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C코믹스의 옛 팬들 (리차드 도너의 실버에이지 수퍼맨 실사영화의 팬 포함)은
21세기의 발전된 CG기술로 고작 만들어 낸 결과물이 드래곤 볼 레볼루션이라고 까대고...
솔직히 비슷한 수준의 영화들을 찾아보는게 더 힘든 준수한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데이빗 S. 고이어라는 크리스토퍼 놀란 SYNCOPY 사단의 핵심멤버가 각본을 쓰고
놀란이 제작에 참여했다는 것 만으로도 사람들은 다크나이트 트릴로지의 마지막 편...
RISES에서 느꼈던 실망과 허무함, 뭔가 변비를 해결했지만 휴지가 모자라서 미처
뒤를 깨끗하게 닦고 나오지 못한 것 같은 찝찝함을
이 영화에서 해결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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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두를 애매하게 시작했지만, 저는 26년만에 제대로(!!) 은막위에 돌아온
이 역사적인 수퍼 히어로의 컴백을 열렬하게 환영하는 바 입니다.
수퍼맨 리턴즈(2006) 는 정체성의 고뇌와 지구인과의 공존
그리고 그를 정의하는 '신과 같은' 능력과 더불어 존재론적인 고민과
세계의 안녕을 짊어지우고 리차드 도너의 수퍼맨2 로부터 모던에이지 수퍼맨 사이의
잃어버린 고리를 자처했지만 저는 극장에서 수퍼맨이 나오는 영화를 보면서도
사람이 잠들수 있다는 놀라운 사실을 깨닫게 되었을 뿐입니다.
물론, 이번 작품도 아마 크리스토퍼 놀란과 엠마 토마스가 직접 메가폰을 들고
SYNCOPY사단이 총출동하여 3시간에 달하는 러닝타임으로 두 배쯤 제작비를 더 썼더라면
2017년 여름에는 정말이지 다크나이트를 압살하는 세기의 명작이 나왔을지도 모릅니다.
데이빗 S.고이어의 각본은 훌륭했습니다. 하지만 잭 스나이더는 놀란이 아니고...
탄탄한 서사를 바탕으로 한 원작을 영상으로 옮길때는 컷 하나 하나의 디테일까지
완벽을 추구하는 감독이지만 쫒기는 포스트 프로덕션기간과 예상보다 80%는 늘어난 제작비
다크나이트 트릴로지 종결로 우울해진 워너의 고위층들까지 수많은 압박과 스트레스 속에서
최종 편집본을 넘기면서 짜증이 났을 거라고 확신합니다.
클라크 켄트가 고독의 요새(본작에서는 제네시스 챔버)를 찾아 자신의 진정한 이름
칼-엘을 깨닫게 되고, 아버지 조-엘의 안배에 따라 크립톤의 멸망을 배우기 까지
그리고 스스로도 자신의 한계를 잴 수 없어 감각과 능력을 조절하게 되기까지...
수퍼맨이라는 히어로에 대해 아무런 사전정보가 없는 관객이라도 답답함을 느낄만큼
초반 30분을 지배한 크립톤 행성의 멸망 시퀀스와는 대조적으로 설명과 회상장면, 그리고
정말 걍팍하게 훑고 지나가는 캔자스 주 스몰빌의 소년 클라크 이야기들...
본격적인 사건이 진행되는 과정에서도 정말 뜬금없이 로이스 레인과의 연애노선이 돌출하고
배트맨 따위는 명함도 내밀 수 없는 정의의 히어로가 목뼈를 분질러서 사람을 죽이다니...
그것도 전 우주를 통틀어 유일하게 남았던 자신의 동족을 죽이고, 크립톤 행성을
되살릴 기회도 스스로 걷어차고 진정으로 혼자가 된 그 순간에 사자후를 한번 외치고 끝이라니...
저도 이런 부분 마땅찮았습니다. 어설픈 편집인거 동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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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영화는 지금까지 수퍼맨이 등장했던 어떤 영상매체도 다루지 못했던
크립톤 행성의 멸망과 그들의 놀라운 과학력, 붕괴되는 행성의 미래를 예견하고도
유전자에 새겨진 족쇄때문에 별을 떠나지 못했다는 나름의 합리적인 이유, 여섯장의 날개를 가진
크립톤의 비행생물... 코믹스 World of Krypton과 Birthlight 에서도 충분하지 못했던
블랙박스를 공개한 것 처럼 시원하고 짜릿한 경험을 주었습니다.
자칫 유치하게 흘러가기 십상인 외계인 영웅의 서사시, 그 첫 장을 장식하는 시퀀스로
결코 모자람이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어머니를 핍박하는 적에게 극단적인 분노를 표출하며 죽빵을 날리거나
뒤집어 쓴 맥주 한 잔 값을 치르기 위해 콘테이너 츄레라로 크리스마스 트리를 장식해주는 센스 하며
21세기를 살아가는 청소년들에게, 혹은 크리스토퍼 놀란의 배트맨을 보아온 관객들에게
고뇌하지만 가족에게 사랑받고, 스스로의 미숙함으로 가족을 잃었지만 자제할 줄 알며
신뢰하기보다는 믿음을 받기 원하는... 진정한 미제 영웅의 일면을 제대로 표현해 낸
영국배우 헨리 카빌과 잭 스나이더 감독, 수많은 스탭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시퀄이 이렇게 기다려지는 영화는 LOTR 3부작 이후로 처음인 것 같습니다. (뻥)
Welcome to planet, Cl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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