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고 : 영화 속 내용이 많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소설을 전혀 읽지 않은 채 영화만을 보고 쓴 글임을 알려드립니다.)
누구나 한번쯤 문득 정신을 차리고 뒤를 돌아 봤을 때, 이미 흘러가 버린 시간의 무게에 놀란 경험이 있을 것이다. 오래된 친구를 만날 때면 아무렇지도 않게 만나지만 그 시작을 되돌아 보면 깜짝 놀라곤 하는 바로 그런 느낌 말이다. 마치 오래된 친구처럼 오랜만에 만나도 어색하지 않지만 되돌아 보면 지나온 시간에 깜짝 놀라게 되는 해리포터 시리즈의 최신작 해리포터와 혼혈왕자가 우리 곁에 찾아왔다.(라고 말하기엔 이미 개봉한지 3주가 지나 살짝 민망하지만)
같은 시기에 시작되었던 절대 반지의 주인공을 찾는 여정은 이미 끝난지 오래이다. 절대 반지의 주인은 가려졌고, 중간 대륙엔 평화가 찾아왔다. 하지만 반지의 제왕이 끝난지 7년여가 된 아직까지도 해리포터와 마법의 세계에 찾아온 위기는 해결되지 않았다. 이제 본격적인 볼드모트와의 싸움이 시작되기 전 해리가 준비를 하듯, 영화 해리포터 시리즈의 마지막 두장(죽음의 성물은 1, 2부로 나뉘어 나온다고 한다.)을 맞이하기 전에 해리포터와 혼혈왕자를 통해 그동안의 해리포터 시리즈의 장단점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고자 한다.
개인적으로 이번 해리포터와 혼혈왕자(이하 혼혈왕자)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점은 바로 한층 어두워진 분위기였다. 시리즈를 거듭할수록 짙어져가는 어두운 느낌은 해리포터 시리즈를 단순한 아이들용 환타지 영화에서 성인들도 재미있게 볼 수 있는 본격(?) 환타지 영화로 거듭나도록 촉진하고 있다.
호그와트로 대변되는 마법의 세계는 더 이상 해리에게도, 관객들에게도 마냥 신비롭고 새로운 세계가 아니다. 해리는 머글(마법을 쓰지 못하는 평범한 사람)들이 가득한 현실세계에서도, 마법의 세계에서도, 심지어 호그와트 학교 내에서도 악의 세력에게 표적이 되어 공격을 받는다. 더 이상 누가 선한 인물인지 혹은 악한 인물인지 알 수 없다. 그런 혼란의 와중에 해리는 질풍노도의 시기 - 사춘기 - 를 맞이한다. 이번 혼혈왕자에서는 엉망진창이 되어가는 마법의 세계만큼이나 엉망진창이 되어가는 해리의 사춘기와 그 배경이 되는 영화의 분위기가 한층 더 어두워 진 것이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다.
혼란스럽고 어두운 분위기만큼이나 영화의 장르적 재미도 한층 성숙해졌다. 해리포터 시리즈하면 떠오르던 소소하고 아기자기한 마법들을 보는 즐거움은 많이 사라졌다. 하지만 그 전까지의 밋밋하고 재미없던 해리포터의 전투씬이 완전히 달라졌다.
특히 영화 중간 론의 집 근처 갈대 밭에서의 추격씬이나 호그와트의 화장실에서 해리와 말포이의 전투씬등은 지난 불사조기사단의 마지막 장면과 더불어 아기자기한 마법들에서 탈피한 본격 액션 환타지(?)의 재미를 선사한다. 영화의 마지막 부분에서 덤블도어와 데스이터들의 박 터지는 한판 승부가 없는 것이 못내 아쉽기도 하고, 이런 재미가 조금 뒤늦게 발동이 걸린 느낌이 없잖아 있지만 혼혈왕자에서의 재미는 남은 두 편인 죽음의 성물의 재미에 큰 기대를 걸게 만든다.
