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나쁘지 않은 영화냐면 첫번째로 웃음코드가 좀 있습니다.
근데 그 코드가 신선한건 아니고 색즉시공이나 1번가의 기적에서
많이 나왔던 바로 그런겁니다. 그래도 웃기는건 웃기는거니까요.
나는 윤제균식의 개그는 절대 싫더라!하는 사람은 관심을 꺼도 됨.
두번째로 드라마가 꽤 괜찮습니다.
특히 초반부터 중반까지의 진행은 차곡차곡 잘 쌓아갑니다.
상투적이긴 해도 이게 감독의 장점이기도 합니다.
윤제균 감독은 상투적인 것을 친근하고 짠하게 밀어붙이는
재미를 잘 만들어내는 감독입니다.
이미 지난 몇몇 영화에서 수차례 흥행을 통해 그것을 증명해 왔습니다.
그동안 너무 싼 맛을 좋아하는 감독이다! 라는 비난이 있었지만
해운대라는 재난영화에서는 그것을 나름 극복했습니다.
소재 자체가 일단 싼맛과는 거리가 있으니까요.
그렇다고 이 영화가 좋은 영화이냐? 그렇지는 않습니다.
왜냐면 일단 초반에 잘 쌓은 드라마를 후반에 너무 매력 없게 종결시켜 버립니다.
이 영화에서 가장 맥이 빠진 부분은 재난과 휴머니즘 사이의 적절한 줄다리기에
실패했다는 점입니다.
제가 영화를 보러 가기전에도 가장 궁금했던 점이 바로 이 부분입니다.
1번가의 기적을 통해 좋은 드라마를 선보여 호평을 받았던걸 생각하고 내심
기대도 했지만 마무리가 잘 되지는 못했습니다.
다양한 관계의 갈등을 형성하는건 좋았으나 어느것 하나
매끈하게 마무리 지었다고 보긴 어렵습니다.
그나마 이민기의 해양구조신이 감정을 자극하긴 했지만 이 장면 역시 상황에
맞지 않는 지나치게 긴 호흡의 대사가 집중력을 상실케 만들었습니다.
쉽게 얘기해서 신파를 해도 질 좋은 신파를 해야되는데 그렇지 못했다는 겁니다.
재난 영화의 영원한 과제 중 하나가 바로 이 지점이기도 하기에
마냥 "해운대"만을 탓할수는 없습니다. 직간접적으로
비교되는 "투모로우" 역시 이 부분에선 철저하게 실패했다고 봐야죠.
그만큼 쉽지 않은 부분이긴 합니다.
의외로 이 영화의 치명적인 문제는 박중훈입니다.
박중훈은 예전부터 느끼는 거지만 가끔 영화에서 심하게 겉도는 대사와 연기를
보여주는데 이 영화에서도 참 아리송합니다.
명품조연이라고 홍보하고 다니는 것에 비하면 영화안에선 한 없이 초라합니다.
특히 마지막 쓰나미가 오기전 중요한 비극적인 장면에선 극장안에 있던 사람들이
다들 웃을 정도로 민망했습니다. 대사 자체가 좀 어이없기도 했지만.
다음으로 재난영화의 하일라이트인 CG.
예고편을 통해 이미 짐작을 하고 있었던 것처럼 좋은 CG는 아닙니다.
그렇다고 보기 민망할 정도는 아니고요. 가끔 아주 튀는 장면이 있기는 합니다.
특히 힘들다는 물 그래픽의 경우 특출난 것은 아니더라도
봐줄만은 했습니다. 물과 도시,건물이 맞닿는 부분이 많이 미숙해서 따로 논다는게
치명적인데, 많은 돈을 투자하지 못하는 국내 영화의 실정상
무턱대고 비난하는 것도 옳다고 볼 수 없겠죠.
마지막으로 배우들의 연기는 그럭저럭 괜찮습니다.
연기 못한다고 생각했던 이민기가 의외로 돋보입니다. 그쪽 출신이라서 그런지.
사투리 가지고 배우들 까는건 궁색하니 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설경우는 자기 할만큼은 했다고 생각하고, 쓰나미 오고 난 후의 장면
들은 아무리 설경구라도 따로 어찌할 바가 없었다고 봐야겠죠.
결론적으로 보러 간다고 해서 말리지도 않고,
그렇다고 추천하지도 않을 그런 영화라고 말씀 드리고 싶네요.
이 영화를 보고 눈물을 흘린다면 아주 깊은 감수성의 소유자라고
봐도 될 듯.
P.S
쓰나미가 오기 전 경고방송이 나오고
쓰나미가 닥치는 과정 사이에서 이상한 편집오류가 있었던게
아닌가 생각하는데요. 보고 판단해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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