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의 똑똑함이 만들어낸 "재밌는 이야기"라는 점이다.
공포영화가 "재밌는 이야기"라니?
우리가 흔히 아는 무서운 이야기는 대개 두 종류다.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섹시하고 짧은 이야기와
재밌고 개연성, 현실성을 내포한 긴 이야기.
불신지옥은 그 중 후자를 택한 영화다.
그래서 불신지옥은 마치 늦은 밤 할머니가 손자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듯 관객에게 이야기를 하나씩 풀어놓는다.
하지만 단순하게 그럴듯한 무서운 이야기를 이어붙인 것은 아니다.
이 영화를 정말 공포스럽게 만드는 원동력은 바로 "이웃"이다.
이웃의 이야기, 멀지 않고 바로 내 주위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이야기.
이 이웃의 이야기를 하나둘씩 벗겨내면서
나(주인공)의 이야기로 합쳐지는 구성이 돋보인다.
그 덕에 영화는 역겨운 피와 살점을 남발할 필요가 없었고,
관객은 영화를 보는 내내 흥미를 유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 영화가 화면연출과 이펙트에 소홀한 것은 아니다.
특히나 공포영화가 범하기 쉬운 과오인
과도한 이펙트의 사용이, 이 영화에선 상당히 절제되고
적재적소에서 잘 사용된 느낌이다.
특히 장면전환 사이에 이펙트를 넣어 관객의 집중력을 상기시키는 점이나,
특성에 맞는 적절한 이펙트로 장면과의 연관이 밀접했던 부분은 칭찬해
마땅하다.
무엇보다 이 영화를 돋보이게 하는 근간은, 바로 배우들의 연기이다.
특히 만수무당역을 담당한 문희경의 영화 초중반 수다스러운 아줌마 연기가
인상적이다. 더불어 주조연 할것 없이 놀라운 집중력을 보이는 배우들의 연기
는 어쩌면 이 영화의 가장 큰 무기가 아닐까 싶다.
이 영화를 보기 전, 관객들은 작은 함정에 빠지기 쉽다.
영화의 제목이 기독교에 대한 반감을 불러 일으키기 때문이다.
영화가 시작되고 난 후에도 그러한 뉘앙스가 풍겨진다.
하지만 이 영화는 꼭 기독교만을 꼬집는 영화는 아니다.
공포영화가 기본적으로 획득해야 할 결과물은 당연히 "공포"다.
만약 이 영화가 정말 끝까지 그러한 방향으로 진행되었다면
아마 무섭지 "못"한 영화가 되지 않았을까 싶다.
영화의 후반부, 대부분의 관객이 예측가능한 상황이 만들어지는데
감독이 그것을 한번 비틀긴 하지만 아이디어가 다소 아쉬운 감이 있다.
찰진 이야기를 듣다보니 기대감이 커진 탓인가 위안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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