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를 맞이하면 처음으로 한 일이 중경삼림을 다시 본 일이었는데(병신)
같은 날 변호인을 보게 되어서 그런지...
영화는 참 뭐랄까 그럴 듯 하다면 그럴 듯 하고, 상투적이다라고 하면 또 상투적인
여러 사람들이 얘기한 대로 그냥 영화적으로 엄청 뛰어나거나 한 영화는 아니더군요.
하지만 확실히 위로가 되는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지막 장면에서 송변을 위해 자리에서 일어서는 변호사들의 모습을 보며
참 많은 생각이 들더군요.
하지만 영화관 나와서 담배 한 대 빨면서 생각하니까
사실 ㅅㅂ 그냥 수법만 덜 노골적이고 교묘해졌지 저 시절이랑 지금이랑 뭐가 다른가 싶고...
그 때는 그래도 옳은 일을 위해 인생과 목숨 걸고 나서는 사람들에게
최소한의 자기 확신을 부여 해 줄 수 있는 시절이었다면...
그 시절에는 겁에 질려서 거리에서 살인자들을 향해 돌 한번 못 던져봤을 일베충 같은 새끼들이
똥 같은 소리를 팩트니 주장이니 하면서 떠들어대면서 알아서 밑에서부터 똥물 튀겨대는 세상이니...
괜히 이 영화가 흥행하고 있는 게 아닌 것 같아요.
서울의 봄, 이후 우리나라 민중들에게 사실상 '승리'라는 건 없었지요.
경제 위기와 대북 관계라는 프레임 속에서 기득권들의 기반이 탄탄해지는 동안
끊임없이 계속되었던 모든 종류의 시위, 투쟁, 운동들은
그 자체로 의미를 가지고 소소한 성과를 이루기는 했지만
정당들의 농간과 언론의 장난질로 그 의미가 퇴색하고
우리의 마음 속을 시원하게 만들어줄 뚜렷한 승리의 기억을 가져보지 못했어요.
그런데 이 영화가 투박한 영화적 만듬새에도 불구하고 힘을 가지는 건
그렇게 오랫동안 우리가 가져보지 못했던 벅찬 승리의 느낌을 일부분이나마
대신 느끼게 해주기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그래서 참 영화의 매체적 완성도를 떠나서 위로가 되는 영화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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