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는 아주 재미있게 보았습니다.
봉준호 감독의 전작들(괴물,마더 등)도 보지 못한 저라서 신뢰감 같은 건 애초에 없었음에도 재미있었습니다.
가장 좋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엄청나게 많은 양의 시각적 메시지를 제공 했다는 것.
영화를 관람한 관객들이 그들만의 판단을 만들어 낸 후, 그것을 기초로 제공된 시각적 메시지를 이리저리 주워모아 아무렇게나 끼워 맞추어도 대략은 들어 맞을 수 있을 만큼의 많은 양을 제공합니다.
그 때문에 내용의 해석이나 결말로 이어지는 감상평들이 아주 다양하게 쌓이고 있죠.
영화를 관람하신 후 타인의 해설을 듣거나 서로 이야기 해보는 것도 이영화가 주는 부차적 즐거움인 것 같습니다.
잡소리는 집어 치우고 똥글이나 싸질러 보죠.(진지)
1. 왜 평이 갈리는가.
정치적, 사회적, 이념적, 사상론, 구조론 등의 메시지를 던지는 것만으로도 불편할 수 있습니다.(이 글에서 이념적 시각은 검토하지 않습니다.)
혹시라도 주어진 메시지들을(특히 시각적) 놓치고 지나간다고 해도, 대사등을 이용해서 끈덕지게 끌어당깁니다. 숨겨진 메시지를 보라며 말이죠.
관객으로 하여금 영화를 감상함에 있어서 잡음이 끼는 느낌을 주는 것이 평이 갈리게 하는 요인이 아닌가 싶습니다.
보통 이런식의 해석의 여지를 남겨두는 경우, 리뷰어들이 '편집 된' 영화의 편린등을 토대로 어떠한 지식적 위치에 도달하지 못한 관객들을 내버려두거나 홀대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 역시 이 영화가 가져가야할 호불호 중 불호에 해당하겠죠.
2. 커티스.
커티스는 이 영화에서 꼬리칸의 [리더]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저는 커티스가 엔진칸에 도착해서 윌포드의 감언이설에 취해가는 장면이 이어질 때, 변절자가 될 것이라 생각 했습니다.
커티스는 엔진칸의 문 앞에서 남궁민수에게 최초에 기차에 승차했을 당시의 일을 말하면서 그 자신이 인육을 먹었다는 사실을 밝힙니다. 아주 상세하게 아이의 것이 가장 맛있다는 이야기까지.
인간이 상상할 수 있는 가장 변태적이고 가학적이며 비도덕적인 '음식'이라면 다름 아닌 인육이 될 것이고 또 그것을 이미 경험했던 커티스인데, 양갱의 재료가 바퀴벌레임을 목격하고 굉장히 불결해 합니다.
인육을 경험했던 커티스가 바퀴벌레를 보며 불결해한다. 이부분이 변절할 수 있는 여지를 주는 것이라 생각이 들었습니다.
실제로 요나가 바닥을 열어 타미를 발견하기 전까지는 아리까리해 합니다.
그리고 커티스 그 자신이 양팔이 멀쩡한 것을 말하며 [리더의 자격]에 미달 됨을 언급합니다.
커티스는 애초에 꼬리칸의 [리더]의 역할이 주어지지 않았을 지도, 혹은 어떤 장치일 수도 있습니다.
3. 남궁민수.
남궁민수는 이 영화에서 설국열차의 [선도자]라고 생각합니다.
엔진에 도달하기 위한 문을 여는 역할이죠. 어찌보면 포스터에서 모든 것을 다 말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나는 닫힌 문을 열고 싶다.'
남궁민수의 가장 큰 역할은 엔진칸 문 앞에서 손가락 끝으로 가리킨 곳이 엔진칸이 아닌 설국열차의 바깥이었다는 겁니다.
남궁민수는 독자적 추론(비행기의 잔해, 눈발, 이누이트 족의 도전)에 의해 이 [폐쇄공간]의 존재 자체를 뒤흔들 수 있는 생각을 가지고 있고, 또 그것을 전달하지만 리더인 커티스에게 미치광이 취급을 받을 뿐입니다.
4. 요나.
