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 타임은 장장 2시간 40분입니다.
한시간마다 소변을 보셔야 하는 작은 방광의 소유자들은
사전에 물통을 비워주는 게 좋으실거 같군요.
일단 우리들(비영어권 주변인)한테는
재난 영화에서 배우들의 연기력은 크게 중요하지 않은 부분일겁니다.
일단 영어나 기타 외국어를 쓰는 배우들의 독특한 억양이나
제스처 등을 네이티브들처럼 평가할 수가 없거든요.
또,
재난 영화 자체가 '재난'이라는 것 자체에 초점을 맞추고
다양한 인물(혹은 희생자)들의 시점에서 다각적으로 다가가는 터라
주인공의 감정선을 따라가는 여타 장르와는 다르겠죠.
그럼에도 일단 2012의 가장 큰 미덕은
배우들의 연기라고 하고 싶네요.
일단 존 쿠삭이야 두말할 것도 없는 명배우고(개인적으로 좋아합니다),
얼굴을 보면 아 이 사람이구나 싶을 올리버 플랫,
그리고 개인적으로 가장 반가웠던 우디 해럴슨.
주걱턱을 내밀고 멋드러진 남부 억양을 구사하는
텍사스 사나이 우디 해럴슨이(영화 래리플린트의 주인공)
캠핑카를 끌고 다니며 개인 라디오 방송을 진행하는
다소 정신이 나간듯한 히피, 찰리 역으로 나옵니다.
세계 멸망을 앞둔 천재지변을 바라보며 소리지르는 장면은
그야말로 신들린 연기... 별 다섯개에 두개 반을 더 얹어주렵니다.
극중 존 쿠삭의 아이들 역을 맡은 아역들도 귀엽고
기타 단역들도 모두 훌륭합니다. 흠잡을 만한 캐릭터가 없네요.
물론 장르의 특성상 다소 전형적인 캐릭터들이지만
세계가 멸망하는 앞에서 복잡한 내면연기를 선보이는 건 넌센스겠죠.
그리고 특수효과, CG, 연출...
와 이건 뭐라고 표현할수도 없을 정도네요.
홍콩 느와르의 비장미가 지존무상에서 완성된 거라면
헐리우드 재난 영화의 머니美(money 美 = 돈맛), CG美, 스펙터클美는
2012에서 완성된겝니다. 암, 그럼요.
그간 나왔던 재난영화의 온갖 주연급 재앙들이
무제한의 스케일과 디테일로 플레이 타임을 꽉꽉 채웁니다.
무너지는 건물과 해일에 휩쓸리는 선박,
폭발하는 화산 그 모두가 아름다움의 경지... 무념무상.
이까지가 제가 하고 싶은 감상의 일부이고,
요 밑에는 해야될거 같아서 붙이는 평가의 전부가 되겠네요.
(이토록 간지나는 영화에) 생각보다 꽤 많은 분들이
스토리의 미흡함을 지적하더라구요.
일단 결론적으로 볼때 앞서 나온 숱한 재난 영화들과
흡사한 진행을 보였다...는 평이 대체로 많았습니다.
그 부분에 있어서는 저도 동의하지만
주인공의 영웅적인 행동이나 기타 인물들의 행동 또한
충분히 납득이 가는(당연하다고 생각될 정도) 진행입니다.
물론 작가인 주인공이 뛰어난 운전솜씨로 쏟아지는 화산탄들을 피하는 것이나
극중 몇주의 교습을 받았을 뿐이라는 인물이
마천루가 무너져 내리는 위기상황에서 경비행기 곡예를 펼치는건 다소 과하긴 하죠.
그런데 이걸 구성의 허술함으로 보고 싶진 않네요.
이런건 장르의 특성과 영화적 연출로 납득해야 된다고 봅니다.
인물의 행동에 왜? 라는 설명을 생략하는 건 개연성의 미흡이지만
(한국 개봉버전에서 마틸다와의 러브씬이 삭제된 레옹에서는
레옹이 이웃집 소녀에 불과한 마틸다를 위해 목숨을 내놓는 게 납득이 안갔죠.)
어떻게? 라는 부분은 장르 속에서 유연한 해석이 된다고 보거든요.
영웅본색의 주인공 주윤발의 쌍권총에서
끝없이 총알이 쏟아져 나오는 건 말이 안되지만
그렇다고 느와르의 비장미를 손상시키지는 않거든요.
쉽게 말해 그런 단점쯤은 무시할 정도로 재밌었다는 얘기죠(우슴)
사실 아쉬운 점은 있었습니다.
그 정도로 압도적인 규모의 재앙을 넘칠 정도로 충분히 묘사해내면서도
휴머니즘을 해답으로 던지는 건 좀 지나친 자만심으로 보이거든요.
세상의 멸망보다 인간애가 더 강한 힘을 가진다?
그런 얘기인지라 영화속의 휴머니즘이 종교적 미신으로 보이기도...
같은 결론이라도 좀 더 아이러니한 상황을 버무려줬으면
좋지 않았을까... 이런 생각이 드네요.
어쨌거나 근래 본 영화는 줄줄이 대박이군요.
up도 그랬고 이번 2012까지... (두개밖에 안되네--;)
2012 꼭 시설 좋은 상영관에서 보시길...
평점 : 전과5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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