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븐데이즈, 작전등을 통해 인상 깊은 연기를 펼쳤던 박희순이 주연으로 출연하는 신작이 개봉했다는 소식에 별다른 정보 없이 극장을 찾았다. 어느 웹진 사이트에 이름 모를 유저가 써놓았던 '마치 장진 영화 같아요' 라는 한줄평을 읽고 막연히 코미디 영화인줄만 알고 영화를 보게 되었다. 개인적으로 장진 영화를 그닥 좋아하지 않아서 내심 걱정을 했지만 결과적으로 영화는 매우 만족스러웠다. 우리나라 영화에선 좀처럼 보기 힘든 소재와 구성, 빵빵 터지지는 않지만 적절히 이야기를 적셔주는 웃음 포인트, 기대한 만큼의 배우들의 열연등이 몹시 흡족스러운 영화였다. 다만 오프닝과 엔딩이 조금 맘에 안들어 별점 반개를 뺀다.
#2.
2008년이 아귀의 대모험(a.k.a. 추격자)의 대박으로 김윤석과 하정우의 해가 되었다면 2009년은 배우 박희순을 주목해봐야 할만한 시점이 아닐까 싶다. 송강호, 설경구등 당대 최고의 배우들과 같이 스크린을 압도하는 연기력은 아니지만 그의 연기는 '보는 맛'이 살아 있는 연기라고 평하고 싶다. 혹자의 말로는 정재영의 외모를 닮았다고 하는데, 내 생각엔 연기의 느낌이 정재영과 비슷한 것 같다.(저 위의 한줄 평을 써놓은 이도 그런 느낌을 받아서 이 영화가 장진 영화 같다는 평을 써놓은 것이 아닐까 싶다.) 정재영과 박희순의 관계가 송강호 - 김윤석의 관계와 비슷하게 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상해본다.
#3.
영화의 엔딩크레딧이 올라가면서 저 위의 한줄 평으로 인해 영화가 단순한 코미디 물일것이라 예상했던 내 생각이 크게 빗나갔음을 깨달았다. 영화 속에서의 코믹스런 요소는 단지 영화의 진행을 스무스하게 해주는 윤활유의 역할을 해줄뿐이었다. 사실 이 영화는 상처 받은 사람들이 세상과 커뮤니케이션 하는 방법론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조금 무거운 내용의 영화라고 설명하고 싶다. 조금 과장된 이야기로 포장을 하였을 뿐이지 다시는 타인을 사랑하지 못할 것 같은 사람, 다시는 타인에게 사랑받지 못할 것 같은 사람은 우리 주변을 둘러봐도, 아니 당장 나 자신에게도 해당되는 이야기일 수 있다. 저 이야기를 듣고 뜨끔한 사람이 있다면 조용히 영화를 보고 난 뒤 사랑과 기적에 대한 상관관계를 곰곰이 생각해보는 기회를 가져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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