요나는 이 영화에서 [지식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요나가 가진 능력이 투시력인지 아니면 고도로 발달 된 청각이든지, 어물쩡 넘겨서 대충 초능력이라 이름 붙이던지 어떤 '능력'이 있습니다.
남궁민수가 문을 여는데 '필요하다'고 언급하고 있고, 리더인 커티스도 그 능력에 비상한 관심을 보입니다.
선도자는 그 능력을 필요로 했고, 리더도 역시 그 능력이 앞으로의 여정에 필요 한 것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요나는 앞칸으로 나아갈 수록 점점 더 역할이 줄어만 갑니다. 아무대나 널려있는 크로놀에 눈이 뒤집혀 주워 담기 바쁘죠.
선도자는 크로놀을 도구로 이용하기위해 모았으나 지식인은 그것 자체가 목적이 되었고, 클라이막스에 이르러서는 술에 취해 널부러져 있는 것이 고작.
5. 사우나에서 죽었다고 생각했지만 다시 덤벼드는 거한.
윌포드의 수하. [권력의 개]
윌포드의 권력에 빌붙어 그 자신의 스탠스를 유지하기 위해 끊임없이 사람들을 억압하는 그 자체를 몸소 보여줍니다.
꼬리칸 측의 가장 강한 무력인 문신남은 그 체격이 상대적으로 왜소한 것에 반해, [권력의 개]은 거한인 것도 의도적일 수도 있겠네요.
6. 앞 칸의 사람들.
꼬리칸의 사람들과 같은 공간에 있음에도 정반대의 풍족한 삶을 살고 있는 [고위층].
이들은 앞 칸에 진입한 사람들을 보며 경악스럽다는 반응을 보이거나, 보는 즉시 격렬히 배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지 않습니다.
그들에게 필요한 건 지금의 부유함의 현상 유지. 그렇기에 머리도 굳어있죠.
소수의 사람들이 뭔 짓을 하든, 어차피 무엇하나 이루지 못 할 것이라 판단하고 강 건너 불구경 하듯 쳐다 보며 쉬쉬할 뿐 입니다. 하지만 그들의 영향력이 설국열차 최상위 계층에까지 미쳐 현상이 파괴되려는 것을 목도하고 나서야 하나 되어 뭉쳐서 그들을 파괴하려 달려듭니다.
현상의 유지는 즉 그들의 부유함의 유지와 같기 때문에.
7. 바이올리니스트.
[변절자] 혹은 눈 먼자.
보다 명확하게 상위계층의 풍족과 부유함을 맛 본 후의 범인의 변화한 모습을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반려자 마저 잊어 버리면서까지 그 맛에 취해, 그곳에 동화 됩니다.
8. 설국열차.
보다 간결하게, 또 극대화 시키기 위해 [폐쇄 공간]의 형식을 가지고 있습니다만 기본 틀은 [시스템], 체제, 사회.
9. 엔진 칸의 아이들. 타미
시스템의 [부품]으로서 기능하고 있는 범인의 모습. 부품화된 인간.
10. 결말.
선도자/남궁민수, 리더/커티스, 지식인/요나 가 모여 결국 시스템을 깨어뜨리고 새로운 세상을 맞이함.
12. 왜 남궁민수와 커티스는 없는가?
시스템을 깨어뜨렸지만, 이 둘은 그곳으로 나아가지 못 합니다.
선도자는 지식인의 허술함에 의해 끝까지 저항하다가 헐레 벌떡 뛰어가면서 까지 지식인과 부품화된 인간을 껴안으며 사라지고,
리더는 선도자의 의견을 묵살하고 [엔진]에 집착하고, 윌포드의 감언이설에 놀아나 지지부진하지만 어쨌든 마지막엔 지식인과 부품화된 인간을 껴앉으며 사라집니다.
선도자는 그 역할을 다했다고 보여지나, 리더의 판단에는 의구심이 듭니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애초에 리더로써의 역할이 아니었을 수도 있고 결말로 이어지는 장치일 수도 있습니다.
