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의 발견'을 필두로 '하하하'를 관통하는 현재에 이르기까지
저는 홍상수 감독의 영화라면 빼놓지 않고 즐겨보고 있습니다.
드라마나 액션같은 특정한 포인트를 영화감상의 주안점으로 두는
관람객이라면 사뭇 지루하고 불편하게 느낄수도 있는 그의 영화는
사실 그 어떤 영화보다도 일상의 단편을 재미지게 풀어놓고 있지요.
김상경이라는 배우는 TV드라마의 뻔하디 뻔한 인물상부터 논란의
대상이 되었던 '화려한 휴가' 같은 신파조의 극영화, 혹은 사극속의
세종대왕에 이르기까지 나름대로 폭넓은 스펙트럼을 가지고 있는데요
'생활의 발견'부터 김상경이 어지간히 마음에 들었는지 연이어 '극장전'
을 끝으로 김태우가 감독의 페르소나를 대신하나 했더니...
'하하하'에서 돌아온 -조문경-은 진짜 미치게 웃겨줍니다.
특히 조문경이라는 캐릭터는 아예 콧수염까지 기르고 수염을 매만지는
홍상수 감독의 아바타로 확고한 페이스를 달려주시네요...
홍상수 감독의 영화는 허술해보이는 미장센, 별거 아닌 듯한 사건의 나열로
컷을 쪼개 영화라는 매체여야만 가능한 시간의 배열로 재조립하곤 하는데
'하하하'에서 시도한 이야기의 얼개 - 청계산에서의 대작 - 은 흑백스틸로,
재구성되는 각 캐릭터의 사건들은 컬러로 편집된 형식적인 실험은 이미
캐릭터의 주관적 시점에서 진행된 사건을 뭉뚱그리는 '오!수정'에서도
이미 선보인 바 있습니다.
영화에 대한 사전정보가 없는 상태에서는 떨떠름하게 받아들여 질 수도 있지만
자연스레 캐릭터가 풀어놓는 썰들은 거의 시간차 없이 진행되는 사건들임이
영화 곳곳에서 밝혀지게 되지만, 정말 뜬금없이 김영호가 등장했을때는
극장 안이 소란스러울 정도로 흥하더군요 으잌ㅋㅋㅋ
의외의 수확이라면 전혀 눈여겨 보지 않았던 김강우라는 배우인데요
솔직히 출연한 작품을 본게 없어서 관심 0.1mg도 없었는데 '하하하'를 보고서야
김강우가 나오는 작품들을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홍상수 감독의
전작에서 등장했던 김태우는 손쉽게 발라먹을 연기를 보여주어 놀랐습니다.
홍상수 감독의 영화를 좋아하는 분이라면 중식이라는 캐릭터가 낯설지 않으시죠?
'하하하'의 중식을 연기한 유준상은 원래 신기 있는 배우지만
여태껏 등장했던 모든 중식의 엣센스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예지원은 '생활의 발견'의 명숙 캐릭터와 흡사하게 등장하지만
이 커플이 진짜 빅재미를 주셨어요...눈물이 찔끔나올만큼...
저는 개인적으로도 통영이라는 도시를 좋아하고, 극중에 자주 등장하는
나폴리모텔에도 투숙한 적이 있어서 더 실감나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었습니다.
아쉬운 점이라면 너무 중앙시장과 동피랑 주변만 등장해서 통영의
볼거리를 누리는데는 부족함이 많다는 것과, 졸복국 말고도 통영에서만
맛볼수 있는 먹거리 중 하나인 우짜같은 소품이 전혀 언급되지 않는다거나
김규리로 개명한 김민선은 왜나왔나 싶을정도로 존재감이 없고...
(기왕 떡신 찍으려면 좀 헐벗고 나와주던가...)
아무튼 2010년의 영화로 손꼽을 수 있는 작품을 만날 수 있어 즐거웠고
창의력대장 홍상수 감독의 다음 영화를 또 기대하며 DVD를 사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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