다니게 된다. 위에서 말한 '상상같은 현실'을 겪게하는 일종의 장치이다. 사진을 찍는 '숀'과 그를 찾아 떠나는 '월터'의 발자취를 보고 있자면, 이 영화도 여행을 부추기고 있다는 생각이 새삼 들게 된다. 그렇게 많은 자연을 보여주는 장면에서는 가급적 힘을 빼고 있어서 관객들도 '네셔널 지오그래픽' 을 보는 듯한 느낌으로 스크린에 집중할 수 있도록 배려하기도 하였다. 영화관을 나오면서 하는 이야기도 아름답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 것을 보면 다른 사람들도 어느정도 공감하지 않았나 싶다. 더불어 그 상황을 잘 표현하는 음악까지. 스크린과 음악의 앙상블이 매우 좋았다고 할 수 있겠다.
월터의 상상이 개인적으로 특별하게 생각되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벤 스틸러의 감독의 역량이 많은 이들에게 공감을 할 수 있는 내용을 연출할 수 있도록 발전되었다는 점이다. 코미디언 커플 사이에서 태어난 벤 스틸러는 그의 부모의 영향인지 '코미디' 부분에 많은 수상내역이 있다. 월터의 상상과 같이 감독과 주연을 동시에 했고, 성공을 거둔 '트로픽 썬더(Tropic Thunder, 2008)'도 코미디였고 짐 캐리가 주연한 '케이블 가이(The Cable Guy, 1996)'도 코미디였다. 그러던 그가 -물론 코믹요소가 포함되어 있지만- 드라마적 요소가 많은 영화를 성공적으로 연출했다는 점에서, 사적인 감정으로 좀 더 높은 점수를 주고싶다. 과장을 좀 더 보태자면 헐리우드는 감독과 주연을 동시에 할 수 있는 멋진 인재를 얻었다고 할 수 있겠다. 참고로 '월터' 역에는 '짐 캐리', '오웬 윌슨', '마이크 마이어스(!)' 등이 거론되었다고 하는데 벤 스틸러가 한 것이 참 다행이라고 생각이 드는 대목이였다.
월터의 상상을 보면서 인상깊던 장면은 '월터'가 고민을 하고 있을 때 '숀' 의 사진이 살아 움직이면서 '월터' 에게 손짓을 하는 씬이였다. 영화에서의 '월터' 는 이 시대의 수많은 일탈을 꿈꾸는 직장인들을 대변한다. 현실에 메어있는 우리들은 멋진 풍경의 사진을 보면서 여행을 꿈꾸고, 익스트림 스포츠의 영상을 보면서 스릴을 꿈꾼다. 우리도 그저 '상상 멍때리기' 로 용기를 내지 못하고 시간을 흘러보내며 같은 시간에 더 좋은 것들을 느낄 수 있는 환경을 스스로 포기하고 있지는 않을까. '월터' 는 '숀' 의 작은 손짓을 보고 그저 우리보다 더 용기를 냈을 뿐이다. 바쁘게 살아왔다면 한 번쯤의 일탈은 시도해 볼만 하지 않을까? 단, '월터'는 일이 껴 있으니까 가능했다는 말을 굳이 좀 껴놓을게요. 날 원망할까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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