13. 리더/커티스에 대해서 왜 이렇게 부정적인 시각인가?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커티스는 그 스스로 깃발을 들고 초연히 일어난 케이스가 아닌 길리엄만을 좇던 인물이었고, 또한 마지막에 가서는 그 길리엄 조차도 '마땅한 리더'의 상징성이 의미 상실하기 때문이죠.
더군다나 그는 그 스스로 리더라 생각 하지 않다가, 타인에 의해서 리더로 추대가 된 케이스.(타냐의 대사)
11. 왜 살아남은 사람이 요나와 타미인가?
[아담과 이브]라는 손쉬운 결말(손쉬운 지에 대해서는 의문이지만)을 손에 넣기에는 상당히 애매합니다.
요나는 능력이 있음에도 앞 칸에 동화되어가며 크로놀을 줍는데 정신이 없고, 중요한 순간에는 술에 취해 뻗어 있는 데도 새로운 시스템을 맞이할 수 있었습니다.
타미는 시스템의 아주 사소한 부분도 이해하지 못하는 부품일 뿐이었는데도 새로운 시스템으로 나아갔습니다.
12. 왜 요나와 타미의 생존에 대해서 부정적인 시각인가?
요나는 지식인으로써 그 의무(혹은 역할)에 충실하지 못했고, 타미는 부품화된 인간으로서 지금 상황이 뭐가 뭔지 모릅니다.
가장 강렬하게 부정적이었던 부분은,
이 둘이 시스템이 붕괴하고 설원으로 발을 내딛을 때, 앞 칸의 사람들이 입었던 옷으로 꽁꽁 싸매고 있던 부분.
그 모습만을 보면 그들은 앞 칸의 인물들과 외견상의 차이는 없습니다.
다른 시각으로 새로운 시스템을, 하자가 있는 인물들이 구 시스템의 잔유물들을 몸에 두르고 맞이 하는 것 자체가 새로운 시스템을 맞이 했다거나, 개혁에 성공했다는 인상을 주지는 않네요.
그 전 장면에서 지식인이 손에 덕지덕지 때가 낀 부품화된 인간의 손을 맞잡아 올리는 장면에서 새로운 시스템을 맞이 할 것이라는 기대감에 가득 차다가, 부랴부랴 앞 칸 사람들의 떨어진 털 옷을 주워 올리는 장면이 긍정적으로는 보이지 않습니다.
모 신앙의 이야기인 선악과 이야기를 가져와서 대입할 수도 있겠네요.
선악과를 따먹은 다음 아담과 이브가 행했던 최초의 행동이 다름 아닌 자신들의 몸을 가렸다는 이야기.
커티스의 얼굴이 묘하게 예수의 모습과 비슷해 보였던 것은 의도적인 것이었을까요?
등장 인물중 막달레나라는 인물이 있기도 하고.
13. 곰.
설원에 있던 곰이어서 북극곰이 떠올라서 '북쪽'에 초점을 맞춰 생각을 이어나갔지만 딱히 떠오르는 게 없네요.
14. 다시 결말.
선도자는 의무를 다했지만 묵살당했고, 리더는 흔들렸고, 지식인은 나태했음.
구 시스템을 갈아엎고 새로운 시스템을 맞이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별 다를 것이 없다.
새로운 시스템을 맞이한 사람은 나태한 지식인과 시스템 자체에 대한 이해가 결여되어 있는 부품화된 범인.
더군다나 지식인과 범인은 새로운 시스템으로 나아갈때 구 시스템의 상위계층의 옷을 입고, 그들과 같은 모습으로 맞이 했음.
그들이 과연 새로운 시스템을 정말로 새로운 시스템으로 만들어 나갈 수 있을까?
그렇게는 생각 되지 않는다...
라는게 설국열차에 대한 제 개인적 시각이었습니다.
중간에 학교칸은 뭐 말 할 껀덕지도 없고.
그리고 이어지는 제 의문들.
1. 중간에 어떤 생선의 배를 가르는 장면은 단순히 시스템에 착취를 당하는 것을 표현한 부분인가?
2. 곰.
3. 설국열차의 배경은 이미 한 번 멸망을 한 디스토피아인데, 거기다가 다시 한 번더 디스토피아를 펼치는 건 무슨 의도 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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