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당신은 조용한 사무실로 인도된다. 그 곳엔 생전 처음 보는, 멋진 미소에 부드러운 얼굴을 가진 사내가 앉아있다. 이윽고 그는 당신에게 이렇게 말한다.
'안타깝지만 회사를 떠나주셔야 될 것 같습니다'
아니 도대체 왜! 왜! 왜!!! 내가 고자라니... 가 아니라... 해고를 당하다니!!!
영화 '인 디 에어'는 이처럼 사람들에게 인생의 가장 큰 전환국면 중 하나를 전해주는 사내와 그 주변인들에게 일어나는 이야기를 유쾌하고 재치있게 그려낸 영화이다. '인 디 에어'가 오스카 시상식에 후보로 오른 부문들이 증명하듯(남우 주연상, 여우 조연상, 각색상, 감독상, 작품상) '인 디 에어'는 배우, 연출력, 이야기등 모든 면에서 더할 나위 없을 정도의 즐거움을 선사한다.
주인공 라이언 빙헴을 연기하여 마이클 클라이튼 이후 다시 한번 오스카 남우 주연상 후보에 오른 조지 클루니는 '인 디 에어'를 통해 “조지 클루니를 멋진 배우에서 최고의 배우로 승격시킨 작품”(GQ)이란 평가가 아쉽지 않을 정도로 최고의 모습을 보여준다. 영화 속에서 라이언을 설레이게 만드는 여인이자 '인 디 에어'를 통해 오스카 여우 조연상 후보에 오른 베라 파미가는 관객들에게 큰 충격을 선사하는데 성공한다. 라이언의 삶을 뒤흔드는 신참 나탈리 역의 안나 케드릭 또한 오스카 여우 조연상 후보에 오르며 트와일라잇에서 몇씬 등장하지도 않는 조연의 굴욕을 멋지게 갚는데 성공했다.
이런 배우들의 연기를 빛나게 하는 힘은 바로 이야기와 연출력에 있었다. 원작자 월터 컨은 "4차원의 입체감을 덧입힌 듯한 느낌이다. 내게 없는 재능을 가진 감독이 잘 다듬어 주어 감사의 절이라도 하고 싶을 정도다.”라고 표현했다고 한다. '인 디 에어'의 감독 제이슨 라이트먼은 이처럼 뛰어난 각색 뿐만 아니라 자칫 무겁고 재미없게 느껴질 수 있는 이야기를 능수능란하게 요리해내는데도 성공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영화 '인 디 에어'에서 가장 뛰어난 점이자 다른 영화들보다도 특별했던 점은 영화 속 표현처럼 삶의 가장 무거운 부분들 - 인간관계, 꿈, 인생의 목표등등 - 을 절묘히 그려낸 점이었다. 영화 '인 디 에어'는 자칫 고루한 휴먼 스토리가 되거나 엄청난 미화가 이뤄지기 쉽상인 사람들의 여러가지 난제들을 라이언 빙헴과 그 주변인들의 이야기를 통해 때론 유쾌하고 재미있게, 때론 진지하고 분위기 있게 그려낸다.
그리고 그 밑바탕엔 마음에 바로바로 와닿는 멋진 대사들이 있었다.
"삶의 가장 무거운 부분은 인간관계죠. 다 들고 다닐 필요는 없어요…"
"꿈을 포기한 댓가가 얼마였죠?"
"난 마일리지가 쌓이지 않는 곳엔 단 한푼도 쓰지않아."
"착각은 버려, 누구나 죽을땐 혼자야."
"타협은 패배가 아니야"
"인생은 둘이 더 나아요..누구나 부조종사가 필요해요."
다른 영화들에선 한편에 하나 나올법한 대단한, 정녕 주옥과 같은 대사들이 '인 디 에어'에서는 영화 내내 줄줄이 나와 보는 이의 마음을 흔든다. 그렇게 흔들린 마음 속에서 결국 자기 자신에게 부조종사가 필요한지 아닌지는 영화를 보고 나오는 사람들의 몫일 것이다.
영화 속 라이언 빙헴은 자신의 강의의 서두를 이렇게 시작한다. '여기 가방이 있습니다. 가방 속에 여러분이 가진 모든 것을 넣으세요. 그리고 가방을 불태웁시다. 이 때 가방 속에서 하나를 꺼낸다면 무엇을 꺼내실건가요?' 이 때 무엇을 꺼낼 것인지는 인 디 에어를 본 사람들 각자마다 다를 것이다. 하지만 만약 내가 본 모든 영화들을 가방속에 넣고 불 태우려 할 때, 단 하나의 영화만 빼낼 수 있다면 그 단 하나의 영화중 하나로 꼽고 싶은 영화, 인 디 에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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