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만장한 격동의 역사를 지었고 500여년에 이르는 조선왕조에서 가장 많은 친족을 살해한
대 기록으로 악명이 높은 만큼 역사를 바탕으로 한 창작물에서의 대접이 판이하게 다른 인물입니다.
물론 우리 근대사를 얼룩지게 만든 군사정권은 자신들의 쿠데타와 그를 바탕으로 세워진
정권의 정당성을 옹호하기 위해서 쿠데타를 통해 정권을 획득한 롤 모델로서의 수양대군을
미화하기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죠.
'관상'은 지난해 TV에서 많은 논란을 일으켰던 퓨전 사극 '공주의 남자' 와 비슷한 맥락에서
단종의 폐위와 세조의 즉위, 즉 계유정란(癸酉靖難)을 다루고 있습니다.
사실 이 작품의 원안은 한재림 감독이 직접 각본을 작성한 것이 아니라 2010년 영진위에서 개최한
시나리오 공모전 대상 수상작인 김동혁 감독의 원작을 각색하여 메가폰을 잡은 것인데
캐스팅부터 한재림 감독이 선호해 마지 않는 김내경 역의 송강호(우아한 세계-주연이었죠)
그의 처남 팽헌 역으로 요즘 주가 급상승 중인 '납득이' 조정석, 카리스마 있는 수양대군 역에는
한창 연기파 중견배우로 각성하고 있는 이정재, 그와 함께 '도둑들' 에서 흥행 파워를 보장받았고
'파견의 품격'을 로컬라이징 한 드라마 '직장의 신'을 통해 대중들의 입맛에 착착 감기는 또다른
매력을 발산해온 김혜수까지...
나름 쇼박스에서 최근까지 CJ의 배급파워에 밀려 박스오피스를 정ㅋ벅ㅋ당하고 있는 현실을
타파하기 위해 칼을 갈았다 싶을 만큼 마케팅부터 공들인 티가 역력하다고 봤는데요, 저도 사실
예고편의 때깔과 각 캐릭터를 잘 대비시킨 카피에 낚여 이 영화를 보기로 마음먹었지 뭡니까...
who sad ...
더 많은 이야기를 하고 싶은 영화는 아닙니다만 일단 이제부터 한재림 감독의 차기작은 별다른
기대를 안해도 되겠거니 싶을 만큼 실망스러운? 아니...아쉬움이 다분한 영화였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중반부를 지나면서부터 지루하기 짝이 없는 전개는 차치하더라도 결말에 이르는 반전이라고
부르기 민망한 숨은 캐릭터 압구 선생의 사족같은 시퀀스를 포함한 147분의 러닝타임은
차라리 타르코프스키의 아트필름을 보는 편이 훨씬 더 마음의 양식이 되겠지 싶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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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면의 때깔은 수준급입니다. 사극이라는 장르의 특성상 세트를 짓고 CG를 얹고 의상을 짜맞추고
고증을 거쳐가며 화면을 다음어야 하기 때문에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가는 제작비는 당연한 것이고
프리 프로덕션과정에서 가장 스트레스 받는 부분이 바로 이 미장센을 위해 감독이 어디까지
양보를 해야하느냐 이런 과정이라고 생각하는데 캐스팅의 호화로움과 마케팅 비용을 주먹구구로
셈해볼때 조율을 잘 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역시 제가 꼽는 사극 미술의 백미는 김대우 감독의 '음란서생'입니다...
배우들의 연기도 흠잡을데가 없습니다. 굳이 꼽자면 이종석이 맡은 김내경의 아들내미는
그 어떤 다른 청년남우가 맡았어도 무방한 수준이라고 생각합니다. 첫 등장부터 차라리
정일우 이런 애 시켰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이런 역할은 발연기 해도 티 안나니까...
이전 리뷰 중에서 한재림은 캐릭터 두서넛이 움직이는 영화에서는 재치를 발휘하지만 군상극이나
스케일이 큰 영화는 다룰 깜냥이 못된다...그런 톤의 글을 읽었는데 적절한 지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무튼 앞으로 한재림 영화를 볼 일은 없을 것 같으니 논외.
'연애의 목적' 정도가 그의 한계치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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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가상/대체 역사물이 아닌이상 단종이 폐위되고 세조가 즉위하는건 당연한거 아닌가...?
뭐 이런걸 가지고 스포일러 왈가왈부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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