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화를 바탕으로 한 기대작
지난 2006년 한해동안에도 수많은 한국영화들이 만들어져 개봉을 했었다. 그 많은 영화들 중 지난해 내가 보았던 영화들을 천천히 떠올려보면 유독 마음에 걸리는 영화가 있었으니 바로 '열혈남아'이다. 설경구, 나문희, 조한선등 출연 배우들의 고른 열연과 가슴을 울릴만한 이야기로 상당히 잘 만든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흥행에서는 참패했던 비운의 작품이었다. 열혈남아로 인해 나는 그 전까지는 그저 '연기 잘하는 배우'로만 생각했던 설경구의 열렬한 팬이 되어 버렸고, 설경구의 차기작이 나오기만을 눈 빠지게 기다리게 되었다.
그래서 설경구가 나온다는 것만으로도 기대작 0순위가 되기에 충분했던 '그놈 목소리'였는데,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었다는 문구와 함께 시작되어 그놈(?)의 목소리를 맡은 강동원의 소름 돋는 웃음소리로 끝을 맺는 예고편마저 공개되자 기대작 0순위를 넘어서 -1923912838순위 정도의 기대작이 되었다.
긴장감은 부족하지만 소름은 돋는다
'그놈 목소리'는 스릴러적인 긴장감보다도 아이 잃은 부모의 절박감을 살리기 위해 애썼다고 한다. 그 덕분에 설경구와 김남주의 애절함은 정말 눈물이 나도록 공감이 된다. 하지만 범인을 추적한다거나 협상을 하는등의 긴장감은 필요 이상으로 부족한 것이 아닌가 싶은 아쉬움이 영화를 보는 내내 가득했다.
특히 감독의 의도였는지는 몰라도 '살인의 추억'의 순박한 형사들 이상으로 무능한 경찰들은 영화를 보는 내내 아이를 찾기 위해 무슨 일이든 다 하려는 부모들과 너무나도 이질적으로 느껴졌다. 그저 과학수사, 과학수사 거리면서 범인을 잡으려는 의지도, 아이를 구하고자 하는 노력도 보이지 않는 경찰의 모습은 답답하다 못해 짜증스러웠다. 우리나라 영화에서 경찰이 인텔리하고 멋지게 묘사되는 날은 도대체 언제 오려나...
절정에 다다른 연기자 설경구
헐리웃의 블록버스터들이 돈으로 떡칠한 스펙터클함만으로도 충분히 볼만한 영화를 만든다면 설경구가 출연하는 영화는 설경구의 연기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볼만한 영화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항상 그 정도는 해주는 배우'이기 때문에 많은 감독들의 섭외 1순위이겠지만 볼 때마다 느껴지는 것이 남다른 연기를 펼치는 배우가 설경구가 아닐까 싶다. '그놈 목소리'에서도 설경구의 마지막 연기 덕분에 오랜만에 영화를 보며 뜨거운 눈물을 흘려볼 수 있었다. 설경구, 정말 멋진 배우이다.
사족 - '열혈남아'에서 설경구에게 두번째 아들이라고 하여 눈물을 짜게 만들었던 나문희 아주머니가 이 영화에서 설경구의 어머니로 나오는게 이채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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