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모습으로 돌아온 비운의 작품
'반지의 제왕'을 능가하는 스펙터클, '글래디에이터'를 능가하는 전투씬의 사실성과 재미, '브레이브 하트'를 능가하는 굵직한 무게감까지 모두 아우루는 멋진 영화가 한편 있었으니 바로 리들리 스콧 감독의 비운의 명작 '킹덤 오브 헤븐'이다. '킹덤 오브 헤븐'은 제작비 1억 4천만달러와 수천명의 엑스트라가 동원된 대단한 규모에 처음부터 끝까지 잘 짜여진 멋진 영화였지만 미국에서나 한국에서나 흥행에서는 참패를 해야만 했던 불운한 영화였다. 개인적으로는 너무너무 재미있어서 극장에서만 두번씩이나 보고 DVD로도 몇번씩이나 보았던 작품이지만 어쩐지 영화가 중간 중간 무언가 빠진 것 같은 느낌과 런닝 타임을 줄이기 위해 진행이 조금 빠르다는 느낌이 없잖아 있었는데, 드디어 이번에(사실 디렉터스 컷이 나온지는 꽤 됐지만;) 그 부족했던 2%가 채워진 완벽한 '킹덤 오브 헤븐'을 만나게 되었다.
이거 원작과는 완전 다른 영화인데?
제목 그대로 '킹덤 오브 헤븐 디렉터스 컷'은 원작 '킹덤 오브 헤븐'과는 거의 다른 영화라고 느껴질만큼 확연히 달라졌다. 무엇보다도 원작과 많이 틀려진 인물들간의 관계나 부족했던 상황 설명은 이제서야 '킹덤 오브 헤븐'을 앞뒤 아귀가 딱딱 맞아떨어지는 완벽한 이야기로 완성을 시켜주었다. 개인적으로는 살라딘과 이슬람쪽의 이야기가 좀 더 보강되었으면 더 좋았을걸 하는 아쉬움이 조금 남는다.(하기야 그렇게 되면 거의 영화를 두편으로 나눠서 찍었어야겠구나;) 이렇게 멋진 이야기를 흥행을 위해 피눈물을 흘리며 필름의 1/3을 잘라냈을 제작진을 생각하니 절로 안구에 쓰나미가 몰려든다.(그러면서도 흥행에 성공하지 못했으니 더더욱 큰 쓰나미가 몰려든다;;)
그래도 흠이 있다면...
이번 '킹덤 오브 헤븐 디렉터스 컷'의 유일무일한 흠이 있다면 그건 아마도 런닝 타임이 아닐까 싶다. 반지의 제왕 이후로 여러 긴 런닝타임의 에픽영화들이 나와서 영화 매니아들을 단련을 시켰다지만 3시간 반이나 되는 '킹덤 오브 헤븐 디렉터스 컷'의 런닝타임은 생각보다 무척 부담되는 것이 사실이다. 게다가 이 영화는 대사 하나하나까지도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 장면들이 많아서 한순간도 영화에서 눈을 떼기 힘들기 때문에 한번 보려면 나름대로의 각오와 준비(?)를 하고 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또한 인물들의 선악관계가 불분명하고, 쉽게 다가가기 힘든 종교 이야기를 담고 있기 때문에 통빡을 많이 굴려야 되는 영화를 싫어하고, 단순하고 통쾌한 영화를 좋아하시는 분에게는 그다지 추천해드리고 싶지 않다. 하지만 분명 이 영화의 사실적인 스펙터클함은 한번쯤 눈요깃거리로라도 볼만하다.(개인적으로 케락성 앞 발리안의 돌격씬이 규모는 그리 크지 않지만 이 영화에서 제일가는 명장면이라고 말하고 싶다.)
아무것도 아니면서 모든 것이기도 한 그 곳을 둘러싼 이야기 '킹덤 오브 헤븐 디렉터스 컷'! 주변에 아직 못 본 사람이 있다면 꼭 추천해주고 싶은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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