무엇보다 이번 혼혈왕자에서 흥미로웠던 점은 영화의 초반 런던을 공황상태로 몰고가는 데스이터들의 모습이었다. 마치 재난 영화의 한장면을 보는듯한 스펙터클함을 선사해준 초반의 그 모습은 볼드모트의 위협이 단순히 마법세계의 위기일 뿐만 아니라 현실세계에도 위기라는 것을 강조한다.
그 동안 해리포터 시리즈는 머글들의 세계 즉 우리가 사는 현실 세계와 마법 세계와의 관계에 대해 이야기해왔다. 해리는 스니커즈에 면바지, 체크무늬 셔츠등을 입는 평범한 영국 소년이고, 인물들은 (간혹 날기도 하는)자동차, 기차등을 이용해 움직인다. 론의 아버지는 사실상 영국의 공무원(?)이기도 하다. 자세히 따지고 보면 호그와트의 교수들도 아마 영국 마법부 혹은 교육부 산하에 소속되어 있을 것으로 추측된다.(이쯤에서 우리는 호그와트를 본 가카의 엘리트 영재 교육에 대한 열정이 불타오르지 않을까 염려하지 않을 수 없다.)
바로 이런 점들은 해리포터 시리즈의 위기가 여느 다른 환타지 영화에서처럼 현실과 괴리된 특정한 공간의 위기가 아닌 바로 영화를 보는 관객들도 어느 정도 공감이 가능한 - 혹은 상상하기 쉬운 - 위기로서 다가오게 만들어 준다. 그렇기 때문에 혼혈왕자의 초반부에서 느껴지는 재미가 바로 비현실적 재난이 현실의 공간에서 일어날 때의 재미를 주는 재난영화의 그것과 흡사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과연 죽음의 성물에서도 이런 장점을 잘 살릴 수 있을 것인가?
하지만 여전한 주연급 배우들의 발로 하는 연기력은 데스이터의 위협 앞에 속수무책인 런던만큼이나 대책이 없어보인다. 시리즈가 무려 6편이나 진행되었지만 다니엘 레드클리프의 연기력은 호세 레저의 명품 발연기보다 한수 위의 발연기 수준을 보여준다. 다른 조주연급 배우들도 그 수준은 대동소이하여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그나마 유명 배우들이 많이 나오지만 그들은 자신들의 연기를 챙기는 것에도 급급하다.
결과론적으로 배우들을 선택할때 소설의 이미지와 흡사한 배우들보다도 끼와 재능을 보고 선택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혹은 시리즈의 중반쯤 배우를 교체하는 방법도 생각해볼만한 방법이었을 것이다. 세명의 주연 배우들을 고집한 것은 해리포터 시리즈의 가장 큰 패착이 아니었을까 싶을 정도로 그들의 연기는 여전히 최악이다.
두번째로 꼽고 싶은 해리포터 시리즈의 문제점은 다름 아닌 각 편마다의 결정적 부분 혹은 절정이 미약하다는 것이다. 분명 '해리포터'라는 영화 시리즈의 제목을 떠올렸을때 머릿속에 떠오르는 몇가지 이미지들이 있고, 드문드문 떠오르는 몇몇 인상적인 장면들도 있다. 하지만 각편마다 어떤 이야기, 어떤 위기가 있었는지 떠올릴려 한다면 생각보다 많은 시간을 소비해야 된다. 시리즈의 초반이었던 마법사의 돌, 비밀의 방, 아즈카반의 죄수등은 거의 기억도 나지 않는 수준이고,(비밀의 방과 아즈카반의 죄수등은 얼마전 케이블 영화 채널을 통해 다시 보고서야 영화의 하이라이트를 떠올릴 수 있었다.) 불의 잔, 불사조 기사단 또한 그리 인상적인 절정을 선사하는데 있어서는 조금 미흡하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점은 단지 시리즈가 오래된 만큼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잊혀졌기 때문이라 이야기할 수도 있겠지만 해리포터 시리즈의 초반을 함께 보냈던 반지의 제왕 시리즈를 떠올려보면 그 대비가 분명히 드러난다. 반지의 제왕 3부작은 각 편의 발단 전개 절정 결말이 확연하고 그 절정의 재미와 이미지가 분명하다. 분명 영화관에서 본지 몇년이나 지난 작품이지만 반지 원정대, 두개의 탑, 왕의 귀환이라는 각 편의 제목을 떠올릴 때마다 반지의 제왕의 주제곡과 함께 각 편의 절정이 머릿속에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이번 혼혈왕자에서도 이런 단점은 여전하다. 마법의 세계는 혼란에 빠졌지만 볼드모트의 직접적인 위협은 전혀 느껴지지 않고, 그의 존재는 오리무중이다. 영화의 절정이라 할 수 있는 데스이터와 덤블도어의 대치장면은 어처구니가 없을 정도로 허무하게 끝이 난다. 아마도 관객들은 혼혈왕자를 보기 전에 불사조 기사단을 보아야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억을 해내듯이 죽음의 성물이 개봉할때가 되면 혼혈왕자를 다시 봐야 간신히 혼혈왕자의 절정부분을 떠올릴 것이다.
시리즈를 관통하는 특색있는 음악이 없다는 것도 큰 아쉬움 중 하나이다. 스타워즈, 007, 반지의 제왕, 미션 임파서블, 본 시리즈등 당장 머릿속에 떠오르는 3편이상 제작된 헐리웃의 대표적 시리즈물들은 그 시리즈를 대표하는 어떤 특색있는 음악이 존재한다. 이러한 시리즈물에서의 음악은 단순히 어떤 영화의 이미지를 떠올리게 하는 역할 이상으로 영화의 철학을 관통하여 나타내는 역할을 맡는 것이다.
때로는 영화가 음악을 이끌기도 하고, 때로는 음악이 영화를 이끌기도 해야 하지만 해리포터 시리즈에서의 음악은 특색이 없을 뿐만 아니라 어떤 영화의 재미를 돋우는 서포터의 역할도 하지 못하고 있다. 마지막 두편만을 남긴 지금에 와서 어떤 시리즈를 대표하는 영화를 바라기는 무리일 것이다. 다만 마지막 죽음의 성물에서만큼은 영화의 재미를 한층 돋울 수 있는 영화 음악의 서포팅을 기대할 따름이다.
영국 어딘가에 존재할 것 같은 호그와트를 찾아 떠나는 모험도 어느덧 마지막을 향해 치닫고 있다. 10여년이 넘게 걸린 모험의 마지막에서 과연 어떤 일들이 어떻게 벌어질 것인지, 또 그것이 스크린 위에서 어떤 식으로 펼쳐질 것인지는 아직 미지의 영역이다. 과연 해리는 데스이터들의 위협을 이겨내고 호크룩스들을 찾아 없앨 수 있을 것인가? 요즘 영국 금융경제도 안좋은데 불난 집에 기름붓듯 기어코 볼드모트는 런던을 아작내고 말 것인가? 정녕 스네이프는 나쁜 놈인가? 아닌가? 부디 죽음의 성물 1, 2부가 화룡점정을 해내길 바라며 이야기를 마치겠다.
p.s 그전까지 네이버 블로그에 글 올리고 이미지 링크하는 방식을 사용했었는데, 티스토리는 이미지 링크가 안되는군요; 이미지 링크가 귀찮아서 그냥 글만 덜컹 올립니다. (마우스 스크롤 휙휙 돌아가는 모습이 훤히 예상되는군요;) 이미지가 삽입된 버젼은
http://nascar7.tistory.com
으로 와서 보시면 됩니다.(사실 별 차이는 없습니다;;;) 알지롱에 올리는 세번째 해리포터 글이라 나름 신경쓰려고 했는데 망했네요ㅠㅠ
p.s2 티스토리 블로그에 동영상이 안올라가지는데 이거 왜 이러는지 아시는 분 계신가요? 동영상이 올라가는척 하다가 대표 이미지 선택 부분에서 다음으로 안넘어가네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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